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건축은 도시의 기억입니다. 정치적 구호로 없애겠다고 말할 대상이 아닙니다.”
서자민 아지트스튜디오 소장(오른쪽)은 최근 공공건축을 둘러싼 논쟁을 이렇게 바라봤다. 건축물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시민의 시간과 경험이 쌓이는 장소라는 설명이다. 그는 건축이 개인의 삶부터 도시의 역사까지 연결한다고 강조했다.
서 소장은 연세대 건축학과와 펜실베이니아대(UPENN)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원오원아키텍스 등을 거쳐 2017년 아지트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설립했다. 2021년 국토교통부 건축인재육성사업에 선정됐고, 2023년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했다.
허근일 소장은 고려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근무했다. 제25회 김태수 건축여행장학금을 받고, 2021년 국토교통부 건축인재육성사업에 선정됐다. 2023년부터 아지트스튜디오 공동대표로 일하고 있다.

서 소장은 최근 공공건축을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우려를 나타냈다. 대표적 사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논쟁을 언급했다. 정권이 바뀌면 건축물을 없애겠다는 식의 발언이 제기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공공건축이 시민의 기억이 축적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서 소장은 "건물 하나가 만들어지고 사용되면서 도시의 시간과 경험이 그 안에 담긴다"며 "정치적 이해관계로 이를 부정하는 태도는 건축가의 노력과 도시의 기억을 동시에 무시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 소장은 공공건축의 의미를 도시 정체성과 연결했다. 공공건축은 국가와 도시의 얼굴을 형성하는 요소라는 설명이다. 건물은 환경과 문화 속에서 사회의 성격을 드러낸다고 했다.
"건축은 개인 삶과 밀접하게 작동합니다. 사람들이 특정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만든다는 것이죠. 그런 경험이 축적되면 장소성으로 이어집니다. 시간이 흐르면 역사로 남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해외 도시를 찾는 이유도 비슷하다고 했다. 건축물과 공간이 가진 분위기가 도시의 매력을 형성한다는 설명이다. 아름다운 경관뿐 아니라 위생과 환경 역시 도시 경험을 구성한다고 봤다.
허 소장 역시 공공건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공공시설이 사회 기반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며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공간이기 때문에 사회적 필요가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소장은 경제 수준이 높아질수록 공공건축 기준도 함께 상승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 소장은 "공공시설은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공간"이라며 "학교와 우체국, 지하철 같은 시설이 대표적 사례로 이런 장소는 접근 방식부터 민간 건축과 다르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의 강한 아파트 선호 현상에 대해서는 공동 주거와 집의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는 효율성을 위해 만들어진 공동 주거 형태라는 설명이다. 허 소장은 "대규모 주거 단지가 사회적 역할을 수행한다"며 "합리적인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구조이지만 개인 삶의 일부가 희생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 소장은 공동 주거를 일종의 중간 단계로 이해했다. 그는 "궁극적 의미의 집과는 다른 개념"이라며 "개인이 직접 지은 주택이 더 큰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소장은 아파트 선호가 주거 자체보다 주변 환경과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단지 내부의 커뮤니티와 편의시설이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공원과 산책로 같은 시설도 선호 이유로 꼽았다. 서 소장은 "이런 환경이 도시 전반에 확산한다면 아파트 집중 현상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공공건축과 공공공간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좋은 집의 기준에 대한 질문에는 개인의 삶과 연결된 답이 이어졌다. 허 소장은 집이 인간 사고를 확장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집의 구조가 생활 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허 소장은 "주택이 인간이 누려야 할 중요한 가치"라며 "집을 바꾸면 삶의 방식도 변하는 만큼 좋은 집은 개인과 잘 맞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서 소장은 좋은 집을 “깨어 있는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거주자의 취향과 삶이 반영된 장소라는 의미다. 그는 "휴식과 일상 활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 소장은 다른 건물에 영향을 주는 건축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선구적인 설계를 통해 건축 분야를 확장하고 싶다는 포부다. 그는 "건축을 학문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단순한 설계 작업을 넘어 사회적 가치와 연결된 분야"라고 강조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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