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12일 16:1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자본시장의 ‘큰손’으로 꼽히는 주요 공제회 노동조합이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반발하고 있다. 공제회는 국가 재정이 아닌 회원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일반 공공기관과 동일하게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자산운용 인프라가 집중된 서울을 벗어날 경우 수익률 하락과 핵심 인력 유출 등 금융 생태계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직원·행정·군인·경찰 등 주요 공제회 노조로 구성된 공제회노동조합협의회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협의회는 성명에서 “공제회를 일반 공공기관과 동일시해 지방 이전을 강요하는 것은 160만 회원의 재산권과 단체 자치권을 침해하는 탁상행정”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협의회는 지난 4일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에 공제회를 지방 이전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건의문을 전달했다.
협의회는 특히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공제회 자산운용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오랜 기간 형성된 자본시장 생태계에서 물리적으로 이탈할 경우 △투자 정보 접근성 저하 △핵심 운용 인력 유출 △글로벌 네트워크 단절 등 돌이킬 수 없는 경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협의회 측은 “과거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에도 상호부조 기관의 특수성을 인정해 이전 예외 조항을 둔 바 있다”며 “이를 뒤집고 회원의 사유재산을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면 총력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노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정희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노정 협의 없이 밀어붙이는 2차 지방 이전에 대해 9만 조합원과 함께 전국적 공동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근 공무원노동조합연맹 위원장도 “정부 재정 지원 없이 운영되는 공무원들의 개인 노후 자산을 정책 수단으로 동원하려는 비상식적 접근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제회 이전이 국내 금융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보 비대칭성이 큰 대체투자 시장에서 금융 네트워크와 인프라는 수익률과 직결된다”며 “지방 이전으로 기관 경쟁력이 훼손될 경우 글로벌 사모펀드(PEF)와 경쟁하는 국내 금융 경쟁력도 함께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핵심 출자자(LP)인 공제회와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 실시간 딜 클로징과 리스크 관리에 병목이 생길 수 있다”며 “이는 공제회와 협업하는 금융기관 전반의 업무 효율 저하와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학계 역시 정책 추진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공제학회는 “최근 글로벌 자산운용 시장에서 국민연금조차 공익성보다 수익성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운용 원칙이 강화되는 추세”라며 “금융 인프라 접근성이 수익률과 직결되는 공제회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자조적 운영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