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중동 지역에서 아시아 지역으로 향하는 원유 운송 비용이 다섯 배 이상 급등했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일어나기 전에 글로벌 원유 수입업자가 선반 용선 계약을 늘리면서다. 최근 인도와 중국이 원유 수입을 크게 확대한 영향도 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결과에 따라 해당 운임은 크게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지역의 원유 수출도 증가했다. 글로벌 해운 분석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란 등 중동 국가의 원유 수출량은 이달 들어 하루 기준 1900만 배럴을 초과했다. 2020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최근 원유선 운임 상승과 중동 지역 원유 수출 증가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디와 이란 등은 원유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자 글로벌 시장에 원유 공급량을 늘렸다. 세계 해상 이동 원유의 20% 이상이 이란 인근의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인도와 중국의 중동 원유 수입 증가도 원유 운송 비용 상승의 요인이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발생하기 전부터 이 비용은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해까지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 제재를 받은 러시아의 원유를 싼값에 대규모로 구입했다. 하지만 미국의 압박에 인도는 최근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대신 중동산 수입을 확대했다. 지난달 중동 지역 원유 생산량의 50% 이상을 수입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중동 지역 해운 운임의 하방 지지선을 받치고 있다는 평가다.
스위스 원유거래 전문업체 스파르타커머더티스의 준 고 수석애널리스트는 “최근 VLCC 운임은 ‘그림자 함대’에서 합법적인 화물선으로 이동한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 OPEC+의 생산량, 정유사들의 탄탄한 원유 수요, 러시아산에서 중동산 원유로 눈을 돌린 인도 수요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원유 수입업자와 정유사의 선박 확보 경쟁이 원유선 운임비 급등의 기폭제가 됐다는 의견도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군사 충돌로 해협이 막히거나 운임이 지금보다 더 상승하기 전에 미리 선박 확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글로벌 선박 중개 기업 클라크슨은 “지정학적 위험으로 선주들이 예상 리스크를 운임에 선반영하는 속도가 전례없이 빠르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25일 이란 정권의 자금줄과 무기 공급체계를 겨냥한 제재도 부과했다. 미 재무부와 국무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총 수억달러 상당의 이란산 원유, 석유제품, 석유화학제품을 운송해온 다수의 그림자 선단 선박과 해당 소유주 또는 운영자를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이란 정권의 탄도미사일 및 첨단 재래식 무기 개발을 지원하는 이란, 튀르키예, UAE에 기반을 둔 복수의 무기 조달 네트워크에 관여한 개인과 기관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서 극적 타결로 군사 충돌 위협이 소멸하고, 이란 제재가 완화될 경우 원유 운송비에 붙은 ‘전쟁 리스크 프리미엄’은 빠르게 없어질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예측대로 올해 글로벌 원유 시장이 하루 400만~450만 배럴의 공급 잉여가 발생하면 VLCC 운임은 하루 기준 6만~8만달러 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협상이 최종 결렬되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나포나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엔 운임이 2019~2020년 코로나 팬데믹 초기 최고점(하루 20만달러 이상)을 돌파할 수도 있다.
김주완/한명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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