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소적으로 분리된 사업장이라도 인사·재무 등 경영상 일체를 이룬다면 전체 조직의 상시 근로자 수를 합산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소규모 공장 단위로 사업장을 쪼개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대상인 ‘50인 미만 유예 조항’ 등 법망을 피하려는 꼼수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는 평가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플라스틱 제조업체 A사 대표 B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이는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경영책임자에게 내려진 대법원 확정 판결 가운데 최고 형량이다.
사고는 2022년 3월 한 충남 서천 전기차 부품 공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공장 작업총괄자 C씨는 20대 근로자 D씨에게 인화성 액체인 에탄올로 세척한 컨덕터를 항온항습기에 넣어 건조하는 작업을 지시했다. 작업 중 폭발로 69㎏ 무게의 철문이 날아갔고, 근로자는 머리를 크게 다쳐 사망했다.
1심은 B씨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 책임을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징역 3년을 선고하며 B씨를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B씨가 작업총괄자 C씨의 책임만 부각하는 태도를 지적하며 "재해 결과를 초래한 직접 행위자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위험 전체를 평가하고 관리하는 것은 경영책임자 내지 사업주의 몫"이라고 판시했다.
B씨 측은 사고가 발생한 서천2공장의 상시 근로자가 50명 미만이어서 당시 기준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상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 또는 사업장’은 원칙적으로 ‘경영상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경제적·사회적 활동 단위’를 의미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개별 조직이 장소적으로 분리돼 있더라도 인사·노무 관리, 재무·회계 처리가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면 조직 전체의 상시 근로자를 합산해 법 적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조인선 법무법인 와이케이(YK) 노동중대재해그룹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적용 전 처벌을 피하려 사업장을 인위적으로 50인 미만으로 쪼갠 사례가 적지 않지만 법적 효력은 없다"며 "실제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법을 적용한다는 것이 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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