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세계화의 역설’ 때문입니다. 세계화가 가속될수록 ‘반도체 공장은 대만에, 희토류는 중국에, 석유는 중동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그런데 전쟁이나 팬데믹, 패권 갈등은 하루아침에 이런 공급망을 붕괴시킵니다. 글로벌 아웃소싱으로 자국 내 제조 기반을 없앴던 서구 선진국들이 코로나19 사태 때 방역 마스크 한 장 생산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어요. 마침 세계는 진영 간 갈등과 패권 경쟁으로 대립하고 미국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면서 세계화는 퇴조하기 시작합니다.
지금과 같은 각자도생 시대엔 자원과 공급망이 중요한 무기가 됩니다. 상품성 있는 희토류 공급이 특정 지역(중국)에 집중돼 있다는 지질학적 사실이 강력한 외교 무기가 되고 있습니다. 특정 국가에 생산시설이 집중돼 있는데 정치적 갈등이 갑자기 생기면 공급망 자체가 ‘인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 집중됐던 공장을 동남아와 인도, 멕시코 등으로 분산하는 것은 정치적 안전을 위한 ‘경제 영토의 재조정’입니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對)중국 수출을 막는 것은 중국이라는 지리적 공간에서 첨단기술이 자라나지 못하게 하는 기술적 봉쇄입니다. 기술의 ‘지리적 독점’이지요. 통로(passage)의 장악도 중요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이나 파나마 운하, 수에즈 운하와 같은 물리적 통로가 막혔을 때의 경제적 손실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19세기에 등장한 경제지리학은 ‘지리학자가 경제를 공부한 결과물’이고, 1990년 이후 본격화한 지리경제학은 ‘경제학자가 지리를 연구한 것’으로 보면 됩니다. 지경학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가 기초를 놓아 유명해졌습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경제지리학은 공간과 지리를 권력·불평등·역사가 만들어낸 사회적 산물로 봅니다. 지경학은 수리모델, 균형이론, 계량분석을 많이 합니다. 예를 들어, ‘왜 이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가’가 궁금하다면 경제지리학에, ‘이 전쟁이 앞으로 글로벌 경제 지도를 어떻게 바꿀지’ 예측하려면 지리경제학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물론 이들 학문 분야는 점차 하나로 통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제학과 경제지리학은 어떻게 다를까요? 경제지리학은 ‘돈과 경제는 지도 위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관점을 견지합니다. 지도를 보지 않고 경제를 이해하는 것은 악보를 보지 않고 음악을 이해하려는 것과 같다고 강조합니다. 경제학이 ‘커피 한 잔의 가격을 분석’한다면, 경제지리학은 ‘왜 에티오피아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네덜란드 항구를 통해 들어오고, 스타벅스 본사는 시애틀에 있는가’에 관심을 갖습니다. 공간과 장소가 만들어내는 권력과 불평등을 분석하는 것이죠.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2. “세계는 평평하다”는 뜻과 최근의 변화상을 공부해보자.
3. 이란은 천연 요새라고 불린다. 그 이유를 지리적으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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