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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불행한 규제,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지난 1일부터 음식점에 반려동물 동반 출입이 가능해졌다. 여기엔 ‘허용’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그 말은 곧, 지금까지는 금지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얼핏 보면 합법적 허용이라는 점에서 반가운 변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전용 출입구, 구획된 공간, 위생 기준, 행정처분 리스크 등 수많은 조건이 따라붙었다. 업주들은 조용히 ‘노펫존’을 택하고 있다. 허용이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사실상 금지에 가깝다. 견주도 답답하고, 업주도 난감하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애초에 왜 ‘원칙적 제한’이 출발점이었나.식당 주인은 원래 합리적으로 판단한다. 위생 기준을 어기면 손님을 잃는다. 손님도 합리적으로 판단한다. 동물이 불편하면 그 식당에 가지 않으면 된다. 반려동물을 환영하는 업소와 그렇지 않은 업소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구분되고, 고객은 취향에 따라 선택한다. 이것이 정상적인 시장의 작동 방식이다.
그 자율의 질서를 허문 것은 일부 ‘불편한 사람들’의 민원이었다. 민원이 쌓이면 정부는 대응할 수밖에 없다. 위생, 동물, 방역, 요식업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소집된다. 각자는 자기 영역에서 합리적인 의견을 낸다. 그런데 그 합리적 의견들이 한데 모이면, 비현실적인 규제가 탄생한다. 애초에 잘못된 문제를 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도 마찬가지다. 2017년 사실상 원천금지에 가까운 조치가 나온 뒤, 특금법 개정을 거쳐 지금은 5개 거래소 체제가 굳어졌다. 그리고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법인 투자 허용과 외국인 투자 허용이 뒤늦게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VASP를 취득한 사업자도, 취득하지 못한 사업자도, 개인 투자자도, 법인도 누구 하나 만족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 규제 체계 아래서 과연 누가 행복한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이 불편한 사람은 참여하지 않으면 된다. 혁신이라고 판단하는 기업은 투자하면 되고, 사기라고 판단하는 투자자는 거리를 두면 된다. 신뢰할 수 있는 사업자는 시장에서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사업자는 도태된다. 이 역시 시장의 정상적인 작동 방식이다. 그런데 2017년에는 소수의 ‘불편한 사람들’이 가상자산의 존재 자체에 강한 불만을 표했고, 그 결과 시장의 정상적인 작동 체계가 원천적으로 막혀버렸다. 결과는 반려동물 출입 문제와 닮아 있다. 모두가 불행해졌다.
두 사례의 구조는 똑같다. 규제 자체가 비합리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최고의 전문가들이 가장 정교한 방식을 만들었을 것이다. 문제는 방향이다. 애초부터 ‘막아야 한다’는 대전제가 굳어진 상태에서, 그다음에야 ‘무엇을 어떤 조건으로 허용할 것인가’를 고민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논쟁의 출발점부터 잘못됐다. 핵심은 ‘왜 허용해야 하는가’가 아니었다. 진짜 질문은 ‘왜 처음부터 금지했는가’였다. 소수의 주관적 불편이 다수의 자유와 산업 발전을 제한하는 근거가 됐다. 그리고 그 불편에 응답한 규제는 전문가의 손을 거치며 점점 더 정교해졌다. 그러나 그렇게 정교해진 규제 아래서 정작 누구도 이익을 얻지 못했다.
좋은 규제는 시장이 실패하는 지점에 개입하는 것이다. 수십 년 전 어느 한 음식점에서 누군가 개에 물리는 사고가 있었다고 해서, 전국 모든 식당과 카페에 모든 개와 모든 견주의 출입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 가상자산 시장도 다르지 않다.
좋은 규제는 오늘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누구나 아이 둘을 낳고, 형편이 넉넉한 집에서나 마당 있는 집에서 큰 개를 키우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30대의 절반 이상이 미혼이고,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많이 팔리는 시대다. 가상자산 거래량이 코스피와 코스닥 합산 거래량을 넘어서는 시대이기도 하다.
규제는 시대를 따라가야 한다. 시대보다 앞서갈 필요는 없다. 더구나 과거 일부의 ‘불편함’에 매달려 오늘의 시장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 시장은 순리대로 답을 낸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그 순리를 일단 금지한 뒤 조건부로 허용하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그 선택 자체를 막지 않는 것이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코빗 리서치센터 설립 멤버이자 센터장이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건과 개념을 쉽게 풀어 알리고,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전략 기획,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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