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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돈의 흐름을 알면 미국의 대외정책이 보인다

입력 2026-02-27 17:02   수정 2026-02-27 23:49


‘전쟁광’.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수시로 소환되는 단어다. 하지만 역사상 이 단어로부터 자유로운 미국 대통령은 없었다. 미국은 평화를 강조하며 세계 각지에서 전쟁을 벌여왔다. 미국 대외 정책을 둘러싼 싸움에서는 전쟁으로 이익을 누리는 집단이 언제나 승리하는 것처럼 보인다. 오죽하면 군인 출신에 제2차 세계대전 영웅이었던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1961년 퇴임 연설에서 ‘군산복합체(군대와 방위산업체의 상호의존체제)’의 부당한 영향력을 공개 경고했을까.

최근 국내 출간된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는 제목대로 미국이 연간 1조달러에 육박하는 국방부 예산에 의존하는 ‘전쟁 기계(war machine)’, 군산복합체의 나라가 됐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지구상 국가의 절반이 넘는 107개국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는 나라다. 많은 전쟁터에서 미국산 무기가 양측에서 서로를 향해 발사되고 있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46개 분쟁 중 34개에서 교전 당사자 중 한쪽 이상이 미국이 공급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윌리엄 D. 하텅과 벤 프리먼, 두 저자는 퀀시책임국정연구소에서 미국의 국방 예산, 군수 산업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돈과 권력이 얽힌 거대한 이익 집단인 군산복합체가 미국 사회 각 분야에서 권력을 장악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며 불필요한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꼬집는다. 저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9·11 이후 20년 동안 록히드 마틴, RTX(구 레이시온), 보잉, 제너럴 다이내믹스, 노스럽 그러먼 등 ‘빅5’ 방산업체는 국방부 계약으로 2조1000억달러를 챙겼다. 매년 미국 국방부에 투입되는 예산은 교육·환경·노동 등 자국민의 삶을바꾸는 데 들어가는 예산 규모를 상회한다. “만약 같은 돈을 미국 내 필요에 썼다면 미국 사회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변했을 것이다. 정부에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거듭 말하곤 하는 큰 변화들을 이룰 수 있었다.”

안보를 위한 투자였다고 반박하기에는 득보다 실이 크다. 미국의 무기 거래는 도리어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의 무기 판매와 군사 개입은 알카에다와 ISIS 같은 초국가적 테러 조직이 발원하는 토양이 됐다.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은 소련군을 아프가니스탄에서 몰아내려 싸우던 무자헤딘(이슬람 부장 집단) 세력의 모금자이자 모집자, 조직 구축 조정자로 활동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동료들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반군에 배정된 미국 군사 원조의 일부를 지원받았다.”

주요 방산업체들의 부패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RTX는 국방부 계약에서 폭리를 취하고 카타르 관료들에게 뇌물을 제공했으며 중국에 민감 정보를 유출한 사실 등이 드러나 2024년 10월 약 10억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내기로 법무부와 합의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계속해서 전쟁 기계로 남아 있는 건 방산업체들의 전방위적 로비 때문이라고 봤다. 방산업체들은 2024년 로비에 1억4800만 달러를 쓰고 900명 넘는 로비스트를 고용했다. 방산업체는 의원 1명당 약 2명의 로비스트를 붙여 관리한다. 로비의 대상은 입법부와 행정부뿐이 아니다. 할리우드, 게임산업, 스포츠, 학계와 주류 언론, 싱크탱크 등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TV와 할리우드 영화에서 군대와 무기가 호의적으로 묘사되는 것도 이들의 작품이라는 게 책의 설명이다.

책은 인공지능(AI) 시대에 들어 팔란티어, 스페이스X 같은 신흥 방위기술 기업이 전통적 방산업체와 벌이는 주도권 경쟁도 짚는다.

동맹국 한국에게는 미국을 이해하는 지도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책이다. 함형필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이 책을 추천하며 “미래 안보 환경을 통찰하고자 하는 모든 독자에게 이 책은 ‘돈의 흐름’이 어떻게 미국과 세계의 운명을 결정짓는지를 가장 정교하게 보여준다”며 “우리만의 독자적인 안보·국방 전략 마련에 대한 실마리를 얻게 되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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