“항의가 많아서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쉽지 않네요….”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올라간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의 처리 일정을 문의하자 한 관계자로부터 돌아온 말이다. 해당 개정안은 ‘중개사가 특정 매물 중개를 못 하게 막거나, 다른 중개사의 공동중개 참여를 노골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에서도 ‘단체를 만들어 공동중개를 제한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다만 실질적으로 단체를 구성했는지를 증명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이번에 과태료 대상을 불법행위 자체로 구체화한 것이다.
부동산 거래는 여러 중개사가 정보를 공유해서 계약을 성사하는 공동중개 형태가 많다. 이 과정에서 일부 힘 있는 중개사가 자기들끼리만 정보를 공유하고 특정 중개사를 배제해 정보를 독점하는 문제가 지적돼왔다. 새로 개업한 중개사나 수수료 등을 덜 받을 의사가 있는 중개사가 경쟁에 참여하지 못해 시장 투명성과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기도 한다. 중개 담합 금지는 굳이 법제화하는 게 어색할 만큼 상식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공인중개사 목소리가 워낙 크고 규제에 민감하다 보니 책임 소지를 분명히 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정부 기관 담당자는 설명한다.
중개업계도 할 말은 있다. 갈수록 치열한 경쟁과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거래량이 급감해 영업 상황이 녹록지 않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새로 간판을 건 공인중개사는 9150명에 그쳤다. 1998년 7567명 이후 27년 만에 최저치다. 신규 진입보다 이탈이 많은 구조가 3년째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중개업계의 ‘밥그릇 지키기’는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네이버부동산, 직방, 다윈중개, 우대빵, 집토스 등 낮은 수수료를 내세운 프롭테크업계를 상대로 소송과 고소를 하며 갈등을 빚어왔다.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인공지능(AI) 기반 권리 분석, 수수료 절감 플랫폼 등 기술 혁신이 그 어떤 분야보다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의 시선도 차갑다. 서비스는 수십 년 전 아날로그 수준에 그치지만 집값 인상에 따른 수수료만 챙겨간다는 것이다. 거래금액 20억원을 기준으로 현행 법정 상한 수수료는 1400만원에 달한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달 법 개정을 통해 법정단체로 지위가 높아졌다. 하지만 지위 격상이 곧 신뢰 상승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혁신과 경쟁을 수용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만 중개업계도 지속 가능한 생존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중개업계가 직면한 진짜 위기는 프롭테크도, 거래 규제도 아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폐쇄성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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