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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 만에 최대 사법개혁…사법부 초비상

입력 2026-03-01 17:34   수정 2026-03-02 00:19


‘사법개혁 3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1987년 개헌 이후 40년 가까이 유지된 현행 사법 체계가 일대 변혁을 맞게 됐다. 14명이던 대법관이 두 배가량으로 늘어나고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낼 수 있다. 수사·재판 과정에서 법을 왜곡한 판검사에게도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

사법부는 이번 개혁안이 충분한 숙의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거듭 비판했지만, 정부·여당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최종 확정되자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사법개혁 3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달 25일 소집된 전국법원장회의가 오는 12~13일 한 차례 더 열릴 예정이지만 뾰족한 대책이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역대 최대 강도의 사법개혁 현실화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달 26, 27, 28일 본회의에서 법 왜곡죄 신설(형법 개정안), 재판소원제 도입(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대법관 증원(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을 차례로 통과시켰다. 대법원이 지난해 5월 1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뒤 약 10개월 만에 역대 최대 강도의 사법개혁이 현실화한 셈이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은 법 왜곡죄 신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바로 다음 날 처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취임 42일 만으로, 역대 행정처장 중 최단기간 재임한 사례다.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상고심에서 주심을 맡은 그는 여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에게 상당한 사퇴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행정처는 12~13일 예정된 전국법원장회의 정기회의에서 사법개혁 3법 입법이 완료된 데 따른 후속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법원장회의 전까지 박 처장 후임을 임명할지도 관심사다. 규칙상 법원장회의는 의장인 법원행정처장이 소집하고 주재한다. 박 처장 사표가 아직 수리되지 않았지만 후임 임명 전까지는 기우종 차장이 직무를 대행한다. 조 대법원장은 3일 퇴임하는 노태악 대법관의 후임도 아직 제청하지 않았다.
◇조희대, 박영재 처장 후임 임명하나
여권의 일방통행식 ‘개혁 드라이브’에 사법부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솔직히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도 들지만 도대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 대해 참담한 심경”이라고 토로했다.

법원장들은 지난달 25일 긴급회의에서 사법개혁 3법에 대해 “돌이키기 어려운 중대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12월 법원장회의에서도 사법제도 개편 과정에 사법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취지의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은 법 왜곡죄 신설 법안 일부를 본회의 상정 직전 수정한 것 외에 대부분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그중에서도 재판소원은 사법 지형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앞으로 법원 재판을 통해 기본권이 침해된 국민이라면 누구나 헌재에 재판 결과를 심판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헌재가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인용하면 대법원 확정판결이라도 취소될 수 있다.

1987년 개헌 이후 39년간 이어져온 ‘14인 대법관’ 체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대법원은 사실심 부실화 등 부작용을 감안해 우선 4명을 늘려보고 추가 증원을 검토하자고 주장했다. 대법관 1인당 법조 경력 14년 차 이상 재판연구관 8.4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인력 부족이 단기간 해소되기 어렵다는 취지다. 그러나 국회는 2030년까지 26명으로 늘리는 안을 최종 의결했다.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우수 법관을 대법관의 조수 내지 노비로 두는 재판연구관 제도 자체를 없애면 될 것”이라고 했다. 법 왜곡죄 역시 범죄 구성 요건이 추상적이어서 판검사를 상대로 한 고소·고발이 남발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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