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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동족 배제, 美 대화 가능"…北, 노골적인 '통미봉남' 메시지

입력 2026-02-26 17:27   수정 2026-02-26 17:28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을 향해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적대 정책을 철회한다면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과의 관계에선 이재명 정부의 유화적 행보를 ‘기만극’으로 폄하하며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했다.

26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조선노동당 9차 대회의 폐막 소식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김정은의 ‘사업총화 보고’ 내용을 공개했다. 당 대회는 북한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향후 5년간 주요 정책 노선을 결정한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 20~21일 사업총화 보고에서 북한 안보와 관련해 미국을 지목하며 “이른바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워 다른 주권국가에 침략과 무력 사용을 일삼는 ‘특급 불량배’”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우리 국가의 현 지위(핵보유국)를 존중하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미국과의 대화 의사를 내비친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을 재확인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3월 말∼4월 중국 방문을 앞둔 가운데 이 기간 미·북 대화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한국에 대해서는 “가장 적대적인 실체인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으며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를 지목해 “한국의 현 정권이 표방하는 유화적인 태도는 서투른 기만극이고 졸작”이라고 했다. 그는 “화해와 협력의 기회를 통해 내부에 저들의 문화를 유포해 왔다”며 “화해와 평화를 제창하며 ‘조선반도 비핵화’ 간판 밑에 우리의 무장해제를 획책하는 위해로운 존재”라고 했다. 김정은은 “(한국이) 안전하게 살아갈 유일한 길은 우리와의 모든 것을 단념하고 우리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라며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재차 확인했다.

한·미 연합훈련 등을 빌미로 한 핵 위협도 반복했다. 김정은은 “현존 안정을 깨뜨릴 수 있는 불필요한 동작을 중단해야 한다”며 “선제공격 사명을 포함해 적대국에 해당되는 모든 물리력의 사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핵보유국의 문전에서 실행되는 부잡스러운 행동이 우리 안전을 다쳐놓는 행위로 인정되는 경우 임의의 행동을 개시할 수 있다”며 “그 행동의 연장선에서 한국의 완전 붕괴 가능성은 배제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이번 당 대회를 통해 채택한 결정서에 한국과 맞닿은 ‘남부 국경선’을 이른 기간 내에 요새화하고 경계체계를 보강한다는 방침을 포함했다. 핵무기 확대와 더불어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등 투발 수단을 다변화하고, 수중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전략무기 확보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김정은은 “핵보유야말로 (미국의) 제국주의적 침략 야망에 종지부를 찍을 유일한 수단”이라고 정당화했다.

북한이 한국에 대한 무시를 넘어 강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교류와 관계 정상화를 통해 비핵화를 유도한다는 ‘END 이니셔티브’가 대표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대결 의식, 적대 감정을 순식간에 없앨 수는 없다”며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또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이해되고 또 한편 공감하는 그런 상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개정된 노동당 규약에서 북한이 민족, 통일 등의 표현을 삭제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북한은 회의가 폐막한 25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과 딸 주애, 부인 리설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병식을 열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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