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실적 전망치가 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05곳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연결 기준) 예상치는 617조3872억원이었다. 지난해 영업이익 추정치(291조4억원)와 비교하면 111.5% 급증한 수준이다. 올해 매출 전망치는 3281조7493억원으로 역시 관련 수치를 집계한 이후 최고치 경신이 유력하다.
실적 급증의 주인공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두 기업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반도체 단가 급등에 힘입어 올해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증권가가 예상하는 올해 삼성전자의 매출 전망치는 514조7217억원, 영업이익은 191조3931억원이다. 국내 기업 최초로 200조원대 영업이익 달성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매출 228조5410억원, 영업이익 159조4304억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선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이후에도 실적 전망이 개선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란전쟁이 발발한 지난 2월 28일 이후 코스피지수는 11.11% 하락했지만, 상장사의 이익 전망은 오히려 2.54% 늘었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증가한 이익 규모가 197조원(47.0%)에 달한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올해 실적 예상치를 근거로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고객에게 발송한 메모에서 “코스피지수의 주당순이익(EPS)은 전쟁 발발 이후 오히려 상향 조정되고 있다”며 올해 코스피지수 목표치를 7000으로 유지했다.
해외 IB도 놀란 상장사 영업이익 전망…반도체 슈퍼사이클 폭풍 수혜
전문가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을 자신하는 배경에는 급등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이어가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두 기업의 주력 상품이 모두 품귀현상에 가까운 공급자 우위 상태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 같은 추세가 갈수록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5조8675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에 달한다.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이보다 54% 증가한 54조1570억원이다. 외국계 증권사인 맥쿼리증권은 “올해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계약 가격이 작년 4분기 대비 평균 100% 이상 올랐을 것”이라면서도 “하반기부터 엔비디아가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양산에 들어가면 두 회사의 수익성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더욱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회사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실적 기여도 작지 않다. SK그룹의 투자 지주회사인 SK스퀘어는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 20.1%를 통해 하이닉스의 이익이 재무제표에 직접 반영되는 구조다. 이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21조982억원으로, 반도체 투톱에 이어 국내 상장사 중 세 번째로 높다.
비(非)반도체 기업 중 올해 영업이익 증가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한국전력이다.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8% 늘어난 17조694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원전 사업 기대도 높아진 만큼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현대자동차, 기아 등 자동차 기업과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 정유 기업도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며 증시 펀더멘털 강화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올해 영업이익이 12조8911억원으로 작년보다 12.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적인 매출 전망과 달리 수익성을 흔들 수 있는 국제 유가 변수의 위험은 상대적으로 크다. 이란 전쟁이 길어지면서 고유가가 고착화하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매출 증가가 고스란히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다.
김현지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글로벌 주요국 중에서도 유가 급등에 따른 상장사 실적 취약성이 매우 높은 편”이라며 “국제 유가가 올해 평균 배럴당 110달러 선을 넘어선다면 그것만으로도 상장사들에 63조원의 생산비용 증가 효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전범진/이선아/양지윤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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