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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라이브보다 많이 본 세기의 결혼식…패션판을 흔들다 [이랜드뮤지엄: 수집가의 옷장]

입력 2026-03-22 13:53   수정 2026-03-22 14:00


2026년 가을 뉴욕 브라이덜 패션위크(NYBFW·New York Bridal Fashion Week)'에서 화제를 모은 스타일링이 있었다. 웨딩 베일을 활용해 신부 존재감을 한껏 드러낸 것. 2025년 10월 뉴욕에서 개최된 '2026년 가을 뉴욕 브라이덜 패션위크'는 세계적인 패션위크 중 하나로, 올해 웨딩 시장을 채울 다양한 웨딩 룩과 브라이덜 피스들이 공개되는 자리였다.

미니 드레스와 조합해 경쾌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시어한 소재의 베일, 우아한 스타일의 레이스 베일, 압도적인 길이감의 베일 등이 해당 패션 위크에서 소개됐다. 웨딩 베일이 현대 패션계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는 가운데, 이 전통적인 '헤드웨어'는 언제부터 신부를 상징하는 아이템이 되었을까.

웨딩 베일의 역사는 고대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로마인들은 악령이 신부를 해칠 것을 두려워했고, 신부의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베일을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지나며 베일은 다양한 종교에서 상징성을 지닌 매개체로 발전했다.

유대교에서는 신랑이 올바른 신부와 결혼하는지 확인하는 의식에서 베일을 사용하고, 기독교에서는 겸손과 순결의 상징으로 여겨진 것이다. 웨딩 베일이 현재의 모습에 가까워진 것은 19세기 빅토리아 여왕의 결혼식 덕분이다. 약 3.7m에 달하는 흰색의 긴 베일은 이후 왕족 웨딩의 기준이 되었다.
'세기의 결혼식'에서 다이애나 비가 쓴 웨딩 베일
1981년 7월 29일,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거행된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식은 전 세계 7억5000만명이 시청한 역사적인 이벤트였다. 디자이너 엘리자베스 엠마누엘과 데이비드 엠마누엘이 제작한 다이애나 비의 웨딩드레스는 로열 웨딩 역사상 가장 긴 7.6m 트레인과 함께 140m 길이의 튤로 완성된 베일로 전세계인을 사로잡았다.


이 베일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었다. 고급 튤 소재에 1만개의 미세한 진주와 자개 스팽글을 하나하나 손으로 수놓은 예술품이었다. 비밀리에 두 달간 밤낮으로 작업해 탄생한 베일은 다이애나 가문을 상징하는 티아라와 함께 진정한 '공주'가 되는 순간을 완성했다.

다이애나 비가 선보인 웨딩 베일은 1990년대 국내 결혼식 문화에도 영향을 끼치며, 오늘날 중장년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이템이 되었다. 다이애나 비의 웨딩 베일과 진주 장식은 2024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전북 익산 보석박물관에서 대중에게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재 다이애나 비의 웨딩 베일과 진주 장식 일부는 이랜드뮤지엄에서 소장중이다.
영원한 아이콘 다이애나 비…그녀의 패션은 현재 진행형
1961년 스펜서 백작 가문에서 태어난 다이애나 비는 1981년 찰스 왕세자와의 결혼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1992년 11월에는 노태우 대통령의 초청으로 방한해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으며, 1996년 이혼 후에도 그녀는 에이즈 퇴치, 대인지뢰 제거 운동 등 활발한 자선활동을 이어가며 선한 영향력을 펼쳤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1997년 8월 31일 36세의 짧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다이애나 비에 대한 추모 열기는 전세계적으로 여전히 뜨겁고, 웨딩 베일 뿐만 아니라 그녀가 남긴 패션 유산은 여전히 유효하다.

2023년 12월에는 그녀가 1986년 밴쿠버 방문 당시 착용했던 이브닝 드레스가 경매에서 약 15억원이라는 최고가를 기록하며, 다이애나에 대한 대중들의 여전한 사랑을 증명했다. 지난 7월 27일(현지시간) 아픈 환자들을 돌볼 때 입었던 드레스는 경매에서 약 7억원에 낙찰됐다고 미국 CNN 방송이 보도하기도 했다.

패션 인플루언서라는 개념이 없던 시대에 이미 전 세계 여성들의 스타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진정한 스타일 아이콘이었으며 영원한 '잉글리시 로즈'로서 그 영향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결혼식장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베일 스타일링

웨딩 베일로 전세계 이목을 이끈 다이애나 비의 웨딩 룩은 오늘날에도 패션계에서 파격적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2025년 4월 바르셀로나 브라이덜 패션위크에서는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최초로 본격적인 브라이덜 런웨이 쇼를 선보이며 펑크 스피릿을 브라이덜 패션에 주입했다. 고(故)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배우자이자 크리에이티브 파트너로 30년을 함께한 안드레아스 크론탈러가 선보인 2026년 브라이덜 컬렉션에서는 클래식하면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웨딩 베일을 쓴 모델들이 등장했다. 쇼의 피날레는 더욱 파격적이었다. 안드레아스 크론탈러가 직접 바닥에 끌리는 화이트 실크 스커트를 입고, 페이스 베일을 착용한 채 런웨이에 올랐다.

샤넬은 2025년 오뜨 꾸뛰르 쇼에서 런웨이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룩을 웨딩 베일로 완성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명품 하우스들이 브라이덜 룩에서 베일을 핵심 요소로 강조하는 것은 이 전통적인 아이템이 여전히 강력한 패션 언어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국내에서도 드라마틱한 베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스타일링이 인기다. 베일에 플리츠, 러플 등 주름을 잡아 입체감과 움직임을 더한 스타일은 전통적인 베일보다 모던하면서도 트렌디한 느낌을 준다. 베일은 흰색이어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컬러 변화를 줄 수도 있다. 한 패션모델은 실제 결혼식에서 검정색 웨딩 베일을 쓰고, 검정색 드레스를 입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다이애나 비가 보여준 것처럼 웨딩 베일은 결혼식장 분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자 오늘날 신부에게 자신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랜드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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