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18일 09:2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서울 도심이 거대한 ‘공간적 모순’에 직면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지식산업센터 공실 쇼크’와 ‘도심 상가 공동화’로 비명을 지르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청년들이 한 평 남짓한 고시원과 반지하를 전전하며 주거 빈곤에 시달린다. 최근 발표된 2025년 4분기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식산업센터의 공실률은 30%를 넘어섰으며, 집합상가의 공실률 또한 10.4% 이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교육부 통계는 더욱 충격적이다. 점차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해 서울 시내에서는 매년 폐교되거나 통합되는 학교가 늘고 있으며, 2030년까지 도심 내 유휴 학교 시설은 현재의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교육부는 예측하고 있다.반면,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현실은 안타까운 상황으로, 2025년 통계청 통계로 본 1인 가구 자료에 의하면, 20대~30대 1인 가구 비중은 전체 1인 가구의 36.1%를 차지하고 있으며, 주거 점유 형태는 82.6%가 ‘임차(전세, 월세)’에 쏠려 있다. 이들의 월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 : 소득 대비 주택 임대료)은 평균 25%를 상회하며, 서울 시내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면적은 평균 33.0㎡로 전국 평균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현실이다.
글로벌 도시들은 이미 ‘도심 공동화’와 ‘청년 주거 문제’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민간의 자본력과 공공의 제도적 지원이 결합된 다양한 모델을 운영 중에 있으며, 일본과 싱가포르는 '공간의 유연함'과 '관리의 전문성'에서 문제의 해법을 찾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을 시행하며 도심 내 오피스 빌딩을 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정책적 지원을 했으며, 단순히 규제(용적률 인센티브)를 완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층고가 높은 오피스의 특성을 살려 복층형 소형 주택으로 개조하거나, 하층부는 공유 오피스, 상층부는 주거로 구성하는 혼합형 ‘직주 밀착형’ 모델이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그 결과 젊은 직장인들이 다양하고 저렴한 도심지 주택에 거주하게 되면서 상권까지 부활하는 도심재생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싱가포르는 주택개발청(HDB)이 주도하는 공공 주택 공급으로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민간의 운영 효율성을 결합한 모델로 변화되고 있다. 정부는 국공유지 토지를 장기 임대해 주고, 민간 리츠나 임대 전문 기업이 건물을 지어 운영하도록 하며, 기업은 정부가 정한 ‘임대료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대신, 안정적인 배당 수익과 세제 혜택을 장기적으로 보장받도록 하여서, 민간임대주택 사업자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거 서비스 운영 전문가’로 변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싱가포르 오차드(Orchard) 지역 내 알마 하우스(Alma House) 경우, 도심 폐교(난 차이 고등학교(Nan Chiau High School)) 건물을 주택으로 전환하고자, 정부에서는 교육 용지 해제 및 주거 용지 변경을 패스트 트랙으로 지원하며 인허가 기간을 최소화하였고, 민간임대주택 사업자는 건물의 층고가 높고 채광, 환기가 좋은 학교 설계의 장점을 그대로 활용하여, 복층형 소형 주택 및 코리빙 하우스로 개조(Retrofit) 하였다. 운동장은 공용 정원 및 어린이 놀이터로, 저층 교실은 F&B, 상점, 커뮤니티 시설 등으로 구성하여서 현대적인 주거 서비스가 지향해야 할 주거상품 요소를 폐교에 구현하였다. 향후 도심 내 유휴 학교 시설 증가가 예상되는 현 시점에, 도심 내 폐교 자산을 청년 주거로 전환하는 과감한 ‘컨버전(Conversion)’ 사례는 우리가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기업형 임대주택은 그간 용적률 인센티브와 세제 혜택으로 인해 '사업자 특혜'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으나, 공공의 재원만으로 도심지 내 토지를 매입해 주택을 공급하는 것 또한 재원 부담 등 한계는 명확한 현실이다. 또한, 한국 임대차 시장의 41% 이상이 전문 지식이 부족한 개인 임대인 위주로 형성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임차인은 전세 사기 위험, 주거 시설 노후화 및 관리 전문성 부재 문제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며, 이로 인해 입주 청년의 거주 만족도는 매우 낮은 현실이다.
따라서, 임대주택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관리의 전문성’과 ‘거주의 안정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자를 사회적 안전망의 파트너로 활용하며, 청년 주거 정책의 패러다임이 공급량 및 세대수 중심에서 ‘주거 공간의 다양성’과 ‘운영 관리 전문성’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도심의 빈 사무실은 산업 구조 변화가 남긴 ‘흉터’가 아니라, 새로운 세대를 담아낼 ‘기회의 그릇’으로, 도심 폐교와 같은 유휴 자산은 청년 주거 공간으로 ‘컨버전(Conversion)’ 되어 도심 곳곳에 활력을 되살릴 수 있기를 희망하며, 관련 규제 완화와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자가 사회적 안전망의 작은 축을 담당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정책적 지원을 함께 고민하여 볼 시점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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