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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관 라이프자산운용 부사장
4일엔 전쟁이 단기에 종료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으로 9.63%나 급등했는데, 이는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었다. 불과 며칠 사이에 공포와 안도가 교차하는 극단적인 장세가 연출된 것이다. 그리고 9일에는 5.96% 하락했다가, 오늘은 장중 기준 다시 5% 대 상승하면서, 유례 없는 변동성 장세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문제는 같은 시기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유독 한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과도하다는 점이다. 아래 표와 같이, 3월 9일 기준으로 S&P500이 1.20%, 항셍지수 5.07%, 가권지수 9.33%, 닛케이가 10.40% 하락한 반면, 코스피는 15.89%가 하락했다.
2025년 한 해 75.63% 상승하면서 전세계 주가지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고, 올해도 2월말까지 무려 48.17%나 상승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었지만, 지난주부터 이어진 큰 폭의 변동성은 한국 증시의 저변이 여전히 얕아 외부 충격에 수급 기반이 쉽게 흔들린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는 최근 “수년 간 소외받아 온 한국 주식시장에 모멘텀 트레이더들이 진입했다”며 “묵시록의 네 기사 중 하나(one horse of the apocalypse·종말 징후)가 나타난 것”이라며 경고했다.
모멘텀이 유입된 시장은 모멘텀이 꺾일 때 유입된 속도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로 해석된다. 실제 업계에서는 영국 등지에 소재한 퀀트 알고리즘 기반의 헤지펀드들이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시장에서의 데이트레이딩(당일 매매) 포지션을 크게 늘려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시장 참여자들의 전략과 접근방식이 다양해지는 것은 시장의 질과 유동성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으나, 초단기 투자자들의 급증은 단기 변동성을 극단적으로 키울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다.
기관과 외국인의 장기 자본이 시장의 저변을 두텁게 받쳐주지 못하는 구조에서는 단기 급등 뒤에 반드시 급락이 뒤따를 것이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자본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FOMO의 대가: 고점에 산 사람들
이런 시장에서 가장 힘든 사람들은 늘 초보 투자자들이다. 특히 최근 몇 달간 급등한 주식시장에 대한 FOMO(Fear of Missing Out), 즉 '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조급함 때문에 뒤늦게 고점에서 주식을 매수한 경우가 많았다. 상승장에서는 SNS에 수익 인증이 넘쳐나고, 연예인이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뉴스들도 심심치 않게 돌아다닌다.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도 역대급이다. 필자도 일부러 대형 증권사 객장을 찾아가 보기도 했다. 주가가 급락하던 날에도 객장은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대기표를 뽑자, 안내직원이 2시간 정도 대기해야 한다고 일러줬다.
오죽하면 한 저축은행에서는 예금이 너무 많이 빠져나가 신규 대출을 중지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런 때일수록 '나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심리적 압박이 거세지고, 보유 현금의 대부분, 심지어 신용까지 일으켜 주식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제법 있을 것이다. 시장이 흔들리는 순간, 그 선택의 대가는 가혹하다.
현금은 미투자 자산이 아니라 옵션이다
주식시장에서 현금은 종종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돈'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현금은 단순한 미투자 자산이 아니라 옵션(option)이다. 즉, 시장이 급락할 때 기회를 살 수 있는 권리라는 뜻이다. 워런 버핏은 “남들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라(Be fearful when others are greedy and greedy when others are fearful.)”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탐욕스러워져야 할 때, 쏠 총알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버핏은 또 “위기의 상황에 용기와 결합된 현금은 값을 매길 수 없다(Cash combined with courage in a crisis is priceless.)”고도 했다.
‘현금을 얼마나 보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펀드 매니저들이 참고하는 몇 가지 실용적인 기준은 있다.
우선, 시장의 밸류에이션 수준에 따라 현금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다. 글로벌 유동성이 한국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S&P500과 같은 주요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참고하는 것도 방법이다. PER이나 PBR같은 지표들이 평균 대비 고평가 된 구간에서는 현금 비중을 높이고, 저평가 구간에서는 줄이는 식이다. 이는 단순하지만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기계적 기준이 된다.
또 하나의 방법은 분할 매수다. 포지션을 구축할 때 한꺼번에 매수하기보다는 지수 수준과 타이밍을 나눠 분산하는 전략을 세워두면 공포 속에서도 계획대로 행동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급락 시점에 매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규칙을 정해두는 것이다.
현금의 기회비용을 최소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MMF(머니마켓펀드)나 단기채 펀드 등에 두면 연 3% 대의 안정적인 수익을 얻으면서도 필요할 때 즉시 주식 투자로 전환시킬 수 있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돈이 일하게 하는 것이다.
투자는 대응의 영역: 준비된 현금의 필요성
투자는 예측의 영역이 아니라 준비와 대응의 영역이다. 펀더멘털의 변화보다 훨씬 큰 변동성을 보이는 이런 장세에서 다시 한번 투자의 기본 원칙을 되새겨 본다. 상승장에서는 현금을 들고 있는 사람이 가장 어리석어 보인다. 그러나 시장이 흔들리는 순간, 그 현금보다 강력한 무기는 없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