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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농산물 4차 방정식

입력 2026-03-18 18:08   수정 2026-03-19 00:02

21세기 들어 국제 유가는 총 네 번, 배럴당 100달러를 넘겼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아랍의 봄, 그리고 러·우 전쟁과 현재 이란 전쟁이다. 앞선 두 번의 위기 당시 석유와 식량 가격의 관계를 다룬 연구가 활발했다. 현대 농업 생산은 햇볕뿐 아니라 석유가 필수적이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오는 길도 석유에 의존한다. 수입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는 더 취약하다.

이처럼 농산물은 에너지, 기상과 기후, 병해충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물가 관리가 어려운 영역이다. 공산품처럼 밤새 찍어내듯 생산하지 못하는 데다 저장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산과 소비, 유통과 가공을 살펴보며 ‘4차 방정식’을 풀어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후 서유럽은 공동 농업정책(CAP)을 세워 역내 시장을 통합했다. 목표 가격 중심 관리에 주력했다. 수십 년 동안 시행한 결과 규모화와 생산력 증대라는 성과를 냈지만 과잉 생산과 재정 부담이 가중됐다. 19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UR)를 전후해 직불 방식의 생산자 소득 보전, 개방을 통한 소비자 후생 증진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여기까지는 제법 알려졌다. 하지만 산업적으로 보면 유통과 가공이 더 중요하다. 세종시 인구는 약 39만 명, 스위스 제네바와 로잔을 더한 주민 수보다 많다. 그런데 농산물을 살 수 있는 매장은 매우 적다. 소비자가 신선 생산물을 만날 기회가 절대 부족하다. 대형 슈퍼에도 막상 신선 농산물의 종류와 매대가 제한적이다. 1인 가구 증가에 걸맞은 소량 구매 단위도 여전히 부족하다. 빈틈을 온라인 거래, 택배 주문 등으로 메우고 있다. 온라인은 편리하지만 산지 협상력, 포장재 처리, 물류비용 등을 따지면 사회적 비용이 적지 않다.

국가별 식품 소매 유통의 특징도 다르다. 작년에 매출액 7000억 달러를 찍은 월마트만 봐도 유통업체는 현금 흐름이 좋다. 그래서 독일 최고의 부자 기업은 알디, 리들 등 ‘가성비’ 유통 체인이다. 스위스 국민기업 미그로는 해외에 살던 창업자가 동포들에게 저렴한 식료품을 공급하겠다는 애국심에서 출발했다. 프랑스 까르푸 역시 식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벨기에 유통 1위는 콜루이트다. 비행기 안에서 볼 수 있는 바퀴 달린 냉장고를 신선 과채류 유통에 적용하고 있다.

조금만 넘치거나 모자라도 파동이 일어날 수 있는 신선 농산물의 특성상 가공용 수급 관리가 중요하다. 프랑스의 냉동실이라 불리는 냉동식품 전문 피카르가 좋은 예다. 전국에 1300여 개 매장이 있다. 생산자 관점에서 보면 출하기에 거대한 냉동고를 보유한 것이다. 가공은 최고의 부가가치를 지향한다. 술, 소스, 치즈, 햄 등에는 식문화의 정수와 시간이 담겨 있다. 요컨대 농산물 4차 방정식에 정답은 없다. 생산뿐 아니라 유통과 저장, 가공 분야를 육성하고 공급망과 소비 시장을 확장, 다변화하는 것만이 검증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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