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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건물 내 맘대로 못 파나? 건물주 발목 잡는 '권리금'의 비밀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입력 2026-02-28 11:06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부동산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최근 부동산 자산 가치 재평가나 상속 등을 이유로 상가 건물을 매도하려는 건물주가 부쩍 늘었습니다. 이때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건물을 깨끗하게 비워 매수인에게 넘겨줘야 하니 새로운 세입자는 받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내뱉은 이 한마디가 수억 원의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번 시간에는 상가 임대차 시장에서 건물주가 가장 많이 착각하는 ‘건물 매도와 권리금 회수 방해’ 문제를 실제 판례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1. 사건의 발단: “건물을 팔 예정이라 새 임차인은 받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임차인 A씨는 계약 종료를 앞두고 권리금 3억 원을 지급할 신규 임차인 B씨를 구했습니다. A씨는 임대인(건물주) C씨에게 B씨와의 새로운 임대차 계약 체결을 요청했지만, C씨는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조만간 건물을 매도할 계획이라 임대차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10년 계약갱신요구권도 보장해 줬으니 권리금은 나와 무관한 일 아니냐”는 논리였습니다. 결국 계약이 무산되자 A씨는 C씨를 상대로 권리금 회수 방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 법원의 판단: “단순 매도 계획은 정당한 사유가 아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임차인의 손을 들어주며 임대인 C씨에게 권리금 상당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특히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과 대법원은 임대인의 주관적인 사정을 정당한 거절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법원이 제시한 핵심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매도 계획은 법적 예외 사유가 아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이 신규 임대차 계약을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건물 매매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9. 7. 4. 선고 2018다252441 판결 등)

(2) 권리금 회수 기회의 보장
법원은 소유권 행사의 자유보다 임차인의 재산적 가치인 ‘권리금 회수 기회’를 더 강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3) 구체적인 주선 의무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의 인적 사항과 자력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했다면, 임대인은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계약 체결을 거절하기 어렵습니다.



참조 판례: 대법원 2018다252441 판결

“임대인이 직접 점유·사용할 계획이라는 사정만으로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의 임대차 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 이 논리는 ‘매도 계획’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3. 건물주가 합법적으로 거절할 수 있는 경우는?

그렇다면 건물주는 어떠한 경우에도 신규 임차인을 거절할 수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법은 임대인의 소유권 보호를 위해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2항 및 제10조 제1항을 통해 ‘정당한 사유’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음의 경우라면 권리금 배상 책임 없이 신규 계약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임차인의 명백한 귀책 사유가 있는 경우
임차인이 3기 차임액(3개월 치 월세)에 해당하도록 월세를 연체했거나, 임대인의 동의 없는 무단 전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에는 권리금 회수 기회가 보호되지 않습니다.

둘째, 재건축 및 철거가 불가피한 경우
단순 리모델링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음 요건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합니다.
? 계약 당시 재건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고지한 경우
? 건물이 노후·훼손되어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경우
?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

셋째, 상가 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비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임대차 종료 후 해당 건물을 일정 기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라면 거절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 기간 내 다시 영리 목적으로 임대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넷째, 신규 임차인의 객관적인 자격 미달
보증금이나 차임 지급 능력이 없거나 임차인으로서 의무 위반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 등 객관적인 결격 사유가 있다면 정당성이 인정됩니다.

※ 주의: 법이 외면하는 건물주의 ‘주관적 사정’

많은 건물주가 오해하는 다음 사유들은 정당한 거절 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 건물 매도 계획
? 임대인의 직접 사용(본인 또는 가족)
? 단순 업종 변경 요구

법원은 이를 임대인의 개인적인 선택으로 보며, 이로 인해 임차인의 재산권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일관되게 판결하고 있습니다.



배준형의 ‘부동산 처방전’: 성공적인 매각을 위한 3단계 리스크 관리

건물을 매각할 때 매수인은 즉각적인 신축이나 리모델링, 직접 사용을 위해 명도가 완료된 상태를 선호합니다. 그러나 명도를 위해 임차인의 권리금을 무시했다가는 매매 대금 상당액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1단계: [진단] 매매 계약 전 ‘임대차 히스토리’ 정밀 실사
? 매물로 내놓기 전 계약서상의 날짜만 볼 것이 아니라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의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 계약갱신요구권 확인: 임차인이 10년의 갱신요구권을 모두 사용했는지 점검하세요. 10년이 지났더라도 권리금 회수 기회는 보호됩니다.
? 권리금 시세 파악: 업종과 입지에 따른 권리금 수준을 미리 파악해 협상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2단계: [처방] ‘명도 합의’의 공식화와 보상 가이드라인 설정
? 이사비(퇴거비) 협상: 장기간 소송 비용을 감안하면 적정 보상금을 지급하고 ‘제소 전 화해 조항’을 넣는 편이 더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 포괄 승계 조건 검토: 명도가 어렵다면 임대차 계약을 매수인이 승계하도록 하되, 향후 재건축 시 명도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3단계: [예방] ‘증거 기반’의 소통
권리금 분쟁은 말 한마디, 문자 한 통에서 시작됩니다. 감정적인 대응 대신 법률적 효력을 갖춘 소통이 필요합니다.

내용증명의 전략적 활용:
“신규 임차인을 받지 않겠다”는 거절이 아니라, “신규 임차인의 자격 요건을 확인하겠다”는 협조적 태도를 서면으로 남기십시오. 이는 추후 소송에서 ‘회수 방해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

건물주에게는 재산을 처분할 소유권이 있지만, 임차인에게는 그 터전에서 일궈온 재산적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 법은 이 두 권리의 균형을 요구합니다. 법을 무시한 결정은 결국 건물주 자신의 손해로 돌아온다는 점을 잊지 마십시오.

기억하세요.
여러분의 자산 가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영리한 협상입니다.

배준형 수석전문위원(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디벨로퍼 & 공인중개사 & 법원경매 매수신청 대리인

문의: landvalueup@hankyung.com / 02-3277-9856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landvalueup.hankyung.com

* 본 기고문의 의견은 작성자 개인의 의견이며, 소속회사의 의견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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