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763.22
(161.81
2.73%)
코스닥
1,143.48
(20.90
1.79%)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2000원으로 느끼는 최대의 행복…마성의 샌드위치 '반미' [신예희의 나홀로 한입여행]

입력 2026-03-19 15:53   수정 2026-03-19 15:58


“과일이 달라!” 베트남을 여행하고 온 사람들이 유난히 자주 하는 소리다. 망고도, 파인애플도, 바나나도 모두 한국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거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짜증 난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나도 종종 그런다. 아니, 한술 더 뜬다. “반미야말로 차원이 달라!”

그러면 상대방은 인상을 쓰며 대꾸한다. 요즘은 한국에도 반미를 파는 곳이 많다고.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비교할 걸 해야지…." 곧 말싸움이 길어진다. 이게 다 베트남 반미가 도에 지나치게 맛있는 탓이다. 적당히 맛 좋은 정도였으면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지 않았을 텐데. 먹고 돌아서면 생각나고 자려고 누우면 떠오른다. 마성의 샌드위치 같으니라고.
마법의 주문, "반미 탑깜"
반미(banh mi)는 25cm 남짓한 빵을 반으로 갈라 온갖 맛있는 걸 잔뜩 집어넣은 음식이다. 우선 닭이나 돼지 간을 곱게 갈아 찌거나 구워 만든 파테를 듬뿍 바른 후 본격적으로 속 재료를 고르는데, 뭐든 좋다.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 햄, 달걀 프라이, 고기 완자, 어묵, 구워서 잘게 찢은 닭고기 살, 삶아서 채를 썬 돼지껍데기 등등. 뭘 골라야 할지 망설여질 땐 마법의 주문을 외쳐본다.

“반미 탑깜!” 그러면 알아서 맛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탑깜(th?p C?m)은 이것저것 다 들어가는 모둠, 혼합이란 뜻이다. 볶음밥이든 쌀국수든 샐러드든, 탑깜이라는 옵션은 대부분의 음식에 두루 통한다. 육류의 비중이 좀 높은가 싶지만 새콤달콤하게 절인 무와 당근, 산뜻하고 시원한 오이, 향긋한 고수와 톡 쏘는 작은 고추가 기막히게 균형을 잡아준다.


소스는 또 얼마나 입에 착착 붙는지, 달짝지근한 마요네즈와 강렬한 칠리소스가 섞여 아시아인의 심금을 울린다. 느억맘(피쉬 소스)까지 솔솔 뿌리면 감칠맛이 한 겹 더해지고. 평소 고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파테 냄새가 싫다는 사람도, 반미에 넣은 건 얼떨결에 맛있게 먹는다. 이 재료들이 몽땅 들어가야 비로소 완성되는 음식이라서다.


맛있다며 한입 두입 베어 물다 보면 어느새 끝. 아, 행복해라. 맛도 맛이지만, 가격이 매우 싸다. 어지간하면 2000원 정도, 매우 인기 있는 곳도 삼천 원쯤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충 싸게 한 끼 때우는 게 아니라, 신선하고 따끈하고 든든한 맛 좋은 식사가 되어준다. 이러니 반미 타령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빵이 별로였다면 결코 이렇게까지 맛있진 않았을 것이다. 부드러운 빵으로 만들었다간 속 재료를 견디지 못해 찢어질 것이고, 바게트라면 한두 입 만에 입천장이 까지고 어금니가 얼얼해져 금세 지칠 것이다. 반미 빵은 생긴 것만 봐서는 작고 통통한 바게트인데, 껍질은 파삭거리면서(바삭이 아니라 파삭이다) 질기지 않아 쉽게 끊어지고, 속살은 탄력 있고 쫄깃하다. 가볍고 가뿐한 느낌이라 왠지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을 것 같지만 착각이겠지.


