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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핵심 광물 조달 시장이 일부 국가 중심의 블록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미국 주도의 광물 전략 비축망 '프로젝트 볼트' 출범 등에 따른 영향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첨단 산업의 공급망 재편과 거시경제의 구조적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희토류 동맹 출범
7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달 '프로젝트 볼트'를 공식 출범했다. 미국 수출입은행(EXIM) 공식 문서에 따르면, '프로젝트 볼트'는 EXIM이 제공하는 최대 100억 달러의 직접 대출과 보잉, 제너럴 일렉트릭 베르노바 등 민간 기업의 20억 달러가 결합한 총 120억 달러 규모의 상업적 전략 비축 체계다.존 요바노비치 EXIM 의장은 "프로젝트 볼트는 공급망 교란 기간 미국 제조업체들이 필수 원자재에 안정적으로 접근하도록 보호하며, 참가자 모두가 자본을 기여해 무임승차를 방지하는 민관 파트너십의 완벽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반세기 동안 글로벌 원자재 시장은 자유 무역의 이점을 누리며 생산 단가를 최소화하는 이른바 '적시 생산(Just-In-Time)' 체제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전기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첨단 스텔스 무기 등 제조의 핵심 재료인 네오디뮴(Nd), 디스프로슘(Dy) 등 희토류 영구자석에 집중되면서 적시 생산 구조가 바뀌기 시작했다.
특정 국가에 극도로 편중된 핵심 광물 조달 구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2024년 기준 관련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자석용 희토류의 분리 및 정제 시장에서 전 세계 물량의 약 91%를, 최종 부품인 소결 영구자석(NdFeB) 생산에 있어서는 무려 94%를 독점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중간재인 화공 정제 인프라를 거의 완벽히 장악한 것이다.

중국의 희토류 통제
중국 정부는 이를 무기로 지난 4월 7개 중·중량급 희토류 원소와 영구자석 등에 대해 수출 허가제를 시작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특정 한 국가에 핵심 광물 공급의 70~80%를 의존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의 황금률인 다변화를 위배하는 것이며, 단일 국가에 의존하는 것은 절대 옳지 않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중국은 작년 10월 5개 희토류 원소와 정제 기술의 수출까지 통제 대상을 확대했다. 같은 해 11월 타결된 미·중 간의 무역 협상으로 10월에 새롭게 추가된 신규 확대분 5종에 대해서는 2026년 11월 10일까지 1년간 시행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다. 하지만 희토류 공급망을 통제하는 4월의 1차 규제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이런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즉각 시장 가격에 반영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 통계를 인용해 핵심 원료인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 산화물의 중국 내 기준 가격은 kg당 123달러로 급등했다. 이는 2025년 7월(63달러) 대비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만 41% 상승해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공급 경색은 첨단 제조 산업의 타격으로 이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수출 허가제 발효 후 8개월간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이트륨 물량은 333톤에서 17톤으로 약 95% 급감했다. 고성능 5G 반도체와 항공우주 합금에 필수적인 이트륨 조달이 끊기면서 북미 소재 핵심 부품 업체 2곳은 생산 라인을 일시 중단하는 셧다운 사태를 겪었다. 최근 미국이 프로젝트 볼트를 추진한 이유다.
미국은 우방국 간 다자 연대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핵심 광물 장관급 회의'에는 54개국 정부 대표단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결집해 신규 다자간 협력 플랫폼 '자원 지전략 참여 포럼(FORGE)'을 발족시켰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우리 경제는 근본적으로 '실물(real things)'로 움직인다"며 "외부 충격과 시장 왜곡으로부터 역내 생산자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조절할 수 있는 관세를 통해 엄격히 유지되는 '가격 하한제(price floors)'를 갖춘 특혜 무역 구역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보호 무역 안에서 서방의 관련 기업들은 혜택을 받고 있다. 미국 희토류 가공 기업 MP 머티리얼즈는 작년 4분기에 940만 달러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실적 개선 배경에는 미국 정부가 가격 보호 명목으로 지급한 5100만 달러의 보조금 수익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시장 왜곡 우려
서방 진영의 이른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전략'이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가격 하한제' 제안은 시장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을 훼손해 완제품 제조사에 고비용 원가 구조를 강제할 우려가 있다. 앤디 홈 로이터통신 칼럼니스트는 기고에서 "서방이 중국의 희토류 장악력에서 진정으로 벗어나려면 물리적인 채굴 광산을 자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넘어, 불투명한 중국 중심의 벤치마크에 얽매이지 않는 독자적이고 투명한 가격결정 메커니즘을 시급히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핵심 광물 블록화는 거시경제 전반에 구조적 하방 리스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정학적 인플레이션'의 고착화 우려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원가 절감을 이끌던 적시 생산 모델을 폐기하고 '비축 전략'(Just in Case·JIC) 체제로 전환하면서 원자재를 대량으로 비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재고 유지비와 조달 비용이 크게 상승해 전체 생산 단가가 오를 수 있다.

결국 전기차, 풍력 터빈 등 에너지 전환 인프라와 AI 서비스 등 최종 소비재 가격으로 전가될 수 있다. 비용 인상형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면, 각국 중앙은행들은 물가 통제를 위해 고금리 기조를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높은 조달 금리의 장기화는 기업의 설비투자를 둔화시키고 가계 소비를 위축시켜 글로벌 경제의 잠재 성장률을 영구적으로 갉아먹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도 영향을 받는다.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미래 산업의 양산 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 제품 생산에 필수인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등 희토류 영구자석 소재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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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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