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미국이 아닌 국가로 대학 간 협력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미·중 첨단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의 대중 견제가 심화하자 싱가포르·영국·한국 등 다양한 국가와 새롭게 '대학 동맹'을 맺고 있는 셈이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교육부는 최근 285개의 중국·해외대 합동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승인된 건수는 사상 최고치다. 새롭게 협력 관계를 구축한 곳은 러시아, 이탈리아, 독일, 뉴질랜드, 한국 대학 등으로 다양하다.
미국 정부는 미·중 학술 협력이 중국의 군사력과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 발전에 기여한다면서 기존 합동 프로그램의 종료를 요구해왔다. 실제 상하대교통대와 미시간대의 공동연구소는 안보·정치적 문제를 이유로 지난해 협력 관계를 종료했다. 조지아공대, 피츠버그대 등도 중국 내 연구소나 협력 프로그램을 줄줄이 폐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폐쇄 사례가 중국의 초국가적 고등교육 협력 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정치적 갈등이 학술 협력의 가능성과 한계를 새롭게 규정한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에서 학술 파트너십을 운영하는 미국 대학들은 미국 정치권의 감시가 점점 강화되는 상황에 놓인 상태다.
이렇다 보니 중국은 다양한 국가와 적극적으로 합동 프로그램을 구축하면서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미시간대와 협력 관계를 종료한 상하이교통대가 싱가포르 난양공대와 국제공과대를 설립키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SCMP는 "중국 교육부가 새로 승인한 프로그램들은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 집중돼 있다"며 "중국 제조업 기반을 지탱할 수 있는 실용 공학 중심의 파트너십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교육 지형도 에너지 공급망 확대처럼 글로벌 다각화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편 이번에 새로 승인된 프로그램은 중국 본토 31개 성급 행정구역 가운데 27개 지역에 분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과 서부 지역 등 상대적으로 발전 수준이 낮은 지역에 고등교육을 확대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담았다는 분석이다.
중국에선 지정학적 위험 때문에 미국 유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일부 중국 학생들의 비자가 무더기로 취소된 영향이다. 미·중 관계가 해빙 무드에 접어들더라도 중국 학생에 대한 감시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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