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뷰티 시장에서 K뷰티의 점유율은 5% 안팎이다. 절대 수치로는 작아 보이지만, 10년 전 이 숫자는 1% 미만이었다. 2024~2025년 기준 미국 내 K뷰티 매출은 약 20억 달러를 넘어서며 전년 대비 37% 성장했다.
이헌주 디밀 대표는 5%라는 점유율을 ‘한계’가 아닌 ‘여백’으로 읽는다. 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싸움을 하는 것보다, 95%가 아직 비어 있는 미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성장 전략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 판단의 첫 번째 실행이 올해 6월 미국 LA에서 열리는 비드콘(VidCon) 2026이다.
“양측의 방향이 맞닿은 결과”
비드콘은 유튜브·틱톡 등 플랫폼 기반 크리에이터들이 모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크리에이터 행사로, 올해 15주년을 맞는다. 누적 콘텐츠 조회수 99억 회 이상의 크리에이터 1만 3000여 명이 참가하고, 관람객은 6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식 미디어 파트너 122개사, 언론 보도는 254건 이상을 기록했다.
2019년 설립된 디밀은 뷰티 특화 MCN(멀티채널네트워크) 기업이다. 방송인 가비를 비롯해 재유, 인보라, 도영도영이 등 950여 명의 국내 뷰티 크리에이터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부터 뷰티 브랜드의 성장 단계별 솔루션을 제공하는 ‘뷰티 크리에이터 IP 솔루션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올해 처음으로 비드콘 K뷰티 공식 파트너로 참여한다.
이 대표는 이번 파트너십에 대해 “수년간 미국 크리에이터 시장의 문을 두드려왔고, 비드콘 역시 15주년을 계기로 K뷰티를 공식 무대에 올리려는 의지가 있었다. 양측의 방향이 맞닿은 결과가 이번 파트너십”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에이터를 선택한 이유
왜 세포라나 얼타 같은 유통 채널이 아닌 크리에이터 행사였을까. 배경에는 미국 K뷰티 성장 구조에 대한 이 대표의 판단이 있다. 닐슨아이큐(NielsenIQ)는 틱톡샵(TikTok Shop)을 미국 K뷰티 급성장의 핵심 채널로 지목한 바 있다. 소비자가 제품을 발견하는 경로가 유통 채널보다 크리에이터 콘텐츠에 먼저 닿는 구조가 됐다는 뜻이다. 비드콘은 그 크리에이터들이 가장 밀집해 있는 오프라인 접점이다.
디밀이 보유한 950여 명의 크리에이터 네트워크는 행사 현장에서 직접 제품을 체험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대표는 “행사가 끝난 뒤에도 콘텐츠는 계속 소비된다”라는 점을 이번 행사의 핵심 레버리지로 꼽는다.
‘밀리언즈 서울’이라는 이름에 담긴 의도행사 기간인 6월 25일부터 27일, 미국 LA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 메인 입구 인근 약 300평 규모의 K뷰티관이 들어선다. 디밀은 이 공간의 이름을 ‘밀리언즈 서울(Millions Seoul)’로 명명했다. ‘서울’이라는 도시명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의도적이다. 미국 소비자에게 ‘서울’은 이미 뷰티·패션·문화의 맥락으로 소비되는 도시 브랜드다. 별도의 설명 없이도 K뷰티의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이름에 담겨 있다.
공간 테마는 ‘한옥 뷰티 스페이스(Hanok Beauty Space)’다. 전통 한옥 구조물을 활용한 공간 안에 국내 K뷰티 브랜드 30여 곳의 부스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K뷰티를 한국적 미감과 함께 맥락으로 전달하려는 의도다. 부스는 시그니처·프라임·스탠다드 세 등급으로 구성된다. 회사 측은 제안이 나간 지 하루도 안돼 다양한 브랜드들이 참여를 타진하고 있지만, 올해는 첫해인 만큼 30여 곳 규모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성과에 따라 향후 K뷰티관 규모를 점차 늘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 움직여야 하는 이유
미국 K뷰티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8~10% 성장이 전망된다. 전체 뷰티 시장 내 점유율도 한 자릿수 후반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킨케어 단일 카테고리에서는 이미 두 자릿수에 근접하거나 이를 상회한다는 유통사 평가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인지도가 미국 소비자에게 그대로 통하지는 않는다. 국내에서 유명한 브랜드라도 미국 소비자에게는 낯선 경우가 여전히 많다. 이 대표는 그 간극을 크리에이터 네트워크로 좁히는 것이 현재 시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본다.
이 대표는 “미국 시장에서 K뷰티가 자리를 잡으려면 유통보다 인식이 먼저”라며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쓰고 이야기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밀리언즈 서울이 그 첫 번째 접점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성혜 한경닷컴 기자 shkim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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