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약품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를 가져갔던 이른바 ‘4자 연합’이 갈등의 중심에 섰다.
정기 주총을 앞두고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 고향 후배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한미사이언스 기타비상무이사)이 보유 지분을 늘려가는 가운데, 사내 성비위 임원 징계와 로수젯 원료 변경 문제를 두고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신 회장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경영권 분쟁 당시 신 회장과 같은 편에 섰던 임 회장 배우자 송영숙 회장은 사실상 박 대표를 지지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송영숙 회장은 5일 입장문을 통해 “성비위 사건으로 피해를 입으신 분과 큰 실망을 느끼셨을 한미 임직원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각 사 전문경영인은 관련 제도와 내부 통제 시스템을 더욱 공정하고 투명하게 정비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입장문에서 송 회장은 “임성기 선대 회장도 다음 세대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중심이 되고, 대주주는 이사회를 통해 이를 지원하는 선진화된 지배구조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며 “분쟁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모든 고객과 주주들께 약속한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는 전문경영인의 역할과 권한을 존중하고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열린 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한미약품 팔탄공장 성추행 사건에 대한 사내 조사 계획이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에게 미리 유출된 점, 원가 절감을 위해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수젯 원료의 중국산 변경이 추진되는 점에 대해 신 회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대표는 신 회장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흔들고 있다면서 “로수젯 원료를 미검증 중국산 원료로 바꾸면 정말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임기 만료를 앞둔 그는 “이번 주총에서 연임을 하든, 하지 못하든 개의치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동국 회장은 현재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 주주(16.43%)이다. 신 회장은 송영숙 회장,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과 임 회장 장남인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 차남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사이에서 벌어진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다. 결국 한때 임종윤·종훈을 지지했던 신 회장이 다시 송 회장 모녀의 손을 들면서 경영권 분쟁은 모녀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런데 최근 신 회장이 임종윤 회장 측 지분 6.45%를 추가로 매입한다는 사실이 공시되면서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추가 매입 지분까지 합하면, 신 회장은 개인 회사인 한양정밀 지분(6.95%)까지 총 29.83%를 확보하게 된다.
당장의 여론은 박재현 대표에게 유리한 흐름인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데다, 약사회가 “의약품 원료 변경은 단순한 경영 판단이나 비용 절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건강 및 의약품 신뢰와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로수젯 원료 변경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 회장의 지주사 지분율이 30%에 육박하는 만큼, 지금의 갈등이 경영권 분쟁으로 표면화했을 때 결과를 예상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한미약품 이사 10명 중 박재현 대표를 비롯한 이사 5명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한미사이언스의 한미약품 지분율은 41.42%로 신 회장은 한미약품 지분도 7.72%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은 최근 한미사이언스 지분 매입에 대해 “임종윤 사장이 요청을 해 매입한 것일 뿐 그 이상 이하의 의미는 없다”면서 “4자연합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확대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성추행 임원 관련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한미사이언스를 제외한 사업 회사 임원 인사에 관여한 적이 전혀 없다”며 “박 대표가 설 직전 예고 없이 찾아와 본인의 연임을 부탁하면서 오간 대화 중 특정 부분만 끊어 기사화됐다”고 해명한 바 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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