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월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음을 읽기 위해 주목하는 네 가지 지표다. 과거 중요한 판단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지표가 특정 기준을 넘기면 기존 입장을 빠르게 바꾸는 방식으로 상황을 모면했기 때문이다. 국채 금리와 휘발유 가격이 기준선 이상으로 오르거나, S&P500지수와 지지율이 떨어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언제나 한발 물러선다)’를 선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통 전쟁 등 위기가 불거지면 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국채 금리는 하락(국채 가격 상승)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움직였다. 모하메드 엘 에리안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채권시장은 안전자산 수요보다 물가 상승에 따른 금리 인상을 더 걱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4.5%까지 오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미국이 지난해 4월 세계 모든 국가에 대한 추가 관세 조치에서 물러난 것도 국채 금리 급등 때문이었다. 당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5일 만에 0.6%포인트 급등해 4.5%를 넘었다. 관세 유예 발표 후 채권 금리가 떨어진 것을 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은 “채권시장을 지켜보고 있는데 정말 예측하기 어렵다”며 “지금 상황은 훌륭하다”고 말했다. 미국 금융 자문회사 리서치어필리에이츠의 롭 아르놋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주식시장보다 10년 만기 국채를 더 신경 쓴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채 금리 상승이 미국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모기지 금리와 기업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며, 기업 주식 할인율이 높아져 밸류에이션에도 부담이 된다.
무엇보다 미국 정부의 부채 부담이 커진다. 지난달 말 기준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38조달러(약 5경6874조원)가 넘는다. 올해 관련 이자 지출 규모만 1조달러(약 1496조원)를 돌파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채 금리가 0.3%포인트 이상 상승하면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국토가 넓고 대중교통이 부족한 미국에서는 3억3000만 명의 국민 대부분이 자동차를 사용한다. 휘발유값 동향은 민생 경제를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다. 미국 정계에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설 경우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3.5달러를 넘기 시작하면 관련 뉴스가 증가하고 사람들에게 휘발유는 훨씬 더 돋보이는 이슈가 된다”고 분석했다.
최근 마이클 하트넷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수석투자전략가는 유가(브렌트유) 100달러 초과, 달러인덱스 100 초과,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 연 5% 초과, S&P500지수 6600 하회를 미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적극 반응할 기준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트넷 수석투자전략가는 “4개 중 3개(유가, 달러인덱스, 미국 국채 금리)는 이미 임계치에 도달하거나 초과했다”며 “미국 행정부가 정책 방향을 바꾸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지지율 역시 중요한 관심거리다. 미국 정치 통계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계산한 각종 여론조사의 지지율 평균치는 최근 한 달 동안 42~43%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낮은 전쟁 지지 여론에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고가 겹치면 언제든 급락할 수 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럼프 1기 때의 최저치인 34% 아래까지 지지율이 떨어지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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