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법 학계에서 온라인 플랫폼 유통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오프라인 대형마트와 동일한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프라인 중심인 기존 법체계로는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을 제대로 감독할 수 없다는 취지다.
2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유통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유통산업 정부규제 변화의 쟁점'을 주제로 최근 법·제도 개편 방향이 집중 논의됐다. 행사에는 공정거래위원회 남동일 부위원장이 참석해 축사하며 발표의 무게를 더했다.
남 부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정책적으로 반영하고자 한다"며 "유통법학회에서 나오는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주면 정책 수립에 최대한 반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첫 번째 발표에서는 대규모유통업법과 전자상거래법으로 이원화된 현행 규제 체계가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한 유통 산업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발표를 맡은 조혜신 한동대 법학부 교수는 "규제가 만들어질 당시 온라인 유통이 존재하지 않았던 탓에 현재 규제 체계는 기본적으로 오프라인에서의 유통을 상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존 법규에 온라인 유통 특성을 반영하는 입법이 추가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기본 오프라인 중심 규율에 부가되는 방식이기에 기민한 대응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온라인 중개 플랫폼 사업자를 중심으로 기존 유통법에서 다루던 문제와 성격이 다른 이른바 '중개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품의 노출, 배치, 순위, 가시성을 경정하는 기능, 리뷰와 평점 등 판매자에 대해 신뢰를 제공하는 기능 등을 통해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을 규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공정거래위원회 예규에서는 '온라인쇼핑몰업자'에 대한 법 위반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해당 예규에서 정의하는 온라인쇼핑사업자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결국 그간 대형마트에 적용된 납품업자 보호, 판촉비 분담 제한, 부당 반품 금지, 경영간섭 금지 등의 규율이 온라인 플랫폼에는 적용되지 않았던 만큼 유통 채널의 형태와 무관하게 동일 기능을 수행한다면 규제 적용 범위를 넓혀 같은 규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학술대회 현장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가 무너진 만큼, 시대에 맞는 규제 체계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동시에 규제 강화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법무법인 화우 홍석범 변호사는 "전자상거래 전업 사업자와 온·오프라인 병행 사업자 간의 규제 불균형이 심각하다"며 "가령 '댓글 마케팅'의 경우 동일한 소비자 기만행위이지만, 사업 형태에 따라 과태료 처분에 그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플랫폼 특별법 역시 형식적·절차적 규제에 함몰되거나 정당한 사업적 판단까지 위법으로 낙인찍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공정거래법의 유연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활용해 거래 공정성과 시장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선운 윤태운 변호사도 "시장이 기존에 없던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규제가 한 번 도입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시장 변화에 맞춰 기존 제도를 조금씩 손보는 수준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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