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협상 결렬 시 현지 타격을 검토 중인 가운데 미국의 방공 탄약 재고 문제가 미국의 공격 결심을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상 기지에 배치되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나 구축함에 실린 SM-3 방공 미사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공격력보다 방어력에 관한 판단이 미국의 이란 공격 여부를 결정할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미군과 동맹국을 보호하는 핵심 방어 체계의 소모성 미사일 부족 문제가 미국의 이란 공격 여부를 좌우할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해 6월 벌어진 이란과 이스라엘의 '12일 전쟁' 때 방공 미사일을 빠르게 소진한 뒤 이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채우지 못한 상태다. 미군 관계자는 FT에 "''12일 전쟁'에서 이스라엘 방어를 위해 최대 150발의 사드 미사일을 소진했다"고 말했다. 2010년 사드 운용이 시작된 이후 미군이 지금껏 확보한 전체 사드 미사일 수량은 650발 미만이다. 이를 고려하면 미군이 작년 12일 전쟁에서 사드 미사일을 얼마나 많이 퍼부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방산테크 업계 관계자는 "사드는 탄도미사일의 최종 비행 단계를 책임진다"며 "재진입을 앞둔 고고도에서 표적을 포착해 떨어뜨리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요격미사일과 체계 통합은 록히드마틴 등 미국 방산 대기업이 맡고, 눈과 귀 역할을 하는 'X-밴드 레이더'가 표적의 궤적과 분리 양상을 정밀 추적한다. 이 관계자는 "요격 고도는 대기권 안팎의 고고도 영역으로, 폭발형 탄두를 쓰지 않고 초고속 충돌로 운동에너지를 전달해 파괴한다"며 "이 방식은 요격 성공 여부가 명확하고 파편이 지상으로 떨어질 위험을 줄인다"고 말했다.

구축함에서 발사돼 대기권 밖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SM-3 미사일도 작년 전쟁 과정에서 최소 80발이 소진됐다고 미군 관계자는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SM-3은 탄도미사일이 대기권 밖을 비행하는 중간 단계에서 요격한다"며 "이지스 구축함이나 지상형 이지스 체계에서 수직발사돼 외기권 근처까지 치솟아 표적을 맞힌다"고 설명했다. 최신형은 더 먼 거리와 더 높은 고도를 겨냥한다. 최종 단계에서 분리되는 요격체 역시 폭약이 없다. 계산된 각도와 속도로 탄두를 직접 가격한다. 해상 플랫폼이라는 점은 전략적 장점이다. 위협 방향에 따라 방어선을 이동시킬 수 있어 기동성과 대응 범위가 크다.
두 방공 체계의 공통점은 폭약이 아닌 '히트투킬(hit-to-kill)', 즉 직접 충돌로 탄두를 파괴한다는 점이다. 폭발형 요격은 파편과 낙진, 불완전 파괴의 위험을 남긴다. 반면 직접 충돌은 물리적으로 목표를 무력화한다. 특히 고고도·외기권에서 요격할수록 지상 피해는 급격히 줄어든다. 사드와 SM-3의 관계도 전술적인 폭을 넓혀준다. 업계 관계자는 "SM-3가 중간 단계에서 한 차례 끊고, 사드가 최종 단계에서 한 겹 더 방어한다"며 "요격 기회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주어지기 때문에 공격자가 고각 발사나 다단계 기동으로 돌파를 시도해도 방어자는 단계별로 대응할 수 있다"고 다층 방어의 전략적 우수성을 설명했다.
사드와 SM-3의 수량이 부족하거나 배치가 제한될 경우 미군이 직면하는 가장 큰 위기는 방어 신뢰성 붕괴다. 두 체계는 각각 탄도미사일의 중간 단계(SM-3)와 최종 단계(사드)를 담당하는 다층 방어의 핵심이다. 한 축이라도 얇아지면 미군의 방어 구조는 단층에 가까워진다. 한 군사 전문가는 "이렇게 되면 이란과 같은 상대는 소수의 고성능 미사일이 아니라 다량의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드론을 섞은 포화 공격으로 미군 기지와 함대를 압박할 수 있게 된다"며 "미군은 고가의 요격미사일을 빠르게 소진하게 돼 방어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요격체계는 한 발에 한 표적을 겨냥하는 구조여서 요격 성공률이 높아도 요격 미사일 재고가 줄어드는 순간 방어 확률은 급격히 떨어진다. 이 전문가는 "이는 곧 중동 지역의 미 공군기지, 항모강습단, 동맹국 방어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상대에게는 '미군도 모든 공격을 막을 수 없다'는 신호를 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사일 방어는 기술 성능보다 '지속 운용 능력과 재고 깊이(depth)'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미 전쟁부(옛 국방부)와 미 의회, CSIS 등 방산·안보 분석기관들이 반복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비용도 미 정부의 결단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사드와 SM-3 미사일은 발사체 가격이 비싸 보충 속도가 매우 느린 편이다. 미 전쟁부는 2026회계연도에 사드 미사일 37발을 8억4000만달러에, SM-3 미사일 12발을 4억4500만달러에 각각 조달할 예정이다. 한발당 가격이 2300만달러(약 331억원), 3700만달러(약 534억원)에 달한다.
SM-3보다 사거리가 짧아 종말 단계 요격에 쓰이는 SM-2, SM-6 같은 다른 주요 요격 미사일 소진 상황도 마찬가지 심각한 편이다. 브렌던 맥레인 미 태평양함대 수상전력사령관은 작년 회의에서 홍해 후티 반군을 대상으로 한 작전 과정에서 2025년 1월까지 SM-2와 SM-6 약 200발을 소진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미군 수뇌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처럼 빈약해진 무기고 상태로는 이란을 상대로 장기 군사 작전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취지의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 등 여러 미국 매체는 댄 케인 합참의장이 지난주 백악관 회의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 체포 작전과 달리 이란을 상대로 한 작전은 미군 사상자 발생 위험이 큰 어려운 임무라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란과 전면적 군사 충돌이 벌어져 미군의 무기고가 다시 크게 소진된다면 향후 있을 수 있는 중국, 러시아와의 갈등 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취약해진다는 점에서도 전략적 고민이 깊어진다.
이란 역시 이런 미국의 취약점을 겨냥해 반격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텔레그레프에 따르면 이란혁명수비대(IRGC) 대변인은 최근 미국과 전쟁이 벌어졌을 때를 위해 마련한 상세한 '전투 계획'을 발표했다. 이란은 미국의 공격이 개시되면 지하 시설에 반격 역량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최소화한 뒤 미군의 중동 거점인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라크 등 미군 기지를 상대로 수백기에서 수천기에 달하는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상당 부분이 방공망에 요격되겠지만 충분히 많은 미사일이 목표에 떨어져 상당한 인명 피해를 일으키고 핵심 인프라를 파괴할 것으로 이란은 기대하고 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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