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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증권인가 아닌가. 10년 넘게 월가의 논쟁거리였던 암호화폐에 대한 관련 법령해석이 17일(현지시간) 나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를 ‘증권’이 아니라 ‘디지털 상품’으로 판단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다. 이로써 코인은 등록·공시 등 증권법의 까다로운 규제망을 탈출해 금, 원유처럼 시장 원리에 따라 거래되는 ‘일반 상품’으로 공인받게 됐다.
◇증권 꼬리표 뗀 암호화폐

SEC는 이날 ‘특정 암호화폐 거래와 관련한 연방증권법 법령해석 지침안’을 발표했다. SEC는 이번 지침안을 통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XRP, 솔라나, 도지코인 등 대부분 암호화폐를 디지털 상품이라고 분류하면서 증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SEC는 암호화폐를 ‘기능적인 암호화 시스템의 프로그래밍 운용 및 수급에 연동돼 그로부터 가치가 결정되는 암호자산’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주식(지분증권), 채권(채무증권), 파생결합증권, 투자계약증권 등과 달리 발행 주체의 노력보다는 철저히 시스템과 시장 원리에 따라 가격이 형성된다고 해석했다. 코인은 ‘등록되지 않은 증권’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게 됐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10여 년간의 고민 끝에 내린 이번 해석은 시장 참여자에게 연방 증권법상 위원회가 가상자산을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지 명확한 이해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의회가 초당적으로 관련 입법을 추진하는 동안 기업가와 투자자를 위한 중요한 가교 구실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게리 겐슬러 전 SEC 위원장은 암호화폐를 연방 증권법상 규제 대상인 증권으로 간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4년 “SEC 암호화폐 규제 방식을 뒤집을 것”이라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SEC는 또 NFT(대체불가능토큰)와 밈 코인 등을 ‘디지털 수집품’으로 지칭하고 증권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SEC는 “실물 수집품과 마찬가지로 가치가 창작자의 본질적인 경영 노력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 수급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의 경우엔 지난해 미 의회를 통과한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법’에서 정부의 허가를 받은 업자가 발행한 ‘지불 스테이블코인’을 증권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한 점을 그대로 준용했다. 다만 미술품 조각 투자와 같이 디지털 수집품에 대한 분할 소유권을 취득해 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도록 구성된 제공·판매 행위는 여전히 ‘증권의 제공이나 판매’에 해당할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은행·운용사 등 진출 걸림돌 제거
금융업계에선 이번 SEC의 판단으로 암호화폐 시장 진입을 막던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은행, 자산운용사 등 전통 금융회사의 암호화폐 시장 진입의 부담이 낮아지고 다양한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 상품 출시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이더리움 현물 ETF가 출시 직전 SEC로부터 증권성을 띤다는 이유로 발목이 잡힌 바 있다. 연금·보험·국부펀드 등 보수적인 금융기관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에 암호화폐를 편입할 근거도 마련됐다.암호화폐 시장은 이날 SEC의 해석에 당장 반응하진 않는 분위기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비트코인은 7만4000달러 안팎에서 횡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유권해석으로 중장기적으론 기관 자본의 유입이 가속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정의가 마련되면서 안심하고 파생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세계 곳곳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의 도입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한명현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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