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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사망 14시간 뒤에야 美 규탄…정상회담 앞두고 몸 사린 中

입력 2026-03-02 18:22   수정 2026-03-03 00:57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중국도 ‘간접 타격’을 받았다. 중동 내 최대 우방이자 주요 원유 수입원인 이란 정권의 존망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가 미국 규탄 성명을 낸 것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한 지 14시간이나 지난 뒤였다. 그나마 미국과 이스라엘을 직접 거론하지도 않았고, 경제 제재와 이란 군사 원조 같은 ‘액션’도 전혀 취하지 않고 있다. 한 달도 안 남은 미·중 정상회담, 경제난, 미국과의 군사력 격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中 비판 목소리는 냈지만
하메네이 사망 소식은 지난 1일 새벽 전해졌지만 중국 당국은 그날 오후까지 별도 논평을 내지 않았다. 그러다 저녁 6시37분께 중국 외교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거론하지 않은 채 “이란 최고지도자를 공격·살해한 것은 이란의 주권과 안보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비슷한 시각 중국 외교 수장인 왕이 외교부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전화 통화 내용도 공개됐다. 왕 장관은 통화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미국 간 협상 과정에서 이란을 공격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는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NBC 뉴스 인터뷰에서 하메네이 사망설을 확인한 지 14시간 만이었다. 하메네이 사망 이후 한동안 입장 수위를 놓고 내부적으로 상당히 고심한 것으로 관측된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 장관은 2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통화하고 최근 중동 정세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통화는 아라그치 장관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신화통신은 “왕 장관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즉각적인 군사 행동 중단을 촉구하는 한편 이란의 주권·안전·영토 보전과 민족적 존엄을 수호하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대응 조치는 없었다. 이 같은 중국의 행보는 미·중 관계 관리와 내부 경제, 권력 상황이라는 복합적인 고려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액션은 없어
당장 오는 3월 31일~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예정된 것이 한 요인으로 꼽힌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정면충돌’ 구도가 형성되는 건 중국으로서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중국 경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내수 부진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올해는 경제난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세전쟁이 재발하면 중국 경제의 피해가 커진다.

이번 이란 공격에서 드러난 미국의 군사력이 여전히 막강하다는 점도 중국이 눈여겨볼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중국이 군사력을 현대화하고 있지만 아직 미국과 맞서기는 쉽지 않은 게 객관적 현실이다.

그럼에도 중국으로선 이란 정권이 흔들리는 건 뼈아픈 대목이다. 중국은 2016년 시진핑 국가주석의 테헤란 방문을 계기로 이란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이란은 2019년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에 참여했으며, 2023년엔 중국의 지지 속에 상하이협력기구(SCO)에 가입했다. 중국 브라질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으로 구성된 브릭스(BRICS)에도 합류했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다. 중국은 지난해 이란 원유 수출량의 80% 이상을 사들였다. 중국 총 원유 수입의 14% 정도가 이란산이다.

게다가 미국은 올초엔 또 다른 중국의 우방인 베네수엘라를 공격했다. 베네수엘라도 중국의 주요 원유 공급원이었다. 중국으로선 주요 석유 수입처가 사라질 상황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이란을 위해 미국과 맞서는 건 득보다 실이 크다고 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베이징의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이란이 중국의 전략적 공급원이긴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고려할 때 대체 불가능한 공급원은 아니다”며 “이란을 위해 미국과 정면으로 맞서는 건 중국의 대내외 리스크 관리에 과도한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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