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지난달 봉형강 수출액은 2억894만달러(약 3090억원)로 1년 전보다 27.0% 증가했다. 미국 수출이 전체 실적 증가를 견인했다. 대미 봉형강 수출액은 6686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27.8% 급증했다. 한 달 전인 1월 9270만달러로 594.4% 늘어난 데 이어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
미국의 왕성한 수요 덕분에 내리막길을 걷던 한국산 봉형강 수출 실적은 작년 12월(21.5% 증가)부터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갔다. 올해 1월에는 2억981만달러로 53.4% 늘어 2022년 8월 후 3년5개월 만의 최대를 기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현지 건설 수요 증가가 침체에 빠진 국내 철근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가 2030년까지 매년 10%대 성장을 이어가며 철근 등 건축자재 가격 상승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은 운송 비용과 관세 부담에도 미국으로의 봉형강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현지 데이터센터 건설 붐에 따른 수요 급증과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국내 철근 가격이 맞물려 무거운 철근의 장거리 수송을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철강수요 백열 수준으로 뜨겁다"

올해 1~2월 누적 수출금액은 4억1875만달러(약 6100억원)로 전년 동기(3억128만달러)보다 39.0% 증가했다. 전체 철강 제품 수출이 42억9448만달러로 2.9%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증가세다. 봉형강은 철근과 H형강 등 주로 건물 골조에 쓰이는 제품이다.
봉형강과 달리 다른 철강 제품 수출은 이 기간 일제히 감소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판재류는 29억6254만달러로 5.8% 줄었다. 속이 빈 철강재인 강관 수출금액도 3억3951만달러로 13.3% 축소됐다. 형틀에 쇳물을 부어 만드는 주강, 내구성을 키운 단강 수출액은 합쳐서 1억4395만달러로 12.2% 감소했다.
‘나홀로’ 수출 증가의 핵심 배경은 미국의 철근 수입 수요 급증이다. 대미 봉형강 수출금액은 1~2월 누적 1억6000만달러(약 2370억원)로 1년 전보다 703.7% 급증했다. 작년 4분기에 131.1% 증가해 눈길을 끈 데 이어 증가 속도가 더 가팔라졌다.
데이터센터 건설 붐으로 미국이 한국산 철근 수입을 대폭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 인프라를 운영하는 빅테크)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한 건설 프로젝트를 동시다발로 추진 중이다. 미국 최대 전기로 철강사 뉴코어의 리언 토팰리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월 분기실적 발표 당시 “데이터센터의 철강 수요가 ‘백열(white hot)’ 수준으로 뜨겁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현지 철근 가격 상승세도 건설업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국산에 눈을 돌리게 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의 콘크리트 보강용 철근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올해 1월 330.6으로 작년 동월(276.3) 대비 19.7% 상승했다. 반대로 국내 철근 가격은 건설경기 침체로 수년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t당 가격은 작년 상반기 850달러로 2022년 상반기(1135달러)와 비교해 25.1% 하락했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알제리 등 기존 대미 철근 수출국 물량이 관세 등 여파로 감소하며 공급 공백이 생겼다”며 “미국 기업들이 이 공백을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산으로 메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최대 철근 생산업체인 현대제철은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인 아마존과 협력해 저탄소 강재를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데이터센터에 친환경 자재 사용을 의무화하는 규제 방향을 반영한 전략이다. 철근 생산능력 국내 2위 동국제강은 지난해 AI 데이터센터 맞춤형 특수 강재인 디-메가빔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일반 건물보다 훨씬 큰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강도를 대폭 높인 형강 제품이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존스랑라살(JLL)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용량이 지난해 103GW에서 2030년 200GW로 연평균 14%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건설비용은 ㎿당 1130만달러로 전년 대비 6%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앤드루 뱃슨 JLL 데이터센터 리서치헤드는 “데이터센터 산업이 역사상 최대 인프라 투자 슈퍼사이클의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며 “전력부터 부동산까지 다양한 산업을 동시에 재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시욱/전예진 기자 siook95@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