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이 수확은 이제 포기했습니다. 소나무가 20~30년간 자라고 그곳에서 공생하는 균이 형성돼야 비로소 송이가 얼굴을 내미는데 그 세월을 어떻게 기다리겠습니까.”
경북 의성군에서 30년 넘게 송이를 채취해온 70대 농민 박모 씨는 지난해 발생한 산불 이후 농가 상황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불길이 잡힌 지 1년이 지났지만 생계의 터전인 산은 여전히 검게 그을린 채로 좀처럼 회복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는 “송이뿐 아니라 그 옆에서 소규모로 키우던 산삼, 잣나무, 밤나무까지 전부 불에 타버렸다. 산이 복구되려면 짧아도 50년, 길게는 100년 이상 걸리는데 이 나이에 그런 희망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3월 화마가 경북 지역을 덮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송이 등을 수확하는 임업 농가 피해가 가시화되고 해마다 기후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산지 훼손 등 악재가 겹쳐 임산물 수급과 가격 상승 등에 대한 우려도 확산하는 모습이다.
19일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불길이 지나간 경북 지역 산림 피해 면적은 9만9289헥타르(㏊·1㏊는 1만㎡)로 집계됐다. 해당 지역은 송이, 사과, 마늘 등 식탁에 자주 오르는 주요 식재료의 핵심 주산지다. 특히 송이와 나물 등을 수확하는 임산물 농가의 시름이 깊다. 경북도는 지난해 산불로 인한 5개 시·군의 송이 피해 면적은 1만2000여헥타르(㏊·1㏊는 1만㎡), 연간 생산 피해액은 약 108억원으로 집계했다. 송이는 소나무가 수십 년에 걸쳐 성장한 뒤 그 뿌리와 공생하는 송이균이 형성돼야 하고, 토양·기후 등 주변 환경까지 맞아떨어져야만 비로소 수확이 이뤄진다. 산불로 숲이 소실될 경우 다른 농작물보다 임산물이 더 크게 타격을 입는 이유다.
송이 주산지인 영덕군 사정은 더 심각하다. 영덕 송이는 2024년 생산량 16t(톤)을 기록하며 13년 연속 전국 생산량 1위를 차지한 지역 대표 특산물이다. 그러나 지난 산불로 지품면, 축산면, 영덕읍 일대 송이산 약 4000㏊가 불에 타면서 지역 생산 기반이 크게 훼손됐다.
경북 영덕군에서 송이를 수확해 판매하는 최모 씨(60대)는 “산이 소실되면서 당장 채취할 수 있는 양이 없다 보니 지난해 생산이 예년에 비해 40%가량 감소했다”며 “수입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어 그저 막막한 심정이다”고 얘기했다.
다만 지난해 송이 공급은 예년보다 원활했다. 생육에 적합한 기후가 이어지며 전국적으로 생산량이 늘어난 영향이었다. 영덕군에 따르면 지난해 송이 전국 생산량은 121t으로 전년(70t) 대비 약 73% 증가했다.임산물 공판장에서 송이를 사들여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중간 유통업자 이모 씨는 “산불 이후 생산량이 크게 줄까 봐 걱정했는데 작년에는 생각보다 영향이 크지 않았다”며 “다른 지역에서 생산이 늘어난 탓에 물량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송이 산지에서 산불이 잇따르면서 향후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농가는 보고 있다. 실제로 영덕 산불에 앞서 2022년 또 다른 송이 산지인 울진에서도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당시 울진군의 송이 생산량은 2021년 12t에서 이듬해 약 7t 수준으로 급감한 전례가 있다.
이 씨는 “울진에 이어 지난해 영덕까지 산불이 이어지면서 송이 생산 기반이 계속 약화하고 있다”며 “몇 년 사이 전반적으로 송이 생산량이 줄고, 채취 시기도 점점 짧아지는 추세”라고 부연했다.
이처럼 공급량이 줄면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해마다 기후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생산 기반까지 훼손될 경우 수급 불안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진다.
산림조합중앙회임산물유통본부 관계자는 “송이 같은 임산물은 기후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여건이 나쁠 경우 생산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며 “여기에 산불로 생산 기반까지 약화하면 수급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송이는 9월 초 강원도 양양에서 수확을 시작해 동해안을 타고 남하하며 물량이 늘고 가격이 안정되는 구조”라며 “하지만 시즌 후반부를 책임지는 영덕·울진 등의 채취 면적이 줄어들면 수확 끝물에도 소매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결국 한 해 평균 가격을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