반미를 파는 곳이 워낙 많으니 빵만 대량으로 구워 납품하는 공장도 많다. 이른 새벽엔 갓 구운 반미 빵을 오토바이로 부지런히 실어 나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베트남 전국에 워낙 반미 가게가 촘촘히 포진해 있으니 대체 어딜 가야 할지 헷갈리기도 한다. 심지어 편의점에도 즉석 반미 코너가 있을 정도니까. 이럴 땐 역시 사람 바글바글한 곳이 답이다. 특히 똑같은 초록색 점퍼와 헬멧 차림의 사람들이 가게 입구에 모여 있는 곳이라면 맛있을 확률이 더 높다. 배달 앱인 그랩(Grab) 기사님들이다. 베트남의 음식 배달 요금이 워낙 저렴해, 종종 숙소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앱을 켜고 주변 식당 메뉴를 구경하다가 당최 뭔지 모를 음식을 눈 딱 감고 주문하곤 했다. 어떤 음식일까, 기다리는 내내 꽤나 스릴이 넘친다.
프랑스 문화 영향 받은 '반미'
반미는 프랑스 식문화의 영향으로 만들어졌다. 왜 아니겠는가. 아시아 식문화를 공부하다 보면 곳곳에서 식민 지배의 흔적이 튀어나와 쓴웃음을 짓게 된다. 본국에서 먹던 음식을 해 먹어야겠다며, 온갖 식재료를 이고 지고 와서 기어이 빵을 굽고 수프도 끓여내라 명령하지 않았을까.

그러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물자 보급이 어려워져 밀가루 대신 멥쌀가루로 빵 반죽을 하게 되었고, 버터도 햄도 모두 동난 후엔 어묵과 흡사한 베트남 전통 육가공품 짜 루어(ch? l?a)와 중국식 돼지고기구이 차슈(xa xiu), 고수잎 등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식민 지배층들은 적응을 위해 고생을 좀 했겠지만,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다양한 반미를 먹게 되긴 했다.

심지어 아이스크림을 꽉꽉 채워 넣은 반미, 버터나 마가린을 듬뿍 발라 구워 설탕을 술술 뿌린 반미도 있다. 여기에 연유까지 뿌리면 맛도 칼로리도 최고다.

샌드위치 형태가 아닌 것도 있다. 남부 호찌민에서 많이들 먹는 반미 짜오(banh Mi Ch?o)는 둥그런 금속 팬(짜오)에다 기름을 두르고 달걀, 파테, 소시지 등을 지글지글 익힌 다음 매콤한 빨간색 소스를 자작하게 붓는다. 토마토와 마늘, 간장, 칠리소스 등을 섞은 입에 착 붙는 소스다. 여기에 반미 빵 한 덩어리를 곁들이면 마치 브런치 한 상 차림 마냥 예쁘다. 그래서인지 반미 짜오를 먹을 땐 괜히 여유를 부리며 사진을 찍게 된다.


북부 하노이의 반미 솟방(banh Mi s?t vang)도 만만치 않게 맛있다. 따끈한 쇠고기 스튜와 반미 빵이 한 세트다. 그동안 먹어본 베트남의 음식과는 좀 다른 풍미가 나서 놀라게 된다. 힘줄이 적당히 섞인 쇠고기 부위를 큼직하게 잘라 생강, 마늘, 시나몬, 팔각, 레몬그라스, 피쉬 소스 등으로 밑간하는데, 이때 레드 와인을 넉넉히 부어주는 게 포인트다. 솟방의 솟(s?t)은 소스, 방(vang)은 와인이다.

역시 프랑스 식민 지배 시대의 영향이다. 양념한 쇠고기와 감자, 양파, 당근, 토마토 등을 오랜 시간 끓여서, 후춧가루를 듬뿍 치고 고수도 넉넉히 올려 빵을 푹 찍어 먹는다. 특히 몸이 좀 으슬거린다 싶을 때 딱이다. 땀이 쭉 나면서 한결 개운해진다. 베트남 여행을 추억하다 보니 자꾸만 근질거린다. 아무래도 오늘 점심은 반미로 해야할 것 같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