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들어 우상향 기조를 이어가던 한국전력의 상승세가 꺾였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예상을 크게 밑돌면서다. 미국 원전 시장 진출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낙관론과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중요하다는 신중론이 대립하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한국전력은 4800원(7.58%) 하락한 5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전력이 6만원 아래에서 거래를 마친 것은 지난달 13일 이후 2주 만이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전력을 집중적으로 매도했다. 전날(한국거래소 기준) 기관은 한국전력을 205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도 1708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주가 하락의 배경에는 '실적 충격'이 있다. 한국전력의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조983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01% 감소했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3조4264억원을 42.1% 밑돈 수치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68% 늘어난 23조688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연료비와 구입전력비(한국전력이 발전사업자로부터 전력을 사오는 비용)는 전년 대비 5%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수선유지비와 기타영업비용이 각각 69.3%, 16.7% 급증하며 전체 영업비용이 증가했고, 그 결과 영업이익 규모가 줄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자회사 해외사업비용이 크게 반영돼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기대치를 밑돌았다"고 설명했다.
향후 주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먼저 낙관론자가 꼽는 핵심 모멘텀은 미국 원전 사업이다. 한국 원전 업계는 미국 원전 부활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AI)이 확산하며 전력 수요가 늘었고, 원전 건설 필요성이 커졌다. 하지만 미국에는 지난 30년간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아 경험 있는 유틸리티 회사가 없다. 웨스팅하우스가 원전을 설계하더라도 기자재 조달, 시공은 외주를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한미 원전 협정이 마무리되면 해외 원전 건설 사업 확대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며 "미국 및 제3국에서 'AP1000'이 건설될 때, 한국이 맡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P1000은 웨스팅하우스가 2005년 개발한 경수로형 원자로다.
대신증권은 'AP1000' 원자로 및 터빈 빌딩 시공과 보조기기 EPC(설계·조달·시공)를 담당하면 수주금액이 2기당 18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한국형 원전이 미국에 진출하면 수주금액은 29조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소형모듈원전(SMR) 등 추가 협력 기대도 호재로 거론된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의 협력은 대형원전 외에도 SMR, 우라늄 농축까지 확대될 전망"이라며 "북미 프로젝트는 원가가산계약(cost plus)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원가가산계약을 체결하면 원가가 올라도 일정 수준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한국전력의 목표주가를 6만3000원에서 9만3000원으로 높였다.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가격이다. 대신증권, LS증권, NH투자증권도 8만원을 제시하며 상승 여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다만 원전 사업 모멘텀이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려면 실적이 개선돼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며 "자회사 해외사업비용은 지난해 1분기부터 늘어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요 해외사업의 종료 시점이 2029년인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우발적인 비용 인식 가능성이 없지는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한투자증권은 한국전력의 목표주가를 6만2000원에서 6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보고서에 명시된 전날 종가(6만3300원)보다 낮다. 상승 여력이 없다고 본 것이다. 최규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확실한 비상을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체질 개선"이라며 "본질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원전 모멘텀의 긍정적인 영향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짚었다.
국제 유가도 변수로 꼽힌다. 올해 초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60달러를 밑돌았지만, 현재 65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미국의 이란 공습 가능성이 떠오르는 등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한국전력의 비용 부담이 커져 수익성이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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