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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정면 충돌 피했다…트럼프 방중 앞둔 中의 노림수

입력 2026-03-08 15:00   수정 2026-03-08 15:14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외교부장이 미국과 대화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이란 공격 관련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인한 중동 정세 격화와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에 대한 정면 충돌 대신 중국 중심의 새로운 다극화 세계 질서를 내세우고 있다는 의미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8일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외교부장 기자회견에서 "미·중 양국이 교류하지 않으면 오해와 오판을 초래할 뿐이고, 충돌과 대결로 나아가 세계에 화를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미국은 모두 대국으로, 서로를 바꿀 수는 없으나 우리는 공존의 방식은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왕 부장은 이란 전쟁이 개시된 이후 지난 1∼3일 러시아·이란·이스라엘 등 각국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미국·이란의 공격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던 만큼 양회 때 공개될 중국 측의 입장에 전 세계 관심이 집중돼왔다.



예상과 달리 그는 미국을 겨냥한 명시적 비판을 하지 않은 채 "우리를 위안시키는 것은 양국 정상이 직접 나서서 최고 층위에서 양호한 왕래를 유지해 중·미 관계 개선·발전에 중요한 전략적 보장을 해줬다는 점"이라고만 강조했다.

다만 이란 전쟁에 대해 "일어나서는 안 될 전쟁"이라며 즉각적인 휴전과 정치적 해결을 촉구했다.

왕 부장은 "중동이 전쟁의 불길에 휩싸인 상황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 본래 일어나서는 안 될 전쟁이며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전쟁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역사는 무력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보여줬다"며 "무력 충돌은 새로운 증오와 위기를 낳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왕 부장은 이란과 중동 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 원칙으로 국가 주권 존중, 무력 남용 반대, 내정 불간섭, 정치적 해결을 제시한 뒤 "주권은 현 국제질서의 기초로, 이란과 걸프 지역 국가들의 주권과 안전, 영토 보전은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힘이 강하다고 해서 반드시 도리가 강한 것은 아니다"라며 "세계가 약육강식의 정글 법칙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그러나 미국의 이란 침공을 비판하면서도 미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각국은 가능한 한 빨리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 평등한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며 "특히 주요국들은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비판을 줄이는 대신 다극화 추진 입장은 한층 적극적으로 제시됐다. 왕 주임은 "중국과 미국은 당연히 세계에 중대한 영향을 주지만, 우리는 이 행성에 190여개 국가가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며 "다원·공생이야말로 인류 사회 본연의 모습이고, 다극·공존이야말로 국제 구도의 마땅한 모습"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중국은 절대 강대국이 되면 반드시 패권을 추구하는 옛길을 가지 않고, '강대국 공동통치' 논리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해 4월 '주변외교 공작회의' 이후 아시아 각국을 포함한 '주변외교' 비중을 높이고 있다.


한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으로 관계가 악화한 일본을 향해서는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왕 부장은 "역사는 일본에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주고 있다"며 "일본 국민이 눈을 똑바로 뜨고 누군가 다시 과거의 길을 되풀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만 문제는 전적으로 중국의 내정"이라며 "중국의 대만 지역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본이 어떤 자격으로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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