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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아크로' 힘주는 DL이앤씨…압구정서 벌인 일 [현장+]

입력 2026-03-19 06:30   수정 2026-03-19 09:14

'재건축 최대어'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 인근에 블랙과 화이트의 대비가 돋보이는 웅장한 라운지 건물이 18일 문을 열었다. 3.3m 높이의 검은 대문이 위용을 자랑하는 이 건물은 DL이앤씨가 자사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아크로(ACRO)'의 정수를 담아 선보인 '아크로 라운지 압구정'이다.

업계에선 이 공간을 단순한 홍보관을 넘어 향후 압구정 재건축 수주전의 승기를 잡기 위해 던진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한다. 1999년 '아크로빌'로 시작해 2013년 '아크로 리버파크'로 하이엔드의 기준을 세운 지 10여 년, DL이앤씨가 압구정에서 또 한 번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상과 분리되는 경험…기술력 담은 '아서포' 설계 제안서 공개

개관일인 지난 18일 라운지에 들어서는 순간, 방문객은 일상의 공간과는 완전히 분리된다. 입구에서 마주하는 첫 번째 공간은 정갈하게 꾸며진 중정 형태의 홀이다. 중앙에 거대한 꽃장식이 놓여 있고, 주변은 차분한 조명으로 마감됐다.

본격적인 전시관으로 들어서기 전, 호흡을 가다듬게 만드는 이 의도적인 공간 배치는 방문객에게 '내가 특별한 곳에 와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공간은 500여 권의 아트 서적이 비치된 라이브러리로 이어진다. 아크로가 지향하는 '예술적 주거'의 가치를 몸소 느끼게 한다.

이번 라운지의 백미는 외부인이 쉽게 볼 수 없었던 DL이앤씨 하이엔드 단지의 설계 제안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확인한 아크로서울포레스트(아서포)의 핵심은 'T자형 설계'에 있었다. 일반적인 곡선형 설계 대신 T자형을 채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모든 세대에서 '한강뷰'와 '서울숲뷰'를 동시에 확보하기 위함이다.

'T자형 설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세대 간 간섭 문제는 '틸트 형 구조'로 해결했다. 창을 미세하게 비틀어 시공해 옆 세대와 시선이 마주치지 않으면서도 최적의 조망 각도를 찾아냈다. 또 인근 부영 부지에 향후 건물이 들어서더라도 조망이 막히지 않도록 치밀하게 계산된 각도를 적용해 '영구 조망'의 가치를 지켜냈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이엔드 아파트의 상징인 '스카이라운지'가 아파트 중간 높이인 29층에 위치한 이유도 흥미롭다. 단순히 높은 곳이 아니라, 맞은편 응봉산 정상의 높이와 시선이 일치해 조망이 가장 아름답고 편안하게 들어오는 높이를 찾아낸 결과다.

최상층 펜트하우스와 스카이라운지 모두의 가치를 지켜냈고, 이는 지난해 펜트하우스가 290억원에 거래되며 하이엔드 공동주택의 정점을 찍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대로 10층 이하 저층부는 천장고를 3.3m까지 높이고, 오픈 발코니를 적용해 서울숲을 내 정원처럼 가깝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 꿈꾸는 '아크로 한남'
라운지에서는 한남5구역 재개발 수주를 통해 선보일 '아크로 한남'에 대한 디테일도 엿볼 수 있다. 2층 전시실에는 '아크로가든'이 정교한 페이퍼 아트로 구현되어 있다.

아크로 한남은 남산 경관 유지를 위한 고도 제한이라는 제약 조건을 오히려 '고급 빌라' 콘셉트의 외관 특화로 승화시켰다. 외관은 석재와 식재를 적절히 활용해 중후함을 더했다. 보안과 공공성 사이의 고민도 설계에 녹아 있다. 기부채납으로 개방되는 공공보행로와 실제 주동 사이에 단차를 크게 둬 외부인의 시선은 차단하면서도, 단차 덕분에 입주민의 한강 조망은 더욱 높고 넓게 확보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실내로 자연을 끌어들인 '로비 가든'과 기존 아파트 상가와는 궤를 달리하는 프리미엄 상업 시설 제안 등은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향한 DL이앤씨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전략적 폐쇄성'이 주는 신뢰…조합원 시선 사로잡을까
열린 플랫폼으로 운영돼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이곳에는 두 곳에 적용된 시공 제안서가 그대로 전시돼 있다.

현장 관계자는 인근 지역 재건축 조합원 등을 포함한 방문객에게 DL이앤씨의 기술을 상세히 설명하며 아크로만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강조했다. 다만 기술 유출과 보안을 우려해 이들 상세 자료에 대한 사진 촬영은 제한하고 있다. 오직 현장을 방문한 이들만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하이엔드 브랜드로서의 신비감을 유지하면서도, 실제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을 직접 확인시켜 신뢰도를 높이려는 '전략적 폐쇄성'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이번 라운지 개관은 특정 구역의 사업 홍보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공사비 1조5000억원 규모의 '압구정 5구역' 재건축 수주전이 임박한 시점에 압구정 한복판에 이토록 정교한 브랜드 플랫폼을 마련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미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과 치열한 접전이 예고된 상황에서 DL이앤씨가 '아크로 리버파크',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를 통해 검증된 하이엔드 DNA를 압구정 조합원들의 코앞에 가져다 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공간은 5월 말까지 월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일반 방문객에게 상시 열려 있다.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전 예약제로 5월 말까지 월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운영되며, 방문객에게는 간단한 차와 다과도 제공된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아크로 라운지 압구정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주거 철학과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공간"이라며 "향후 아크로 라운지에서는 문화·예술 초청 강연, 라이프스타일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브랜드와 예술,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해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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