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도로포장공사 현장에서 후진하는 타이어롤러에 깔려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하여 피고인들에게 무죄가 선고된 사례가 있었다(대구지방법원 영덕지원 2026. 1. 28. 선고 2024고단234 판결). 물론 현재까지 무죄 선고된 산업재해 사건이 여러 건 존재하고, 해당 판결 또한 1심 판결이기는 하나, 중대재해처벌법 상의 다양한 논점들에 대해 판시하고 있어 여러가지로 참고할 만한 판결로 보인다.
먼저, 위험성평가(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3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설시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요구하는 경영책임자의 위험방지조치의무가 이행되었는지 여부는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등의 제도를 구축하고 그러한 체계가 합리적으로 작동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함이 상당하고, 의무이행의 일부가 다소 미흡하였다거나 현실적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만으로 섣불리 경영책임자가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전체 공사기간 중 일부 기간에 관하여 위험성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중대재해처벌법 상의 위험방지조치의무 위반이라고 평가하기는 부족하고, 전체 공사기간 중 대부분 위험성평가가 이루어진 경우 일부 날짜나 기간에 관하여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것만으로 해당 기간에 위험성평가를 하지 않은 것으로서 위험성평가의무위반이 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공사가 중단되었던 기간이나 일부 자료가 부존재하는 기간만을 따로 떼어 '위험성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험성평가 결과서에 근로자의 의견을 기재하는 것은 반드시 위험성평가 결과서에 기재할 의견을 청취하거나 수집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고, 해당 근로자의 평소 의견이나 일상적인 소통 과정에서 수집된 내용을 기재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할 것이므로, 구체적으로 '위험성평가 의견'의 형식으로 의견을 청취하지 아니한 채 위험성평가 결과서에 의견을 기재한 것이 어떠한 의무위반이 된다거나 잘못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일반적으로 수사단계에서는 최소한 반기별로 위험성평가가 제대로 되었는지, 위험성평가를 하였다 하더라도 사고가 발생한 원인과 관련된 위험성에 대해 근로자의견 청취 등을 통해 제대로 평가가 되었는지, 사고 원인과 관련된 위험성에 대해 평가가 되었으면 그에 대한 개선대책은 제대로 수립되었는지 등에 대해 조사가 이루어진다.
위 요건들에 대해 일부라도 누락되었다면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어 기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대해 위 판결은 일부 기간에 대해 위험성평가가 이루졌는지 확인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고, 뿐만 아니라 위험성평가시 근로자의견 청취도 반드시 위험성평가 결과서에 기재할 의견을 청취하는 방식으로 한정해서 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하였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둘째, 안전보건에 관한 예산편성과 집행(동 시행령 제4조 제4호)에 대하여, 공사현장에서 사용할 산업안전보건관리비의 계상 및 집행의 주체는 원청이고, 수급인이 도급인에게 장비 유도자 배정을 위한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집행을 요청하였으나, 도급인이 장비 유도자가 교통신호수를 겸임할 경우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집행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보류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도급인이 의도적으로 장비 유도자 인건비를 집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이 또한 안전보건 관련 예산을 집행하지 않더라도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셋째, 안전보건관리책임자등 평가(동 시행령 제4조 제5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설시하였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평가를 '형식적으로' 하였다는 공소사실은 그 판단기준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평가기준이 세밀하거나 구체적이지 않고 관련 산업안전보건 법령에서 정한 문구를 그대로 가져다 평가기준으로 삼았다는 것만으로는 평가가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졌고, 실질적으로는 평가를 이행하지 않은 것과 같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5호 나목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으로 하여금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해당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지를 평가·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위 규정은 업무평가의 방식이나 절차, 형식에 관하여 특별한 요건을 두고 있지 아니하고, 반드시 별도의 평가서 작성이나 독립된 평가 절차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위 규정의 취지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의 업무 수행이 형식에 그치지 아니하고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관리하라는 데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별도의 독립된 업무평가 절차를 마련하거나 업무평가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위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안전보건총괄책임자에 대하여는, 현장 안전보건점검리스트를 통한 정기적인 점검 결과를 통한 보고, 관리가 이루어지고, 그밖에도 수시로 안전 관련 사항에 대한 보고가 이루어진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점검 및 보고 과정은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업무 수행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기능을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아무런 평가·관리를 하지 아니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편, 안전관리자가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 소속 근로자가 아니라 공동수급인 소속 근로자로서, 피고인이 그 선임, 업무 배치, 인사평가 등과 관련하여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에게 부과되는 의무는 법인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범위 내에서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을 전제로 하는바, 피고인에게 인사·업무상 평가 권한이 없는 공동수급인 소속 안전관리자에 대하여까지 업무수행 평가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언과 체계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등 평가도 일반적으로는 평가대상자들의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를 토대로 평가절차 매뉴얼을 구비하고, 체크리스트 등의 형태로 평가서를 작성해야만 해당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해당 판결에서는 형식적인 평가절차나 업무평가서가 없더라도 실질적으로 현장 점검과 보고 등을 통해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었다면 의무 불이행으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또한 자신의 근로자가 아닌 공동수급인 소속 근로자에 대해서는 평가권한이 없으므로 업무수행 평가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취지로 판시하였다.
넷째, 안전관리자 배치(동 시행령 제4조 제6호)와 관련하여,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관리업무를 주로 담당한 근로자는 건설안전기사 자격을 취득하여 안전관리자 자격을 갖추고 있었고, 공사 현장에서 안전관리자에 해당하는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는바, 비록 안전관리자로 선임신고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6호가 요구하는 안전관리자의 '배치'는 이루어졌다고 평가할 여지도 충분하다고 판시하였다.
일반적으로 수사단계에서는 안전관리자의 선임 여부를 확인하여 해당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판단함에도, 위 판결에서는 선임신고가 되어 있지 않더라도 안전관리자로서의 업무를 수행하였다면 안전관리자 ‘배치’는 이루어졌다고 판시하였다. 해당 조문 또한 ‘안전관리자를 배치할 것’이라고 규정되어 있을 뿐, ‘선임’에 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섯번째, 중대재해처벌법상의 경영책임자와 관련하여, 산업안전보건 관계 법령 및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성과측정이나 안전보건 점검 결과를 직접 보고받아야 할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고, 다만 그러한 점검과 측정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할 것을 요구할 뿐이다. 따라서 안전성과측정 결과를 보고받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1항에서 정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위 판결은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점에서도 검토할 부분이 있지만, 유무죄 여부를 떠나 중대재해처벌법상 개별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해석에 대해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충분히 참고가 될 만한 판결이다.
진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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