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763.22
(161.81
2.73%)
코스닥
1,143.48
(20.90
1.79%)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토큰화, 디지털자산 혁신법 앞에서 다시 묻는 자본시장의 선택[비트코인 A to Z]

입력 2026-03-18 13:16   수정 2026-03-18 13:17


주식 토큰화에 대한 논의는 흔히 ‘블록체인 기술이 주식시장에 접목된다’는 설명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기술의 도입 여부를 넘어선다. 주식 토큰화는 자본시장이 오랜 시간 유지해온 소유, 결제, 중개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다. 2026년을 전후해 이 질문은 더 이상 이론적 논쟁이 아니라 현실적인 판단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주식 토큰화가 본격적으로 거론되는 배경에는 전통 주식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비효율이 있다. 오늘날 주식 거래는 체결과 동시에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청산과 결제, 소유권 이전까지 여러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은 하루 이상의 시간 지연을 전제로 설계돼 있으며 그 비용은 거래 상대방 위험과 유동성 제약이라는 형태로 시장 전반에 누적된다. 이는 일시적인 불편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내재된 비용이다.
주식 토큰화, 기술 도입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비효율이 ‘낡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중앙예탁과 간접 소유 구조는 종이 증권 시절 대량 거래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합리적 선택이었다. 문제는 이 구조가 디지털 환경에서도 거의 수정 없이 유지돼 왔다는 데 있다. 안정성을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 이제는 변화의 속도를 제한하는 인프라가 된 셈이다.

그동안 시장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우회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거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장외시장을 보완하고,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주문 흐름을 활용하며, 결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점점 더 복잡한 증거금 체계를 쌓아 올렸다. 그러나 이는 기존 구조 위에 기능을 덧붙이는 방식일 뿐 구조 자체를 바꾸는 해법은 아니었다.

주식 토큰화는 바로 이 지점에서 등장한다. 핵심은 주식을 단순히 ‘토큰 형태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소유권을 기록하고 이전하는 방식을 블록체인이라는 단일 원장 위에서 다시 정의하겠다는 데 있다. 이 구조가 실현된다면 거래와 결제가 분리될 이유가 사라지고, 자산 이동은 특정 거래소와 특정 시간에 묶이지 않게 된다. 주식은 비로소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자산 형태에 가까워진다.

다만 모든 주식 토큰화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식 자체를 온체인에서 직접 관리하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기존 인프라는 유지한 채 권리 기록만 블록체인으로 옮기는 방식도 있다. 실제 소유권이 아닌 가격 노출만 제공하는 구조 역시 존재한다. 이 차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시장을 어디까지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차이다.

이 지점에서 규제의 역할은 결정적으로 중요해진다. 규제 당국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이 토큰은 무엇을 대표하는가’. 실제 주식에 대한 법적 권리를 온전히 반영하는 구조는 기존 증권법 체계 안에서도 비교적 명확하게 해석할 수 있다. 반면 경제적 노출만 제공하는 구조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훨씬 엄격한 기준을 요구받는다. 최근 글로벌 규제 논의는 토큰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보다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구조만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식 토큰화는 스테이블코인과 미국 국채 토큰화의 다음 단계로 이해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인프라를 바꾸고, 국채 토큰화가 안전자산의 활용 방식을 확장했다면, 주식 토큰화는 자본시장의 핵심 자산을 재설계하는 단계다. 이는 단기적인 유행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 전환의 문제다.

특히 주목할 변화는 전통 금융기관들의 태도다. 거래소와 중앙청산기관, 자산운용사들은 더 이상 주식 토큰화를 주변부 실험으로만 보지 않는다. 제한적이지만 실제 시스템 안에서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 흐름이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특히 디지털자산기본법 개정안은 한국 자본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법은 디지털자산과 토큰 증권을 제도권 금융 안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첫 번째 종합적 기준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다. 한국이 단기간에 주식 토큰화 시장의 선두에 설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어떤 구조를 허용하고 어떤 실험을 제도 안에서 가능하게 할 것인가다. 규제를 통해 토큰화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선택은 단기적으로는 안전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대가는 글로벌 자본과 기술 흐름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주식 토큰화는 만능 해법이 아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하나다. 자본시장은 이미 ‘주식 토큰화가 가능한가’를 묻는 단계를 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기존 구조를 유지하는 데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구조를 다시 설계할 것인가.

2026년은 그 선택의 결과가 시장에서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결과는 특정 기술이나 플랫폼의 성패가 아니라 자본시장을 대하는 각국의 태도 차이로 기록될 것이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주식 토큰화가 기존 시장을 단번에 대체하는 급진적 변화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인프라와 병존하는 형태로 제한적인 적용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일부 비상장 주식이나 사모 시장, 혹은 특정 상품을 중심으로 실험이 축적되고 제도와 기술이 그 속도를 따라가는 방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적 도입’이야말로 인프라 전환의 전형적인 경로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전자결제나 온라인 뱅킹 역시 처음에는 보조 수단에 불과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금융 시스템의 기본값이 되었다. 주식 토큰화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은 예외적인 실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기존 인프라가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인식되는 국면이 올 가능성이 크다. 변화는 늘 주변부에서 시작해 중심으로 이동해 왔다.

이 점에서 정책의 역할은 단순히 허용과 금지를 가르는 데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시장이 실험을 통해 축적한 경험을 제도 안으로 흡수할 수 있는 ‘유연성’이다. 지나치게 앞서가는 규제는 혁신을 위축시키고, 반대로 과도한 방임은 신뢰를 훼손한다. 균형 잡힌 규율이 필요한 이유다.
디지털자산기본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의 역시 이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법의 목적은 새로운 기술을 평가하거나 재단하는 데 있지 않다. 변화하는 자본시장 환경 속에서 최소한의 공통 규칙을 제시하고 시장 참여자들이 예측 가능한 조건 아래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 주식 토큰화 역시 이 틀 안에서 단계적으로 검증될 필요가 있다.

결국 주식 토큰화를 둘러싼 논쟁은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문제가 아니다. 기존 자본시장이 만들어 온 효율과 안정의 균형을, 디지털 환경에 맞게 어떻게 다시 조정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각국의 답은 제도와 정책의 형태로 드러날 것이고 그 차이는 중장기적으로 금융 경쟁력의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지금 그 갈림길에 서 있다.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고 해서 곧바로 도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방향을 잘못 잡을 경우 뒤늦게 따라가는 과정에서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도한 낙관도 지나친 비관도 아니다. 구조를 읽고 선택의 결과를 냉정하게 따져보는 판단이다.

조태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