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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제거했더니 강경파가 후계자…이란 사태 '첩첩산중'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입력 2026-03-04 16:31   수정 2026-03-04 16:37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지난달 28일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후계자로 차남인 모즈타바 하메네이(56)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파인 그가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를 경우, 이란과의 대치를 풀기는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러한 결과를 의도하거나 예상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르면 4일 중 하메네이의 후계자가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들은 성직자들이 발표 내용을 검토하고 있지만, 일부는 그가 후계자로 지명되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슬람 전문가인 발리 나스르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지명될 경우 "현재 정권을 장악한 측이 훨씬 더 강경한 혁명수비대 계열임을 시사한다"고 NYT에 설명했다. 모자타바 하메네이는 혁명수비대와 매우 가깝고 이란의 군사 안보 분야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8일 일가족 폭사는 그에게 순교자와 같은 서사를 부여할 여지가 있다.

이외에 성직자인 알리레자 아라피와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손자인 하산 호메이니도 후계자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현재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즈타바 하메네이에 비해 상대적 온건파로 분류된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에 '베네수엘라 모델'이 적용되기를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득권 세력 중에서 미국의 파트너를 골라서 이들이 국정을 맡는 방식이다. 민주화와는 거리가 멀지만 혼란을 줄이면서 미국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고 승리를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란의 차기 지도자가 초강경파가 되어 미국을 향한 결사 항전을 다짐한다면 이는 명분에서도 실리에서도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진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는 이날 프레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부가 이란의 잠재적 지도자로 여겼던 인물 다수가 사망했다"면서 "곧 우리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가 이렇게 했는데도 이전 인물만큼 나쁜 사람이 권력을 잡는 것"이라면서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전쟁은 길어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2~3일을 거론했지만, 이틀 만에 "4~5주나 그 이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란이 장기전 태세를 굳히면서 지상군 파병 없이는 전쟁을 마무리할 수 없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전쟁을 시작한 이유에 대한 오락가락 설명도 혼란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란이 "먼저 공격할 것으로 봤다"고 했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그들이 공격할 것이라고 봤고, 그들이 공격할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전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이 먼저 공격을 결정했기 때문에 미국이 합류해야만 했다고 설명한 것과 맥락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후 루비오 장관은 "지금 공격하지 않으면 1년~1년 반 후에는 아무도 그들을 건드릴 수 없게 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을 결정한 것"이라고 자신의 발언을 수정했다. 최초 설명했던 근거인 '임박한 위협'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방어 전략도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에 "미국 국제금융개발공사(DFC)에 걸프 지역을 통과하는 모든 해운, 특히 에너지 운송에 대해 정치적 위험 보험 및 보증을 매우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도록 지시했다"면서 "필요한 경우 미 해군이 가능한 한 빨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호송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해군이 유조선에 동행할 경우 이란 측의 타격 목표가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동맹과 합심해 이란을 공격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갈등이 불거지는 것도 대 이란전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페인이 방위비를 충분히 올리지 않고 군사 기지 사용도 거절했다면서 "스페인과의 모든 무역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물어서 가능하다는 답변까지 얻었다. 영국을 향해서는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이 없다면서 불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지지자들은 이번 전쟁에 대체로 비판적이다. 터커 칼슨 등 MAGA 진영 주요 인사들은 날선 언어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비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MAGA는 그들이 아니다"고 항변했지만, 중간선거를 앞두고 의식하지 않기는 어려운 처지다. 폴리티코는 백악관과 가까운 익명의 인물을 인용해 "(이란전은) 빨리 끝나야 한다. 이미 악몽"이라면서 "MAGA 연대가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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