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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다음은 우리”…대형 로펌들의 ‘2위 전쟁’

입력 2026-03-19 09:40   수정 2026-03-19 09:50



“열띤 순위 다툼이 예상된다.”
최근 만난 한 로펌 대표변호사에게 올해 법률 시장 전망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그는 “김앤장에 뒤를 잇는 2위 로펌이 어디가 될지가 업계 초미의 관심사”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내부에서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민이 크다”며 “대기업 사건들을 따내기 위한 주요 로펌들 간의 물밑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가열되는 양상이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연초부터 국내 대형로펌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매출 2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태평양, 세종, 광장, 율촌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네 로펌은 지난해 나란히 매출 4000억원을 돌파한 바 있다.

서로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언제든 로펌 순위가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로펌들의 선두권 싸움이 이 정도로 치열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국내 로펌 시장은 오랜 기간 ‘3강’ 체제를 이어왔다. 김앤장이 부동의 1위를 기록 중인 가운데 광장과 태평양이 2위 자리를 놓고 늘 엎치락뒤치락 했다.

2위는 사실상 두 로펌 간의 자존심 대결이었다. 팽팽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매년 순위를 다퉜다. 2019년부터는 광장이 매년 2위를 차지하며 로펌 업계 매출 순위는 ‘김광태’(김앤장·광장·태평양)로 굳어지는 듯 보였다.

누가 2위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
견고했던 ‘빅3’의 아성이 무너져 내린 건 지난해다. 세종은 지난해 광장을 제치고 단숨에 3위를 차지하며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율촌도 매출 4000억원 고지를 밟으며 언제든 순위를 뒤바꿀 수 있는 복병으로 떠올랐다.

태평양이 6년 만에 광장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지만 업계에선 이 보다 더 세종과 율촌의 빠른 성장세에 이목이 쏠렸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불과 4년 전만 해도 세종과 율촌은 냉정히 따졌을 때 광장·태평양의 적수가 아니었다. 2021년 광장·태평양과 세종·율촌의 매출은 무려 1000억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통상적으로 로펌 업계에서는 매출 1000억원이 넘는 로펌들을 대형로펌으로 분류한다. 이런 격차를 감안했을 때 세종·율촌이 다른 대형로펌들은 인수합병(M&A)하는 ‘빅딜’을 단행하는 것 외에는 광장·태평양을 따라잡기가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뤘다.

업계에서는 네 로펌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진 결정적인 원인으로 세종·율촌의 공격적인 인재영입을 앞세운 전문성 강화를 첫손에 꼽는다.

무엇보다 두 로펌은 ‘인재 블랙홀’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경쟁 로펌들에서 활약하던 ‘스타 변호사’ 영입에 공을 들였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기준 세종과 율촌의 한국 변호사 수는 각각 약 600명과 540여 명으로 광장·태평양과 비등비등한 수준까지 올라갔다.

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다. 대형로펌들과 직접 머리를 맞대고 일하는 사내변호사들 사이에서도 두 로펌 소속 변호사들은 신속하고 친절한 일처리로 정평이 났다. 한경비즈니스가 매년 한국사내변호사회 소속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 서비스 평가 설문에서도 두 로펌은 항상 1~2위를 다투는 상황이다.

새로운 빅3 구도 형성될 수도
이런 노력은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 작년 두 로펌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규모가 큰 굵직한 사건들을 수임하는 데 성공하며 매출과 위상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세종은 알리익스프레스·신세계그룹 온라인 플랫폼 합작법인 설립(6조원)부터 아워홈 대주주의 아워홈 경영권 지분의 한화그룹으로의 매각(8600억원) 등 굵직한 M&A 거래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율촌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세기의 이혼’ 소송 등 재계의 대형 사건들을 성공적으로 처리했다.

네 로펌의 매출이 비등비등해지면서 지난해 매출 2위를 차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한 태평양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형국이다. 특히 세종과 율촌의 대약진이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경우 더욱 큰 순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그간의 성장 추이를 따졌을 때 세종과 율촌이 김앤장과 함께 새로운 빅3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실제로 최근(2020~2024년)까지의 매출을 놓고 보면 세종(64%)과 율촌(51%)은 광장(28%)과 태평양(18%)을 크게 웃도는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태평양은 지난해 경우 무려 13년간 공들여온 6조원대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을 마무리한 것이 매출에 큰 기여를 했고 결국 2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불과하고 5위 율촌과의 매출 격차는 고작 400억원밖에 나지 않는다. 게다가 오랜 라이벌 광장도 자존심 회복을 외치며 2위 탈환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 방심하다간 언제든 순위가 추락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앤장의 뒤를 잇는 로펌이 어디가 될지 현재로선 안갯속 형국”이라며 “단 몇 개의 큰 사건이 로펌들의 순위를 완전히 뒤바꿀 수 있다”고 전했다.

로펌 업계의 선두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네 로펌 외에도 선두권 진입을 목표로 빠르게 성장하는 로펌들도 있다.

대표주자는 화우다. 화우는 ‘매출 3000억원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최근 2년간 매출 성장률은 35%로 주요 대형로펌 가운데 가장 높다. 한국 변호사 1인당 매출액(RPL)은 7억6200만원으로 대형로펌 중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YK도 빼놓을 수 없다. YK는 2024년 공격적인 변호사 영입과 마케팅 전략으로 외형을 키워 매출 1547억원을 기록, 10대 로펌 반열에 오른데 이어 지난해에도 1694억원을 기록하며 ‘7대 로펌’으로 올라섰다.

YK는 지난해 개인(B2C) 시장을 넘어 기업(B2B) 법률 시장으로의 체질 개선에 성공하며 질적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YK 공정거래그룹은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의 최대 현안이었던 한국피자헛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을 승리로 이끌며 기업 법무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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