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죽음 뒤에 남겨진 번스타인…그의 '부활'은 성공했나

입력 2026-03-26 22:19   수정 2026-03-26 22:20



평가가 엇갈리는 레너드 번스타인의 <부활>

말러의 교향곡 제2번 ‘부활’ (Mahler: Symphony No. 2 in C minor 'Resurrection’, 이하 <부활>)은 그가 라이프치히에 있던 시절부터 부다페스트와 함부르크에 있던 기간까지 약 7년 동안 복잡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곡이다.

말러 교향곡 중에서 구상(1888년)부터 초연(1895년)까지 가장 오랜 기간이 걸렸고, 최초로 전곡 녹음이 이뤄진 작품이기도 하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말러의 지휘하에 초연하였는데, 1924년에 사상 최초로 라디오 실황으로 중계해 <부활>에 대한 정통성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

말러는 기존 교향곡의 4악장이라는 틀을 깨고, 5악장으로 <부활>을 만들었다. 곡 곳곳에는 베토벤, 바그너, 브루크너의 영향력과 독일의 민속시 <어린이의 마술 뿔피리> 등을 녹여 자신의 음악적 정통성을 증명하려 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4관 이상의 대규모 편성에 소프라노, 콘트랄토 그리고 합창단이 필요한 <부활>은 1980년대부터 세계적인 악단과 시대를 대표하는 마에스트로의 결합으로 종종 무대에 올랐다. 약 80분이 넘는 길이와 스케일 때문에 연주하는 사람들에게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심이 요구되는바, 여러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시도하지만, 완결성에 도달하기는 어려운 작품이다.

현재까지 실황을 포함해 약 200여개의 레코딩이 존재한다. 이 중에서 <부활>의 근원적 해석을 가장 잘 표현한 앨범은 1980년 5월 메디나 템플에서 게오르그 솔티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이하 CSO / 소프라노: 이소벨 뷰캐넌, 콘트랄토: 미라 자카이)가 협연한 것을 1981년에 데카 레이블에서 발매한 것이다.

이 작품은 “<부활>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세상에 공표한 연주였다. 압도적이면서도 정교한 사운드를 들려준 솔티 / CSO의 <부활>은 현재까지도 여러 음악가에게 기준이 된다. 이후에 나온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하 VPO /소프라노: 셰릴 스튜더, 콘트랄토: 발트라우트 마이어)의 1994년 버전과 마리스 얀손스와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이하 RCO / 소프라노: 리카르다 메르베스, 콘트랄토 베르나르다 핑크)가 협연한 2010년 버전은 말러의 낭만주의적 원형을 잘 살린 음반이다.

아마도 수많은 <부활> 앨범 중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낯선 앨범이 오늘 소개할 레너드 번스타인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NPO)의 1987년 실황 앨범이다. 앞에서 꼽은 <부활> 연주에 비해 템포가 느리면서도 다소 과장된 표현과 격정적인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데, 이런 연유로 청취자들의 평가도 극명하게 갈린다.



연인의 죽음을 목도한 직후의 <부활>

1985년부터 번스타인은 약 5년에 걸쳐 말러 전곡 녹음이라는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를 감행한다. 그의 생애 마지막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이 앨범도 그 여정상에 놓인 작품으로 1987년 4월 18일 뉴욕 에이버리 피셔 홀 실황을 담은 것이다.

그날은 당시 연인이었던 톰 코트란이 하늘나라로 떠난 지 딱 한 달 만이었다. 호사가들이 좋아하는 번스타인의 이야기는 지휘자이자 음악가로서의 유명세만큼 숱한 동성 연인들과 염문을 뿌린 것과 줄담배와 코카인을 상습적으로 흡입했던 이력들이다. 레너드 번스타인이 열정적으로 지휘하는 모습이 이런 사건들에 희석되어 실망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모든 것을 헤치고 포디움에 우뚝 섰을 때 대중들은 열광했다.

“나는 말러에게 매우 동정적이다. 나는 그를 이해한다. 마치 하나의 신체에 갇힌 두 사람 같다. 한 사람은 작곡가고, 한 사람은 지휘자다…. 그것은 이중인격자가 되는 것 같다.”
- 레너드 번스타인

생전의 레너드 번스타인은 창작욕이 솟구치던 사람이었다. 유대인이면서, 성공한 아웃사이더였고, VPO와 NYP를 지휘했으며,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았다는 점에서 말러와 많은 점이 닮았다. 하지만, 말러는 그 에너지가 내면으로 향했고, 번스타인은 외부로 향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하지만, 말년에 맞이한 연인의 죽음은 강도가 남달랐던 것 같다. 번스타인의 <부활>에서 많은 부분의 연주가 드라마틱하면서도 과장된 측면이 드러나는 것은 당시 감정 상태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1973년 8월에 영국의 엘리 대성당(Ely Cathedral)에서 번스타인과 런던 심포니가 연주한 <부활>이 말러에 대한 애정과 동경의 극대화였다면, 뉴욕필과 함께한 말년의 <부활>은 비극적이면서도 거칠고, 심지어 애절하기까지 하다.

당시 공연 실황을 담은 도이치 그라모폰은 말러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해당 음원을 리마스터링했고, 2010년에 2LP(180G) 포맷으로 발매했다. 디지털로 복원된 음원들임에도 불구하고 악장마다 레코딩 상태가 균일하지 않은 것이 아쉽지만, 말러를 동경하고 동일시했던 아티스트의 말년과 예술적이면서도 비예술적인 삶을 산 번스타인의 많은 순간들이 오버랩된다.

1악장 장례제전 첫 부분에 등장하는 바이올린, 비올라의 트레몰로와 첼로, 콘트라베이스의 스타카토의 충돌은 긴박감을 주는 다른 연주들에 비해 두려움과 공포의 감정을 호소하는 느낌을 준다. 이어지는 부활과 영혼의 동기는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삶에 대한 찬미가 녹아든 2악장은 슬픔을 참으며 왈츠를 추는 피에로 같다. 우아한 비엔나 왈츠가 원형인 2악장이 비가로 탈바꿈하는 연주였다. <부활>의 3악장은 죽음과 심판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는데, <어린이의 마술 뿔피리>가 차용된 악장이기도 하다.

번스타인은 이 부분을 굉장히 블랙코미디처럼 연주하지만, 감정을 배제한 채 비로소 <부활>의 본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성악이 개입하는 4악장부터는 번스타인의 본모습이 말러를 뚫고 나온다. 용암처럼 분출하는 에너지가 5악장까지 이어져, 합창에 도달할 때 그가 의도했던 구조적 긴장은 카타르시스로 치환되어 하늘로 발산한다. 종결부에서 파이프 오르간과 브라스가 중첩되는 대목은 다른 연주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입체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 연주는 번스타인이 죽음을 통과해, 확신에 찬 부활로 도약하는 느낌을 전하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과한 욕망과 사랑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감상의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오히려 앨범이 명반 반열에 오르는 이유는 이런 ‘불완결성’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진섭 칼럼니스트?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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