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주변국 움직임이 이란 사태 장기화의 주요 변수입니다. 이들이 본격 참전하면 분쟁은 더 확대되고 장기화할 수 있습니다."
미국 전략자문사 더 아시아 그룹(TAG) 렉슨 류 사장은 지난 6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중동사태의 장기화 전망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류 사장은 국무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란 핵 비확산 등의 대외 정책을 맡았고,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척 헤이글 국방부 장관 비서실장을 역임한 지정학 전문가다. 현재 전쟁부 장관 직속 국방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역할도 하고 있다. 류 사장은 "이란 사태가 얼마나 길어질지가 관건이며, 장기화할 경우 동아시아의 안보와 경제적 등 광범위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란 사태가 현재 아시아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석유와 에너지 관련 문제는 이미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적 금융 흐름과 공급망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어 모두가 주시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이 충돌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어떻게 예상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전쟁이 장기화할까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필요한 만큼 계속될 것'이라고 했고, 또 '4~5주 정도가 될 수 있다'라고도 말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이 끝없이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신속하고 결정적으로 끝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갈등이 잦아들지 지속될지 여부에 대해선 아무도 모릅니다. 대신 여러가지 징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는 미국이 이란의 새 지도자를 계속해서 군사적 표적으로 삼느냐 하는 것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모두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이 선출될 경우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란 지도부를 제거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한 갈등이 계속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신호입니다"
▶분쟁의 양상에 영향을 미칠 가장 큰 변수는 무엇인가요.
"중동의 주변 국가들이 군사적 충돌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느냐는 문제입니다. 예컨대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튀르키예 같은 나라들이 (이란의 공격에 대응해) 참전하면 분쟁은 확대되고 격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분쟁이 더 오래 지속될 위험도 커진다고 봅니다. 이란은 자신들이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오래 지속될수록 유조선 통행이 크게 줄어들 것이며 한국, 일본, 중국 같은 나라들이 가진 에너지 전략 비축분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쿠르드 민병대의 개입은 큰 파장을 일으킬까요.
"(미국이) 쿠르드족으로 알려진 집단들을 무장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실제 군사적 개입을 한다고 해도 이번 전쟁에 실질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란 북부 지역에만 어느 정도의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하지만 반군 세력이 테헤란까지 세력을 넓혀 정권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를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전쟁 장기화를 가정했을 때 우려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더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전개될 위험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의 군사 행동이 더욱 확대되면 이란 정부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할 정도까지 갈 수 있습니다. 이란 내부의 안정이 붕괴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게 가장 큰 위험 요소입니다. 또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상당히 많은 무기를 사용하는 상황인데, 북한 등 동북아 지역 위협에 대응하는 무기 비축량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란 사태로 미·중 관계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요.
"미국은 이란에 앞서 지난 1월 베네수엘라에서도 군사 작전을 감행했고, 이들은 중국과 에너지 협력 관계 뿐만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 국가들입니다. 분쟁은 미·중 관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고, 상황이 몇 주 더 계속된다면 (오는 4월께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이 재검토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작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미·중은 관세 휴전에 합의했고, 올해 양자 회담과 중국에서 열리는 APEC, 미국이 개최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에서 대화가 이어지는 흐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란 사태로 상황이 반전된다면 그 영향은 훨씬 더 넓게 퍼질 수 있습니다. 각국 정부뿐 아니라 이 지역의 기업들에도 큰 파급 효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미·중 관계 악화로 미국과 협업하는 한국 기업의 중국 사업도 차질을 빚을까요.
"한국 기업의 사업에 중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기업계에선, 특히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기업들이 여러 분야에서 미국과 함께 눈에 띄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에게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도된 바와 같이 중국 정부가 한화를 지목해 제재한 사례는 중국에 의한 경제적 강압의 한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지정학적 전략을 반드시 예측해야 하며, 특정 분야에선 중국과 서방 시장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몰릴 것입니다"
▶대미 관계에선 한국의 과제가 무엇일까요.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성공적으로 협력해 왔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합니다. 관세 문제는 매우 어렵고 민감한 주제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재명 대통령과 그의 팀이 초기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으로 대응했다고 생각합니다. 투자 합의를 포함해 양자 간 프레임워크가 발표됐고 국방과 안보 문제에 대한 초기 협의는 비교적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얼마 전 투자의 빠른 진전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또 한 번 관세 인상 압박을 받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놀랐습니다. 당장은 투자와 관련해 어떤 진전이 있을지 신속하게 조율하는 게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아시아 그룹(TAG)는 미국과 아시아 각국 정부·기업에 지정학적 전략 자문을 제공하는 컨설팅 기업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국무부 부장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 등을 역임한 커트 캠벨이 2013년 공동 설립했다. TAG에는 미국 국무부 등 주요 정부부처에 재직했던 인사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도 TAG의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으며, 조셉 윤 전 주한미국대사대리도 한국 부임 전 TAG에서 선임고문으로 일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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