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이 28일(현지시간) 협상을 접고 이란에 군사 옵션을 단행하자 세계 경제와 안보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수출이 많은 한국 등 소규모 개방 경제국가는 유가 급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다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해 6월 이란을 타격했던 '12일 전쟁' 당시처럼 이번 사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이 우려하는 '최악의 수'는 이란이 보복 카드로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봉쇄하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산유국의 수출 통로다.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30%가 지나간다.
앞서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경제연구소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봉쇄되고 군사적 충돌이 확산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 선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배럴당 70달러 수준인 현재보다 70% 이상 높은 수준이다.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수급 차질을 겪고 정유·석유화학, 항공, 해운 등 산업의 원가 부담이 커진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나타나 외환·주식시장을 강타할 수도 있다. 공격이 전면적으로 확대될 경우 달러와 금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급격히 쏠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충격은 주식시장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중동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로 몸살을 앓았던 시장들은 이번에도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 한국도 작년 6월 이스라엘과 이란 간 '12일 전쟁'이 발생했을 때 주가와 원화 가치 상승세가 일시적으로 멈추고 하락했다.
유가 급등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금리인하 기대감 축소, 소비 침체,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증가가 연쇄적으로 맞물리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번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그 이면에 깔린 지정학적 구도다. 타격을 입은 이란 뒤에는 그동안 군사적·경제적으로 밀착해 온 러시아, 중국이 버티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에 맞서 러시아와 중국이 이란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을 노골화할 경우, 단순 중동 내 국지전을 넘어 '서방 대 반서방'의 글로벌 패권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 이 경우 진영구축이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번진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를 지닌 국가에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안보·경제 불확실성이 드리우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격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군사자산을 새로 전개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고 중국도 이번 사태에 개입해 미국과 갈등을 심화할 이유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 국가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침투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붙들어 압송한 뒤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미국과 이스라엘에서는 이번 합동 군사작전이 나흘 정도 이어질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확전을 피하고 이란의 보복 역시 제한적 범위에서 이뤄지면 이번 충돌의 파급력이 우려만큼 크지 않을 거라는 낙관도 나온다. 특히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결단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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