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저출생·고령화 시대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잠재 성장률의 지속적 하락이다. 심지어 현재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에 나서야 할 청년의 고용 상황을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용 동향을 살펴보면 올해 2월 기준 15세 이상 고용률과 경제활동 참가율은 각각 61.8%, 64.0%로 2월 통계로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전체 고용 통계의 밝은 면과 달리 청년 고용 상황은 매우 어둡다. 같은 시기 청년 실업률은 7.7%로 전년 대비 0.7%포인트 높아졌다.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실업자, 취업준비생, ‘그냥 쉬었음’을 포함한 이른바 ‘청년 백수’는 116만9000명으로 전체의 14.8%에 달했다.
이미 다양한 연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경력 초기에 제대로 기반을 다지지 못한 청년은 이후에도 저임금과 불안정 고용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 청년은 당연히 안정적인 소득과 고용이 확보될 때 혼인과 출산을 고려할 것이다. 경제적 안정 없이 가정을 꾸리기 어렵다는 현실이 초저출생을 고착시키는 핵심 경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청년은 첫 취업을 위해 평균 11.3개월을 준비하고도 1년6개월 남짓 근무한 뒤 떠난다. 이렇게 경력이 조각조각 나뉘면 국민연금 가입 기간은 줄고, 퇴직연금 등 노후 자산도 축적할 수 없다. 오늘의 불안정한 취업은 수십 년 후 노인 빈곤으로 이어질 것이다.
청년의 잦은 이직을 단순히 “요즘 젊은이들은 이상해”라고 볼 수 없다.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청년은 미래의 보상보다 현재의 소득을 중시하고, 이직을 통해 빠르게 경력과 소득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한다. 잡코리아의 2024년 조사에서도 청년 구직자의 72%가 이직을 ‘커리어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정’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 속에서 자신의 시장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직무 경험과 성장 기회를 찾으려는 욕구도 강해졌다.
AI 확산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다. AI가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해 다양한 예측이 난무한다. 최근 파장을 일으킨 시트리니 보고서는 AI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금융 어드바이저, 중간관리자 등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더 많은 AI에 투자하고, 이것이 추가 해고를 불러오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AI가 고용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챗GPT 출시 이후 3년간 AI 고(高)노출 업종에서 청년 일자리 21만1000개가 사라진 반면, 50대 일자리는 오히려 20만9000개 늘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정보서비스, 출판, 전문서비스 등 청년이 많이 진출하던 업종에서 고용이 급감하는 ‘연공편향 기술변화’가 이미 진행 중이다.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한 주요 외신은 AI 시대에 목공, 배관, 전기 공사, 용접 같은 AI나 로봇이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운 ‘손기술’이 재평가받는 역설을 부각하고 있다. 청년이 그토록 원하던 사무직·전문직 일자리가 줄어드는 동안, 정작 사람 손이 필요한 현장 기술직은 채워지지 않는 기묘한 역전이 일어나는 셈이다.
청년 고용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대책은 훨씬 더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설계돼야 한다. 첫째, 청년은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데 중소기업은 구직난을 하소연하는 부조화를 해소하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및 근로조건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 둘째, 학교에서 노동시장으로의 전환을 원활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직업교육과 기업 연계형 훈련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직업교육 체계를 AI 시대에 맞게 재편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현장 기술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숙련 기능직 훈련 인프라도 확충해야 한다. 셋째, 청년이 노동시장 밖에 머무르는 기간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고용과 경력 형성 지원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
낮은 실업률이라는 숫자만으로 한국의 청년 고용을 낙관해서는 안 된다. 수면 아래에는 노동시장 진입을 미루거나 포기한 수많은 청년이 존재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실업률의 착시를 넘어 실제 청년 고용의 질과 참여도를 높이는 정책적 접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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