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박성재 로폼 법률AI센터장이 서울지방변호사회를 상대로 제기한 겸직 불허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지난달 서울변회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이에 따라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변호사인 박 센터장은 2021년 서울변회에 리걸테크 업체 로폼 겸직 허가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서울변회는 로폼이 제공하는 법률문서 자동 작성 서비스가 변호사법이 금지한 ‘비변호사의 법률사무’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박 센터장은 이에 불복해 2023년 행정소송을 냈고,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최종 승소했다.
리걸테크 서비스를 둘러싼 변호사단체와의 분쟁이 대법원 판단으로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조계는 리걸테크산업의 법적 지위를 인정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대법 판결, 변호사 견적 서비스 등 다른 재판에도 영향 줄지 주목
국내에서 이 같은 리걸테크(법률+기술) 서비스가 확산할 토대가 마련됐다. 대법원이 리걸테크와 변호사 단체 간 소송에서 기업 손을 들어준 첫 사례가 나오면서다.
대법원은 박성재 로폼 법률AI센터장과 서울지방변호사회 간 소송에서 표준화된 시스템에 이용자가 입력한 내용 그대로를 검토·수정 없이 채워 넣어 법률관계 문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서비스는 변호사법에서 금지하는 ‘비변호사의 법률사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과거엔 변호사가 50만~100만원을 받고 내용증명을 써줬다. 내용증명, 고소장 등 기초 법률문서 작성 시장을 리걸테크가 빠르게 잠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대법원 판단은 비변호사의 법률사무 금지 규제에 시달리는 다른 리걸테크 서비스에도 숨통을 틔울 전망이다. 변호사 소개 플랫폼 로톡은 2015년부터 해당 서비스가 변호사법에서 금지된 알선에 해당하는지를 둘러싸고 대한변호사협회와 갈등을 빚었다. 법무부는 2023년 로톡 가입 변호사 123명에 대한 변협의 무더기 징계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로톡은 8년간의 ‘불법 꼬리표’ 속에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로톡은 소개 플랫폼과 별개로 2020년 자체 개발한 형량 예측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이 역시 변협의 압박에 중단했다. 의뢰인 사건에 대한 변호사 비용 견적 서비스를 선보인 로앤굿 역시 변호사 단체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런 사이 기업 법무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FTI에 따르면 법무팀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글로벌 기업 비중은 작년 44%에서 올해 87%로 높아졌다. 최이선 한국인공지능협회 정책위원 변호사는 지난달 ‘리걸테크 정책 토론회’에서 “검증된 국내 리걸테크를 규제로 묶어둔 사이 국민이 ‘환각 리스크’가 큰 범용 AI에 법률 자문을 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다만 변호사업계에서도 리걸테크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24년 법조·법학계 인사 707명(변호사 283명 포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변호사 76%가 법률 검색·조사에서 리걸테크 도입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법조계에선 법적 불확실성에서 오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선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관련 작업에 들어갔다. 법무부 관계자는 “AI 기술을 법률 시장에 편입하는 데 따른 기존 법 체계와의 조화 방안, 기준 마련, 법제 정비 등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인혁/허란/정희원/김유진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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