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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함 파견" 요구에…영국·일본·프랑스 등 거절

입력 2026-03-18 00:45   수정 2026-03-18 01:02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에 동맹국들을 끌어들이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 요청에 동맹국들 대부분이 거절에 나섰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보장을 위해 중국, 영국, 프랑스, 일본, 한국에 군함을 보내달라고 요청한 이후 대다수의 상대국들이 거절 의사를 표시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하길 바란다면서 한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을 거론했다. 다음 날인 15일에는 국가를 명시하지 않은 채 7개국 정도에 추가로 참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언급 전후로 거론된 국가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에 속한 독일, 이탈리아, 호주, 캐나다, 요르단과 사우디 아라비아 등 걸프국가들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독일은 16일(현지시간) 명시적으로 트럼프의 요청을 비판했다.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번 전쟁에 관여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우리가 시작한 전쟁도 아니다”라면서 “막강한 미 해군도 못한 일을 유럽 함정 몇 척이 해낼 수 없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 등 미국의 군사 작전에 늘 앞장서서 참여해온 영국조차도 이번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군함 파견이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라며 “영국은 더 큰 전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일본 정부도 1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법적 근거 부족을 이유로 들며 “파병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블룸버그는 일본의 거절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각각 일본과 한국에 전화를 걸어 대화를 계속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호주는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고 캐나다 역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적인 작전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강력한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유럽연합(NATO)도 현재 홍해애서 운영중인 EU 해군 작전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미국을 지원하지 않으면 나토의 미래가 매우 암울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유럽이 트럼프의 그린란드 통제권 요구를 거부했을 때 이후로 전세계적으로 트럼프에 대한 명확한 거부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당시 트럼프는 결국 물러섰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합동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지금, 트럼프가 물러서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2기 집권 이후로 적대시해온 중국, 러시아가 아닌 가장 가까운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을 관세와 대미투자 압박 등으로 끊임없이 위협해왔다. 또 동맹국들이 미국의 방위력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지원을 줄이면서 한국과 일본, 독일등에서는 방위비 분담금을 매년 징수하고 있다.

트럼프정부의 압박으로 자체 방위력 증강에 시급해진 동맹국가들이 트럼프의 군함 파견 요청에 선뜻 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정부의 전쟁과 관련된 의도나 트럼프의 상황 관리에 대한 신뢰도 역시 낮은 수준이다. 3월초 실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4%가 "미국 정부가 이번 전쟁의 목표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즉 미국인들은 왜 하는지 모르는 전쟁을 트럼프정부와 이스라엘이 시작했다는 평가다. 일부에서는 이스라엘과 유태인의 로비에 넘어가 트럼프가 오판을 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7일 트럼프 충성파로 꼽혀온 조 켄트 국가대테러센터장(NCTC)은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속아서 이란과의 전쟁을 지지하게 됐다”고 비난하며 이란 전쟁에 항의하는 의미로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이란은 우리 국가에 임박한 위협을 가하지 않았으며,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은 이스라엘과 강력한 미국(유태계) 로비의 압력 때문이라는 것이 분명하다”고 썼다.

동맹국에 대한 배려가 없는 미국의 정책에 대한 동맹국들의 신뢰도 역시 떨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인 카리슈마 바스와니는 “한국은 미국의 약속에 대한 냉혹한 진실을 깨닫고 있다”(South Korea Is Learning the Hard Truth About US Promises)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은 관세 압박에 이어 군사적 압력까지 겪으며 미국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스와니 칼럼니스트는 사드 배치로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정치 경제적 후폭풍을 수년간 감수해왔으나 미국의 사드 이전 언급에 그간의 희생에 의문을 품게 됐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확대되면서 한국내에서 미국에 대한 국방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무기 개발을 확대하거나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자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요 동맹국들이 참여하지 않는 호르무즈의 연합군 구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럽에서는 트럼프정부에 맞서는 것이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전쟁을 강력하게 비판해온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지난 15일 지방 선거에서 자신의 사회당이 예상밖의 압승과 지지를 얻어내며 약진했다.

동맹국들의 트럼프에 대한 거리두기가 향후 또다른 무역 압력 등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러나 트럼프가 점점 더 친구를 잃고 있다는 것이 이란전쟁에서 더 분명히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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