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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방산·에너지 핵심 공급망 포진…K기업 '이익창출 맷집' 세졌다

입력 2026-03-16 17:45   수정 2026-03-17 00:31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얼마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세계 경제는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확장, 군비 지출 증가, 에너지 운송 수단 등에서 거대한 인프라 투자 사이클 위에 올라 있는데, 이 네 가지 핵심 공급망에 한국 기업들이 모두 포진해 있다”고 썼다. 김 실장이 언급한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 전망치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메모리 급등에도 “하반기는 더 좋다”

최근 5년을 놓고 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합산 영업이익은 반도체 경기가 바닥이었던 2023년(약 167조원)을 제외하면 200조원대였다. 그런데 올해 300조원, 400조원, 500조원을 건너뛰고 바로 600조원대 영업이익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이다. 두 회사의 합산 이익 전망이 350조원에 달해 전체 이익 전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전문가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을 자신하는 배경에는 급등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이어가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두 기업의 주력 상품이 모두 품귀현상에 가까운 공급자 우위 상태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 같은 추세가 갈수록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5조8675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에 달한다.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이보다 54% 증가한 54조1570억원이다. 외국계 증권사인 맥쿼리증권은 “올해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계약 가격이 작년 4분기 대비 평균 100% 이상 올랐을 것”이라면서도 “하반기부터 엔비디아가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양산에 들어가면 두 회사의 수익성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더욱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회사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실적 기여도 작지 않다. SK그룹의 투자 지주회사인 SK스퀘어는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 20.1%를 통해 하이닉스의 이익이 재무제표에 직접 반영되는 구조다. 이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21조982억원으로, 반도체 투톱에 이어 국내 상장사 중 세 번째로 높다.
◇‘조방원’과 자동차도 ‘탄탄대로’
반도체 외 산업의 실적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반도체 투톱을 제외한 203개 상장사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작년(201조930억원)보다 32.55% 증가한 266조5637억원이다. 조선과 방산, 에너지 등 지난해 증시 주도주였던 ‘조방원’과 증권, 은행 등 금융업종의 증가폭이 특히 클 것으로 관측된다.

비(非)반도체 기업 중 올해 영업이익 증가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한국전력이다.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8% 늘어난 17조694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원전 사업 기대도 높아진 만큼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현대자동차, 기아 등 자동차 기업과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 정유 기업도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며 증시 펀더멘털 강화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올해 영업이익이 12조8911억원으로 작년보다 12.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투톱, 2027년까지 완판”
시장에선 이 같은 실적 전망이 단기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은 작다는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실적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투톱이 올해는 물론 내년 물량까지 납품 계약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는 2027년 물량까지 사실상 완판된 것으로 판단되며, 현재 글로벌 빅테크들은 2030년까지 5년 장기공급계약(LTA) 논의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AI산업 트렌드가 추론형 AI, 피지컬 AI로 넘어가며 반도체 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반도체 투톱의 안정적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안정적인 매출 전망과 달리 수익성을 흔들 수 있는 국제 유가 변수의 위험은 상대적으로 크다. 이란 전쟁이 길어지면서 고유가가 고착화하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매출 증가가 고스란히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다.

김현지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글로벌 주요국 중에서도 유가 급등에 따른 상장사 실적 취약성이 매우 높은 편”이라며 “국제 유가가 올해 평균 배럴당 110달러 선을 넘어선다면 그것만으로도 상장사들에 63조원의 생산비용 증가 효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전범진/양지윤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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