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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믹서가 범죄의 딱지를 뗀다…그러나[비트코인 A to Z]

입력 2026-03-23 10:59   수정 2026-03-23 11:00




암호화폐에는 믹서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자금의 흐름을 뒤섞어주는 서비스입니다. 가령 홍길동이 심청이에게 10만원을 보내고, 성춘향이 이몽룡에게 30만원을 보낸다고 합시다. 홍길동의 10만원과 성춘향의 30만원을 일단 섞습니다. 그리고 1만~2만원 단위로 쪼갭니다. 다시 20만원으로 묶습니다. 다시 5만원 단위로 나눕니다. 이런 작업을 몇 차례 반복한 뒤 심청이에게 10만원, 이몽룡에게 30만원을 주는 식입니다.

이런 작업을 하는 이유는 블록체인의 투명성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공개 블록체인에서는 모든 거래가 누구나 볼 수 있는 장부에 기록됩니다. 아무리 떳떳하더라도 내 자금의 모든 이동경로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믹서는 이 투명성의 반대편에 서서 거래 당사자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도구입니다.
범죄 도구일까, 프라이버시 수단일까
반면 믹서가 범죄 수익을 세탁하는 데 악용될 수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범죄 자금의 전달이 많은 경우 은행의 실명계좌 간 이체가 아닌 현금 거래로 이뤄지는 건 자금의 출처와 흐름을 숨기기 위한 목적입니다. 믹서의 등장은 이런 작업을 훨씬 간편하게 만들었습니다. 프라이버시의 이면에는 자금세탁이 있었던 겁니다.

그러던 중 2022년 8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암호화폐 믹서 서비스 토네이도캐시를 제재 대상 목록(SDN리스트)에 올렸습니다. 북한이 배후로 추정되는 해커 조직 라자루스그룹이 수억 달러의 탈취 자금을 세탁하는 데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이유였습니다. 이때부터 암호화폐 믹서는 사실상 범죄 인프라로 규정됐고 관련 범죄 소식이 나올 때마다 믹서는 ‘범죄자의 도구’로 묘사되어 언론에 오르내렸습니다.

그런데 3월 초 미국 재무부가 정반대의 메시지를 의회에 보냈습니다. “합법적 디지털자산 이용자는 공개 블록체인에서 거래할 때 금융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기 위해 믹서를 활용할 수 있다.” 같은 재무부가 낸 보고서인데 이 한 문장이 프라이버시 논쟁의 지형을 바꿨습니다. 믹서가 범죄의 딱지를 떼어내기 시작한 겁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7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스테이블코인 관련법(GENIUS법)에 따라 재무부가 의회에 제출한 의무 보고서입니다. 재무부는 220건 이상의 공개 의견을 수렴하고 금융기관, 블록체인 분석 업체, 법집행기관과 협의를 거쳐 32쪽 분량의 보고서를 완성했습니다.

보고서는 믹서의 합법적 용도를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개인 자산 규모의 보호입니다. 공개 블록체인에서는 누구나 특정 지갑 주소의 잔액과 거래 내역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믹서는 이 노출을 차단합니다. 둘째, 사업 거래의 비공개입니다. 기업 간 결제나 급여 지급 내역이 경쟁사에 공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셋째, 자선 기부의 익명성입니다. 기부자가 원치 않는 관심을 피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소비자의 디지털자산 결제 사용이 늘어나면 소비 습관에 대한 프라이버시 수요도 함께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단순히 현재의 합법성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미래 수요까지 예측한 것입니다.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물론 보고서가 믹서를 무조건 옹호한 것은 아닙니다. 2024~2025년 북한 연계 해커들이 최소 28억 달러어치의 디지털자산을 탈취하면서 믹서를 활용했다는 내용도 함께 담겼습니다. 이렇게 보면 보고서의 구조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로 읽힙니다. 합법적 용도와 불법적 악용을 나란히 배열함으로써 믹서에 대한 선악의 판단을 접어두고 인간이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목적이 달라지는 ‘이중 용도’ 기술이라는 프레임을 공식화했습니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인간이 나쁜 목적으로 쓰는 것을 어떻게 막느냐 하는 문제가 됩니다. 보고서는 의회에 디지털자산 전용 ‘동결법(hold law)’을 제정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거래소 같은 곳에서 의심스러운 디지털자산 이체를 탐지하면 법원 명령이나 정식 기소 없이도 해당 자산을 일시적으로 동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자는 것입니다. 수사기관은 동결 기간 동안 적절한 법적 절차를 밟을 시간을 갖게 됩니다. 동결을 실시한 플랫폼에는 법적 책임을 면제해줍니다.

즉각 비판이 나왔습니다. 현행 의심거래보고(SAR) 규정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SAR을 제출한 사실 자체를 고객에게 알릴 수 없습니다. 재무부가 제안한 동결법이 SAR 체계와 결합되면 거래소 이용자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보유 자산이 묶일 수 있습니다. 왜 그랬는지 설명을 듣지 못하고, 기한도 제시받지 못하며, 이의를 제기할 경로도 불분명해집니다. 은행이 의심거래를 보고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은행 수준의 경험과 보호장치가 없는 코인거래소가 자칫 애먼 사람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보고서는 또 탈중앙화금융(DeFi) 프로토콜에 대한 자금세탁방지(AML) 및 테러자금조달방지(CFT) 의무 부과 방안도 제안했습니다. 탈중앙화금융 서비스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실질적으로 운영에 관여하는 사람이나 기업에 의무를 지우자는 뜻입니다. 도로를 규제하는 게 아니라 도로 위의 운전자를 규제하겠다는 접근입니다.

분명 일괄 규제보다는 정밀하지만 누가 ‘운전자’인지 가려내는 일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디파이에서는 코드를 작성한 개발자, 거버넌스 투표에 참여하는 토큰 보유자, 유동성을 공급하는 이용자, 프런트엔드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팀 모두가 부분적으로만 관여하고 아무도 전통적 의미의 ‘운영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믹서가 법적 정당성을 갖춰가는 과정에서 토네이도캐시는 어떻게 됐을까요?

토네이도캐시 공동창업자 로만 스톰은 2023년 자금세탁 공모, 제재 위반 공모, 무허가 송금업 공모로 기소됐습니다. 스톰은 자신은 코드를 작성한 개발자일 뿐 운영자가 아니라고 항변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4주간 진행된 재판은 무허가 송금업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나머지 두 혐의에 대해서는 배심원들이 만장일치에 이르지 못해 유무죄가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연방재판에선 이런 경우 검찰이 같은 혐의로 다시 재판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재무부 보고서가 나온 지 이틀 뒤인 3월 9일 법무부는 재(再)재판을 법원에 신청했습니다. 각각 최대 20년형입니다. 재무부가 “프라이버시는 합법”이라고 쓴 보고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같은 행정부의 법무부가 프라이버시 도구 개발자를 다시 법정에 세우겠다고 나선 겁니다. 이 모순이 해소되지 않는 한 미국에서 프라이버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의 법적 위험은 불확실한 상태로 남을 것 같습니다.

김외현 비인크립토 동아시아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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