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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전쟁발 대인플레이션(GI) 우려…차기 한국은행 총재는[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읽기]

입력 2026-03-15 15:36   수정 2026-03-15 15:37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지속되면서 대인플레이션(GI·Great Inflation)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차 오일쇼크 당시 아서 번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려 물가를 키웠다는 데서 비롯된 이 용어는 중앙은행이 정치화됐을 때 자주 거론된다.

취임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Fed를 흔들면서 GI가 일찍부터 우려돼 왔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Fed가 독립성이 상실되면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면서 물가가 2040년까지 41%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처럼 국가채무가 많은 여건에서는 GI 우려에 따라 국채금리까지 급등해 재정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트럼프 정부의 돈로주의식 보호주의
문제는 최근 상황이 2차 오일쇼크 때보다 안 좋다는 점이다. 지미 카터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교체기와 맞물렸던 1980년 전후 미국의 통상정책은 자유무역을 지향해 관세가 물가안정에 도움이 됐다. 국가채무비율도 국제통화기금(IMF)의 위험수위를 크게 밑돌아 재정위기가 우려되지 않았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트럼프 정부의 돈로주의식 보호주의로 고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요인이 크다. 국가채무비율도 100%를 넘어 Fed가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국채금리는 상승하는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피벗을 단행한 2024년 9월 이후 기준금리가 1.75%포인트 내렸지만 10년물 국채금리는 0.4%포인트 올랐다.

정책 처방도 2차 오일쇼크 이후 스태그플레이션을 맞아 레이건 정부는 정책 목표별로 수단을 달리 가져가는 틴버겐 정리로 대응했다. 통화정책 주무 부서인 Fed는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만 치중했다. 재정정책 주무 부서인 재무부는 아서 래퍼 이론을 토대로 감세 등을 통해 경기부양을 도모하는 공급 중시 경제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통화와 재정정책 양면에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차기 의장인 케빈 워시가 취임한 이후 Fed가 트럼프 대통령의 저금리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 것인가가 벌써부터 관심사다. 스콧 베선트가 이끌고 있는 재무부는 성장률(g)이 이자율(r)보다 높으면 재정 지출을 늘려도 괜찮다는 현대통화이론을 선호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처럼 통수권자에 의해 주도된 전쟁으로 GI가 우려될 때는 최후 보루인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서 번스의 실수로 후폭풍까지 겹쳤던 2차 오일쇼크 이후에는 레이건 대통령의 적극적인 뒷받침으로 Fed가 물가를 잡을 수 있었다. 기준금리 변경과 같은 주요 통화정책 결정에서도 Fed 이사 간에 균열이 발생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성향에 맞는 크리스토퍼 월러, 미셸 보먼, 스티븐 마이런을 이사로 임명하고 느닷없는 방문 등으로 Fed는 이미 독립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913년 설립 이후 Fed가 통수권자에 의해 얼마나 좌우되는가를 알 수 있는 정치화 지수는 비상 상황이었던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때보다 높게 나온다.

작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기준금리 변경을 놓고 친트럼프 인사와 반트럼프 이사 간에 대분열도 발생하고 있다. 차기 의장은 워시도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친분 관계로 임명됐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GI가 발생하면 2차 오일쇼크 이후 폴 볼커 의장처럼 인플레 파이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 답은 ‘NO(아니다)’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코스피 지수가 꿈에서나 그리던 6000선을 넘었던 우리 증시가 심하게 요동을 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번 전쟁 직전까지 1년 동안 코스피 상승률은 글로벌 증시에서 단연 1위로 블룸버그 등 해외 언론을 중심으로 집중 조명을 받아왔다. 우리 경제가 서울 올림픽 직전에 주목받은 적이 있지만 증시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코스피 지수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우려됐던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도 그린 슛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인이 앞으로 우리 경기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알 수 있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4년 만에 100을 넘어섰다. BSI가 100을 넘으면 앞으로 우리 경기가 좋아질 것을, 100 밑으로 떨어지면 안 좋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중 자금도 소비적·담보적·기득권 위주의 금융에서 생산적·혁신적·포괄적 금융으로 이동되는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 은행 예금과 퇴장됐던 뉴 머니가 증시로 유입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부동산에 갇혀 있던 스톡 자금도 증시로 들어오고 있다. 마지막까지 버티었던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투자 자금도 되돌아오는 리플럭스 조짐도 눈에 띈다.

2009년 당시 벤 버냉키 Fed 의장이 처음 언급했던 그린 슛은 엄동설한을 딛고 봄날에 돋아나는 어린싹에 비유해 위기 극복의 가닥이 잡힌 때를 의미한다. 금융위기를 맞아 버냉키 의장은 마치 헬리콥터가 공중에서 물을 뿌리듯 돈을 공급하고 기준금리도 제로 수준으로 낮추는 등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추진했다.

◆ 차기 한은 총재 지명 기준은
1년 전 우리도 미국이 트럼프 정부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계엄, 탄핵, 정권교체가 이어지는 위기 상황을 맞았다. 작년 6월 어렵게 출범했던 이재명 정부는 흐트러진 국민의 관심을 한곳에 모으기 위해 비정상적이라 할 만큼 숨 가쁘게 추진해 온 증시 정책으로 한국 증시와 경제가 숨을 쉴 만한 상황까지는 됐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후폭풍이 많은 비상 수단인 점을 고려하면 그린 슛 단계에서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언제 정상화할 것인가 하는 출구전략 시기를 잘 선택해야 한다. 너무 빨리 추진하면 시든 잡초가 되고 너무 늦게 추진하면 곁가지가 무성하게 자라 정작 위기 극복이라는 골든골 달성이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증시 정책 성공 여부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코스피 지수가 6000선을 넘자 무수히 나오는 곁가지, 즉 각종 비관론부터 전지 작업을 해야 한다. 증시 정책이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용이라든가 원·달러 환율이 1500원 넘으면 외환위기가 발생한다든가 하는 것이 최근에 나돌고 있는 대표적인 비관론이다.

전지 작업을 했으면 뼈대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새로운 영양분을 줘야 가을에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지금까지 특정 종목을 중심으로 한 코스피 지수 상승세가 남은 코스피 지수 편입 종목, 코스닥 상장 종목 그리고 비상장 종목까지 확산될 수 있도록 증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포트폴리오 위상을 높이는 과제도 시급하다. 올해 2분기에는 FTSE의 세계채권지수(WGBI), 세계 3대 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포트폴리오 지위의 정례 평가가 예정돼 있다. 모두 한 단계씩 상향 조정되면 100조원 넘는 글로벌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와 증시는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돼 유가가 급등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최대 현안이 될 확률이 높다. 4월이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가 만료된다. 1선 목표인 물가안정을 기하기 위해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얼마나 지킬 수 있느냐도 차기 총재의 지명 기준으로 비중 있게 고려돼야 한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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