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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요동쳐 대부분의 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주가가 급등하는 기업이 있다. 글로벌 비료 업체와 중동 의존도가 낮은 유럽 에너지 업체들이다. 이들 기업 중 일부는 최근 사태로 오히려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급등한 비료회사 주가

13일 국제 원유 시장에는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여파가 이어졌다. 국제 유가 벤치마크인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한국시간 오후 3시 배럴당 100.39달러를 기록했다. 전쟁 발발 직전 70달러대이던 브렌트유는 개전 후 이날까지 38.5% 급등했다.
이는 비료산업에도 영향을 줬다. 질소 비료의 핵심 원료인 요소 가격은 이달 들어서만 27.6% 상승했다. 글로벌 비료 물류의 30% 이상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데다 세계 요소 수출의 3분의 1을 이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장악하고 있어서다.
이에 시장의 관심은 비료업체들로 쏠렸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CF인더스트리는 전일보다 13.21% 오른 136달러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주가가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이후 4년여 만이다. 관련 산업을 영위하는 모자이크, 뉴트리엔 등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이날 뉴트리엔 목표주가를 30% 상향 조정했다.
미국 비료업체가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질소 비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가 필요하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개전 후 60% 가까이 급등했지만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10%대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에들레인 로드리게스 미즈호증권 분석가는 “경쟁사들은 천연가스 가격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비료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원가 부담이 덜한 CF인더스트리는 원가 상승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판매 가격을 인상할 수 있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의존도가 실적 좌우
유럽 증시에서는 대형 정유소를 보유한 에너지 회사들이 웃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원유를 휘발유 등으로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진이 전쟁을 기점으로 약 두 배 뛰었다. 전체 사업에서 정유 부문 비중이 큰 스페인 렙솔과 핀란드 네스테 주가는 전쟁 시작 후 이날까지 각각 17.08%, 31.6% 올랐다.전쟁으로 가격이 치솟은 천연가스를 판매하는 노르웨이 에퀴노르도 수혜가 예상된다. 반대로 호르무즈해협 수출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 토탈에너지(4.63%), 미국 엑슨모빌(0.67%)은 같은 기간 주가 상승폭이 제한적이었다.
미국 셰일업계도 반사효과가 예상된다. 2010년대 미국 텍사스와 뉴멕시코 지역에서는 이른바 ‘셰일혁명’이 일어났지만 국제 유가가 안정되며 업계는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되자 다시 증산 움직임이 감지된다.
텍사스주에서는 올해 2분기 브라운즈빌 항만에 새 정유소를 착공한다. 원료로 미국산 셰일오일만 사용할 예정이고 이르면 2029년 석유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SNS에 “5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에 정유소가 새로 건설된다”며 “미국이 진짜 에너지 패권을 다시 쥐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천연가스 수출이 늘고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한 전력 수요는 증가해 셰일가스 시추에 필요한 수압파쇄 장비도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미국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량을 꾸준히 늘려 2023년 세계 1위 LNG 수출국이 됐다. 시추 계약업체 패터슨UTI에너지의 앤디 헨드릭스 최고경영자(CEO)는 “보유 중인 천연가스 구동 장비 여력이 바닥났다”고 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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