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과의 무력 충돌이 시작된 지 2주 만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3차 오일쇼크' 우려가 커지자,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해운 산업의 성역으로 여겨졌던 '존스법(Jones Act)' 면제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으로 촉발된 에너지 공급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러시아 제재 일부 완화까지 거론되는 등 원유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모두 잘 해결될 것"이라며 존스법의 한시적 유예 가능성을 시사했다.
백악관도 앞서 에너지와 농산물 운송을 중심으로 약 30일간의 제한적 면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1920년 제정된 존스법은 미국 항구 간 해상 운송을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과 미국 선원에게만 허용하는 규정으로, 그동안 높은 운송 비용이 국내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번 조치는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거론되는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계속 활용하겠다"고 밝히며 원유 시장이 요동친 데 따른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지난 12일 국제 원유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0.46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2022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선을 넘어섰다.

미국은 동시에 '앙숙' 관계인 러시아와의 에너지 거래도 제한적으로 풀어 공급 차질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재무부는 인도와 중국 등으로 향하는 러시아산 원유 거래를 일정 기간 허용하는 한시적 면허 발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조치가 시행될 경우 러시아는 하루 최대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대응 수위도 높이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다음 주 이란을 매우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다만 행정부 내부에서는 에너지 가격 급등이 미국 내 물가와 정치 지형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물가 관리'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재선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인 만큼, 러시아산 원유 거래의 제한적 허용과 존스법 면제 검토라는 두 가지 조치는 군사 압박과 동시에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실용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유가 급등으로 미국내 여론은 싸늘하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응답자의 48%가 유가 급등의 책임자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상승은 평화를 위한 작은 대가"라며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유가 급등이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2.9%까지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트럼프노믹스' 전체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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