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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는 건강한 도파민의 끝" 피아니스트와 마주한 정재승

입력 2026-03-19 09:01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은 강력한 삶의 이유다. 전 세계 BTS 팬들이 서울 광화문에 집결하고, 임윤찬 팬들이 뉴욕으로 런던으로 원정을 떠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인류사 관점에서도 음악은 강력한 도파민이었고, 21세기 이후 뇌과학은 이를 밝혀냈다. 오는 21일, 음악의 힘을 예술과 과학 두 시선으로 탐구하는 무대가 열린다. 서울 예술의전당 IBK 체임버홀에서 피아니스트 한지호와 뇌과학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함께하는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공연이다. 공연을 앞둔 두 사람을 최근 만났다.
◇클래식은 뇌를 많이 자극해
정재승 교수는 뇌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음악 감상은 뇌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가장 강력하고도 건전한 방식”이라고 했다. 연구에 따르면, 음악은 뇌의 쾌감 중추인 ‘측좌핵’을 자연스럽게 활성화한다. 마약이나 극단적 자극이 뇌의 보상 회로를 억지로 건드리는 것과는 다른 경로다.

그중 클래식 음악은 뇌를 유독 많이 자극하는 장르다. 정 교수는 “대중음악에 비해 클래식은 구조가 복잡하고 촘촘해서 내용을 완벽히 파악하기 쉽지 않다”며 “그만큼 뇌를 더 많이 자극하는 음악”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는 바흐다. 그가 학창 시절 가장 많이 들었던 앨범도 글렌 굴드의 전집이었다. 인생 첫 논문 주제 역시 바흐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는 “바흐의 음악은 수학적으로 완벽한 규칙을 따르는 것 같으면서도, 예상치 못한 화성 진행과 예외적인 움직임이 섞여 있어 뇌에 적절한 긴장감과 즐거움을 동시에 준다”고 분석했다.

그중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밀당’의 묘미가 있는 곡이다. 너무 단순하거나,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다. 아리아로 시작해 30개의 변주를 거쳐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순환 구조는 안정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전한다. 정 교수는 “뇌과학적으로 보면 음들의 귀환과 안정을 통해 고도의 지적 만족감을 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MRI 뇌 자극 실험에 가장 자주 쓰이는 곡 중 하나가 골드베르크인 이유다. 바흐가 한 백작의 불면증 치료를 위해 작곡했고, 그동안 ‘잠을 부르는 음악’으로 불린 게 억울할 정도다.

골드베르크가 뇌를 건드리는 방식은 더 있다. 그는 “이 곡이 자극하는 뇌의 영역은 종교적 체험 시 활성화되는 영역과 맞닿아 있다”고 했다. 뇌과학적 관점에서, 바흐가 초판 표지에 직접 적은 ‘음악 애호가들의 영혼을 고양하기 위한’이라는 문구는 단순한 수사가 아닌 셈이다.
◇인간 삶의 30가지 모습
한지호는 그만의 바흐 해석으로 오래전부터 주목받아온 피아니스트다. 뮌헨 ARD 콩쿠르 우승자인 그는 독일 언론으로부터 “글렌 굴드와 빌헬름 켐프 사이의 독보적 위치”라는 평가를 받았고, 2024년부터는 미국 인디애나 음대 피아노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 중이다.

바흐의 스페셜리스트인 그에게도 골드베르크는 ‘잘해봐야 본전’인 난곡(難曲)이다. 바흐로만 90분을 채워야 하는 것 자체가 도전으로, 지난해 불과 21세였던 임윤찬이 골드베르크로 리사이틀한 게 화제였던 이유다. 평생 피아노와 함께한 거장도 어려워하는 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정통의 연주도, 자유롭게 개성을 표출하기도 쉽지 않다. 나만의 해석을 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 곡에는 드라마틱한 파격이 숨어 있다. 장조가 나올 차례에 단조가 등장하고, 예외적인 움직임과 생각지 못한 화성이 펼쳐진다. 바흐가 설계한 수학적 규칙과 예상 밖의 변화가 적당히 섞인 구조는 음악가의 호기심을 자극한다고.

한지호는 골드베르크를 ‘인간 삶의 30가지 모습’으로 표현했다. 그는 “바흐가 여러 성부 때문에 어려운 느낌이 있지만, 인간의 30개 모습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곡 자체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음들의 순환과 귀환을 관객과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주 후 이어지는 대담은 이번 공연의 특별한 점이다. 정 교수가 모더레이터로 참여해 한지호와 함께 바흐의 골드베르크를 논한다. 정 교수는 AI 시대일수록, 실재하는 음악가의 ‘연주’와 ‘감상’은 앞으로 더 귀한 경험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으로 예술을 소비하는 시대일수록, 공연장에서 예술가와 호흡하는 것은 의미 있습니다. 감정의 요동을 경험하는 행위는 우리 뇌를 가장 건강하게 깨우는 소중한 미적 체험이거든요.”

조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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