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50대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광화문 인근에서 국밥 한 숟갈 뜨다가 ‘부장님도 방탄 좋아하세요?’ 묻는 부원의 질문에 이렇게 얼버무리고 말았다. 막상 돌아보니 잘 안다고 생각했던 BTS를 잘 몰랐다. 그래도 빅뱅까진 ‘거짓말’ ‘판타스틱 베이비’, ‘삐딱하게’(지드래곤)가 술술 나오고 술김에 노래방에서 도전해 본 적까지 있는데…. 그러고 보니 A가 그간 주로 소비한 BTS 관련 콘텐츠는 노래나 영상보다는 뉴스나 리액션이 아니었나. ‘푸른 눈의’ 이방인 수만 명이 울면서 ‘보라해!’를 외치거나 ‘빌보드 정상!’ ‘그래미 후보!’ 같은 올림픽 금메달 소식 비슷한 뉴스들 아니었나 싶은 거다. A씨 같은 분들을 위해 준비했다. 물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러나 또 의외로 모르는 사람도 꽤 있는, 딥한 건 질색이라는 분들을 위한 얇디얇은 방탄소년단 관련 미니 팩트 북. 지금 시작한다.

BTS = 방탄소? 어쩌면… (방탄의 작명 DNA)
이름부터 출발한다. BTS는 무엇의 약자일까. 설마 하겠지만 원래는 ‘방탄소…’다. ‘BangTan Soneyondan’ 또는 좀 더 뜻으로 푼 ‘Bulletproof Boy Scouts’가 방탄소년단 영문 약칭의 출처니까. 너무 기니까 해외에서 ‘Bangtan Boys’라 풀기도 한다. 하지만 2017년 7월을 기점으로 새로운 브랜딩이 가해진다. 소속사에서 세계를 향해 ‘BTS는 이제부터 Beyond The Scene도 의미한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신을 넘어서’란 뜻. 따져 보면 데뷔 때부터 ‘힙합 아이돌’을 표방하면서 아이돌 신, 힙합 신의 경계를 넘으려 했고 케이팝 신에서 출발했지만, 글로벌 신으로 도약했다는 자신감, 또는 더 도약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그럼 RM은? 마침 같은 해인 2017년 11월에 리더 RM도 스스로 리브랜딩을 했다. 데뷔 때부터 쓰던 랩몬스터라는 예명을 버리고 ‘이제 RM이라 불러달라’고 주문한 것. 랩 씹어먹는 몬스터에 국한하기엔 그동안 보인 음악적 스펙트럼이, 앞으로 펼칠 음악 세계가 너무 넓다는 선언이다.
랩몬스터, 아니 RM은 그 무렵 인터뷰에서 ‘Real Me’도 RM에서 풀어낼 하나의 해석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고 보니 랩몬스터라는 이름, 티라노사우루스만큼 무시무시하지만 어쩌면 방탄소년단만큼 부담스러운 명함이었을 수도 있었겠다. 참, ‘방탄소년단’에는 젊은이들을 향한, 또 아이돌이란 존재에 대한 시대의 편견을 총알 막아내듯 튕기고 자신과 ‘우리’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BTS는 빅히트의 유일한 아이돌? (방탄의 태생 DNA)
방탄소년단의 일대기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흙수저 아이돌’론이다. SM, YG, JYP처럼 수백, 수천의 연습생 함대, 임직원 군단의 서포트를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 소속사 빅히트엔 그저 방탄소년단뿐이었다는 그림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방시혁 현 하이브 의장(당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은 방탄소년단 이전에 걸그룹을 제작했다. 매니지먼트는 당시 별개의 회사였던 쏘스뮤직이 맡았던, 여성 그룹 글램(GLAM)이다. 흥행에도 실패한 데다 나중엔 저 유명한 배우 이병헌 스캔들에도 멤버들이 연루되며 처절하게 무너졌다.
