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5년을 놓고 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합산 영업이익은 반도체 경기가 바닥이었던 2023년(약 167조원)을 제외하면 200조원대였다. 그런데 올해 300조원, 400조원, 500조원을 건너뛰고 바로 600조원대 영업이익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이다. 두 회사의 합산 이익 전망이 350조원에 달해 전체 이익 전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전문가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을 자신하는 배경에는 급등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이어가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두 기업의 주력 상품이 모두 품귀현상에 가까운 공급자 우위 상태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 같은 추세가 갈수록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5조8675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에 달한다.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이보다 54% 증가한 54조1570억원이다. 외국계 증권사인 맥쿼리증권은 “올해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계약 가격이 작년 4분기 대비 평균 100% 이상 올랐을 것”이라면서도 “하반기부터 엔비디아가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양산에 들어가면 두 회사의 수익성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더욱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회사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실적 기여도 작지 않다. SK그룹의 투자 지주회사인 SK스퀘어는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 20.1%를 통해 하이닉스의 이익이 재무제표에 직접 반영되는 구조다. 이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21조982억원으로, 반도체 투톱에 이어 국내 상장사 중 세 번째로 높다.
비(非)반도체 기업 중 올해 영업이익 증가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한국전력이다.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8% 늘어난 17조694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원전 사업 기대도 높아진 만큼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현대자동차, 기아 등 자동차 기업과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 정유 기업도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며 증시 펀더멘털 강화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올해 영업이익이 12조8911억원으로 작년보다 12.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적인 매출 전망과 달리 수익성을 흔들 수 있는 국제 유가 변수의 위험은 상대적으로 크다. 이란 전쟁이 길어지면서 고유가가 고착화하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매출 증가가 고스란히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다.
김현지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글로벌 주요국 중에서도 유가 급등에 따른 상장사 실적 취약성이 매우 높은 편”이라며 “국제 유가가 올해 평균 배럴당 110달러 선을 넘어선다면 그것만으로도 상장사들에 63조원의 생산비용 증가 효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전범진/양지윤 기자 forward@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