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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부부 2000만원 '깜깜이 결제'…과태료 1억에도 요지부동

입력 2026-03-19 10:00   수정 2026-03-19 10:16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부터 ‘결혼 서비스 가격 공개제’를 시행했지만 고객에게 충분한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5월이면 계도 기간이 만료되는데도 업체들은 여전히 서로 눈치를 보며 정보 제공을 꺼리고 있다.

18일 결혼정보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작년 11월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를 개정해 예식장업과 결혼준비대행업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기본 서비스와 선택 품목의 항목별 세부 내용 및 요금,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과 환급 기준 등을 의무 공개하도록 했다. 해당 정보는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참가격’ 홈페이지나 사업자가 운영하는 SNS, 홈페이지에 올리도록 했다.

고시 개정 직후인 작년 11월 전국 예식장 17곳, 결혼준비대행업체 3곳이 정보를 공개했다. 하지만 이후 4개월이 지나는 동안 참가격 홈페이지에 추가로 정보를 올린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 건 결혼 서비스 업체들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가격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깜깜이’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발표한 ‘결혼 서비스 시장 진단 및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등 결혼 패키지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설문 대상 1490명) 중 37.0%는 개별 서비스 가격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패키지 서비스에 지급한 평균 가격은 1863만원에 달했다. 2000만원에 이르는 돈을 쓰면서 본인이 어떤 서비스를 얼마에 이용하는지도 고지받지 못하는 일이 지속된 셈이다.

업체들이 반드시 참가격을 통해 중요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건 아니다. 자체 운영하는 SNS와 개별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공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모리스 등 예식장을 운영하는 주요 대형 업체는 홈페이지에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참가격에 한꺼번에 정보를 공개하면 소비자가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데, 각 업체 홈페이지에 정보가 분산돼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업계 부담을 고려해 고시 개정 후 6개월은 계도 기간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두 달 뒤인 5월이면 계도 기간이 종료되지만 업체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참가격은 14개 지역으로 나눠 정보를 공개하는데 충청 광주 부산에서는 중요 정보를 제공한 예식장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준비대행업체는 14개 지역 중 12개 지역에서 한 곳도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업체 동향을 살피며 최대한 공개를 늦추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계도 기간 종료를 앞두고 업체들에 참여를 독려하고, 모니터링에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계도 기간이 끝난 뒤 가격 등 중요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업체엔 1억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박종관/곽용희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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