이순신 장군에게 남은 배가 있었듯, 빅히트에는 남자 연습생들이 조금 있었다. 글램 실패 후 실의에 빠진 방 의장은 한때 아예 이 판을 뜰까도 생각했다는 후문. 하지만 연습생 중 특히 7명이 못내 마음에 밟혔다. 옥석을 가려 나머지 연습생을 다 내보내고 최후의 7인만 남긴다. 스파르타식 트레이닝과 데뷔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자의든 아니든 배수의 진을 친 건 맞다. 배수의 진은 배산임수의 명당으로 상전벽해. 방탄이 잘 되는 바람에 빅히트 뮤직에 방탄소년단의 동생 그룹, 막내 그룹도 생겼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2019년 데뷔), 코르티스(2025년 데뷔)가 그들이다. 방 의장과 방탄소년단 7명이 뿌린 씨앗은 상상 못한 아름드리가 됐다. 하이브라는 큰 그룹 아래 ‘시드 엔터’ 격인 빅히트 뮤직, 그리고 뉴진스를 품고있는 어도어를 비롯해 플레디스, 빌리프랩 등이 있다. 참, 글램을 합작했던 쏘스뮤직도 인수해 하이브 산하다. 지금은 그룹 르세라핌이 쏘스뮤직 소속이다. 다시 돌아가면, ‘실패의 잔해에서 피어난 한 줌(또는 7명)의 꽃’이라는 당대의 상황이 다음에 이어질 키워드에 절대적 요소로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만들어진/만들어준 아이돌? 만드는 아이돌! (방탄의 제작 DNA)
아이돌은 만들어진다. 아무리 뛰어난 아이돌도 피할 수 없는 명제다. 저 멀리 김추자도 있고 김완선도 있으며 박남정과 서태지와 아이들, 쿨이나 코요태가 있지만 우리가 K팝 출발점을 1996년 H.O.T. 데뷔로 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기획사 주도로 (대부분) 10대 시절에 잠재력 있는 연습생을 뽑아서 수년간 트레이닝한 뒤 데뷔 후에도 합숙시키며 연예 활동은 물론이고 다이어트와 사생활에도 간섭하는 시스템. 대략 이게 케이팝의 요체다.
방탄소년단도 아이돌이다. ‘만들어진 아이돌’이라고 하기엔 반만 맞는 이야기다. 덜렁 남은 7명을 데리고 방시혁 의장과 프로듀서 피독은 일방적 훈육뿐 아니라 공동 창작에 나선다. 방 의장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멤버들과 마치 청소년 상담가처럼 마주 앉아 ‘진짜 꿈은 뭐니’ ‘요즘 또래들 고민은 뭘까’ 등을 놓고 진지한 토론을 벌이면서 가사 쓰기 과제를 내주고 가져온 가사로 토의하며 곡의 뼈대를 만들어 나갔다. 피독은 작곡과 편곡이 가능한 슈가, RM 등을 데리고 초기부터 노래의 스케치를 곧잘 함께 해나갔다. 어쩌면 7명뿐이니 가능한, 또 멤버들의 재능과 미친 열정이 있으니 가능했던 시스템일지도. 이 시스템이 규모가 훨씬 더 큰 기획사들을 이겨낼 수 있는 빅히트와 방탄의 폭발력을 뽑아냈다고 봐야 한다.

서버지부터 마틴 형까지… (방탄의 인맥 DNA)
저 서두의 ‘오맘맘마~’, 그러니까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에는 미국 팝스타 할시가 피처링했다. 할시가 직접 경기도 남양주까지 와서 함께 춤추고 노래했다. 방탄의 인맥 가운데는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록 밴드 콜드플레이도 빼놓을 수 없다. 콜드플레이는 2021년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함께 ‘My Universe’란 노래를 만들어 발표했다. 이 노래 덕에 콜드플레이는 2008년 ‘Viva La Vida’ 이후 무려 13년 만에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한국에서 날아온 일곱 청년이 얼마나 예뻤을까. 방탄둥이들이 없는 콘서트 무대에서는 리더 크리스 마틴이 직접 귀여운 한국어 실력으로 ‘어둠이 내겐 더 편했었지/길어진 그림자 속에서’라는 가사를 직접 노래했다.
‘서버지’도 있다. 2017년 9월, 서태지는 데뷔 25주년 기념 공연 무대에 방탄소년단과 함께 올라 ‘교실 이데아’ ‘Come Back Home’ 등 여러 곡을 불렀다. 그리고 남긴 한마디. “이제 너희들의 시대가 올 거야.”
2016년 앨범 ‘WINGS’를 빌보드 앨범차트 26위에 올리긴 했지만, 아직 글로벌 스타의 길은 ‘언감생심’. 방탄소년단이 실제로 “아버지!”라 불렀다는 서스트라다무스, 서버지, 아니 서태지의 대예언은 그로부터 약 3년 뒤 ‘Dynamite’로 폭발한다.
▶▶[BTS] 일곱 명의 청춘이 서로를 붙잡아 전 세계에 닿다
임희윤 뮤직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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