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진 전 신한카드 사장이 하나카드 사외이사로 가는 것을 보고 솔직히 놀랐습니다. 이사회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의지에 공감도 됐죠. 하지만 정부 요구를 다 맞추려면 다음에는 누굴 데려와야 할까요.”최근 만난 한 금융지주 임원은 이같이 토로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은 유지하면서 다양한 전문가로 이사회를 꾸려야 하는 고민이 묻어나는 말이었다. 금융회사들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쟁사 임원 출신까지 적극 영입할 정도로 이사회 구성 변신을 시도 중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13일까지 주총 안건을 공시한 국내 금융회사 43곳의 사외이사 선임 계획을 분석한 결과 경쟁사 임원 출신 후보가 29명이었다. 지난해 정기 주총(15명) 때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계열사끼리 돌려막는 ‘회전문 이사회’가 반복되기도 했다. 한 금융지주 회사는 이달 말 주총을 앞두고 교수 출신인 계열사 사외이사를 새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지난해 말 인터넷 은행 사외이사로 합류한 전직 시중은행장은 그해 3월 말까지 다른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관행적인 인사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각종 제약에 묶인 채 단기간 내 정부 요구에 맞는 인물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지주는 경영진과 약간이라도 관계가 있는 인물은 일찌감치 선택지에서 배제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0월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채워 참호를 구축한다”고 비판한 데 이어 두 달 뒤 이재명 대통령까지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소수가 돌아가며 지배한다”며 거들고 나선 여파다. 금감원은 이어 교수 비중을 줄이고 정보기술(IT)과 소비자보호 전문가를 포함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모두 지난해 4분기에 일어난 일이다.
이달 초까지 이사회 구성을 끝내야 하는 금융지주로선 석 달 안에 적임자를 구해야 할 상황에 내몰린 셈이다. 게다가 최근 3년간 재직한 인물(계열사 포함)과 최근 2년간 거래 관계를 맺은 회사 임직원은 사외이사로 선임할 수 없다. 대형 로펌과 회계법인, 세무법인 등에서 전문가를 영입하기 어려운 이유다. 금융사 사외이사는 다른 회사 사외이사를 겸임해서도 안 된다.
교수와 전관 일색이던 금융사 이사회가 다양성을 강화하는 시도는 의미가 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려면 사업 이해가 깊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해서다. 하지만 세부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면 오히려 유능한 인사를 영입하기 어렵다. 특정 잣대에 사로잡히기보다 최적의 인재를 쓸 수 있는 유연한 이사회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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